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후보지로 경북 영덕군(대형원전)과 부산 기장군(소형모듈러원전·SMR)이 최종 선정됐다.
SMR 유치에 사활을 걸었던 경주시는 이번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일부에서는 정치적 논리에 의해 결정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타내고 있다.
신규원전 부지선정평가위원회는 지난 17일 회의를 열고 대형원전 2기(2.8GW) 건설 후보부지로 영덕군을, 소형모듈러원전(SMR) 0.7GW(0.17GW×4기) 건설 후보부지로 부산 기장군을 각각 선정했다.
경주는 월성원전과 중·저준위 방폐장을 보유한 국내 대표 원전도시라는 점에서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최종 평가에서는 기장군이 더 높은 점수를 받으며 탈락했다.
부지선정평가위원회에 따르면 SMR 후보지 평가에서 기장군은 87.11점, 경주시는 84.56점을 획득했다. 점수 차는 2.55점에 불과했다.
위원회는 기장군이 주민수용성과 부지적정성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반면 경주는 기존 원전 인프라와 산업 기반이라는 강점을 갖고도 핵심 평가 항목에서 기장군을 넘어서지 못했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주민수용성이다. 평가위원회는 부지 반경 5km 이내와 외곽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결과를 평가에 반영했다.
경주는 오랜 기간 원전과 함께 살아온 지역이지만, 월성원전 사용후핵연료 문제와 원전 추가 건설에 대한 피로감이 일부 주민층에 존재하면서 다소 아쉬운 결과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기장군은 고리원전이 위치한 지역으로 원전 관련 산업과 인프라가 구축돼 있었고, 신규 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높게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평가위원회 역시 주민 여론조사 부문에서 기장군이 우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부지 적정성 역시 변수로 작용했다. 경주는 SMR 국가산업단지 조성과 문무대왕과학연구소, 혁신형 SMR 국가기술 개발사업 등 연구·산업 생태계 측면에서 강점을 내세웠다.
그러나 실제 건설 후보지의 지형과 개발 여건, 환경성, 기반시설 접근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에서 기장군이 더 높은 점수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역에서는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경주는 정부가 추진 중인 혁신형 SMR 기술개발의 핵심 거점으로 평가받아 왔고, SMR 국가산단까지 추진 중이어서 산업 생태계 측면에서는 가장 적합한 후보지 가운데 하나로 꼽혀 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부에서는 정치적 고려에 의해 SMR 부산으로 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경북은 국민의힘이 사실상 모든 지역을 싹쓸이한 반면 부산은 민주당 후보가 시장으로 당선됐다.
2년 후 총선 승리를 위해 잡을 수 없는 물고기로 여겨지는 경북 대신, 승부가 가능한 부산을 선택했다는 평가가 제기되는 이유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부지 선정 전부터 대형 원전은 산불 피해 극복 등의 이유로 영덕에, SMR은 정치적 고려에 의해 부산으로 갈 수 있다는 말이 떠돌았고 결과로 증명됐다"며 "정권 교체 이후 추락한 경북의 정치적 환경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비록 실증 원자로 유치라는 문은 닫혔지만 문무대왕과학연구소와 SMR 국가산단이라는 더 큰 미래의 문이 열려 있다"며 "경주는 연구개발과 산업기반, 운영 역량을 모두 갖춘 대한민국 대표 원자력 도시로서 미래 원자력 산업의 메카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