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수식어 뒤에 가려진 현실…여성에겐 높은 선거의 벽

[시사매거진 제주 – 아이엠 오피니언]
전국 여성 당선 33.1%, 기초단체장 3.9%…숫자 뒤에 남은 한계
제주 여성 도의원, 비례만 늘고 지역구는 오히려 줄었다
양당 독점 43석…다양한 도민 목소리 담기엔 역부족
실질적 여성 할당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답

젠더플러스연구소 강경숙 대표. 자료사진


◇류도성> 오늘은 어떤 얘기를 나눠볼까요?
 
◆강경숙> 얼마 전, 제9회 전국지방선거가 마무리되었는데요. 이번 선거에는 '최초' 수식어가 여러 번 등장하였지만, 여전히 여성과 소수자에게는 벽이 높았던 선거였습니다. 오늘은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선거 과정과 결과를 살펴보고, 향후 여성 및 소수자의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한 과제는 무엇인지 이야기 나눠보려고 합니다. 
 
◇류도성> 먼저, 이번 선거에 대한 총평을 간단히 하신다면요?
 
◆강경숙> 이번 선거는 첫 여성 광역자치단체장과 여성 교육감의 선출로 기록될 것 같은데요. 이 외에도 녹색당 후보의 첫 기초단체장 선출, 그리고 서울시의 경우 소수 정당인 '여성의 당'의 선전, 제주지역의 지방의원 후보 중 정의당과 녹색당, 진보당, 조국혁신당 등 소수 진보 정당의 선전 등은 일보 진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양당 독점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함으로써, 선거 과정과 결과에서 한계와 아쉬움이 많이 남는 선거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류도성> 이번 선거에서 여성 후보들의 당선 결과는 어떻습니까?
 
◆강경숙> 지방선거 통계시스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체 당선자 4,226명 중 여성은 1,398명으로 33.1%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는 지난 2022년 지방선거와 비교하면 218명이 늘어난 수치인데요.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최초' 수식어를 단 여성 당선인들이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1995년 지방자치제 실시 이래 첫 여성 광역단체장이 선출되었고, 제주지역에서도 첫 선출직 여성 교육감과 3선 여성 도의원의 탄생이라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지방선거의 핵심인 자치단체장의 변화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광역자치단체장은 최초로 여성이 당선되었지만 여전히 남성의 성역이라 할 수 있고, 기초자치단체장의 경우에도 전체 227명 중 여성은 9명으로 3.9%에 그쳤습니다. 
 
◇류도성> 제주지역에서도 처음으로 여성 교육감이 선출돼서 모두를 놀라게 했는데요. 제주의 선거 결과는 어떻습니까?
 
◆강경숙> 이번 제주지역 선거에서는 총 48명이 선출되었는데요. 이 중 여성은 13명, 27%으로, 전국 33.1%보다 낮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제주지역은 기초자치단체가 없기 때문에 전국적인 현상과 비교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만, 여성 당선인 비율이 전국 수준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제주 여성들의 정치 진출의 핵심 영역인 도의회의 경우에는 여성들이 '지역구'보다 '비례대표'에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제주 여성들에게 여전히 유리천장이 공고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인데요. 구체적으로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제주도의원 총 45명 중 여성은 12명(26.7%)으로 지난 선거보다 6.7%p 확대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비례대표 의석의 여성 비율이 기존 50%에서 69.2%로 증가한 결과였습니다. 이에 비해 여성 지역구 당선인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제주도의회의 지역구 여성 당선인은 기존에 5명(교육의원 포함, 13.5%)에서 3명(9.4%)으로, 4.1%p 줄어들었습니다. 
 
이러한 수치는 지난 2018년에 치러진 7회 선거 결과(여성 지역구 당선인 비율 8.3%, 여성 비례대표 당선인 비율 71.4%)와 유사한 것이어서, 제주도의회의 시간은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입니다.
 
◇류도성> 이번 선거에서 여성뿐 아니라 소수자 대표성 확보에도 어려움이 많지 않았습니까?
 
◆강경숙> 제주의 경우 이번 선거부터 '교육의원 제도'가 폐지되는 대신 비례대표 의석수가 8석에서 13석으로 확대되었는데요. 이에 따라 지역사회에서는 여성뿐 아니라 소수 진보 정당의 의회 진입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양당 또는 일당이 독식하는 체제하에서 결과적으로 양당 소속 여성의 비례대표 의석은 증가하였지만, 조국혁신당을 제외하고 녹색당과 정의당, 진보당 등 소수정당의 진입은 무산되고 말았는데요. 이에 정치적 다양성과 대표성 확대라는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류도성> 양당 독식 체제가 갖는 구조적 한계에 대한 문제 제기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나요? 
 
◆강경숙> 이번 제주 선거에서 '진보당' 도의원 후보가 지역구에서 유일한 진보 정당 당선인이 되었고, 당선에 이르진 못했지만 '정의당'과 '진보당' 지역구 후보가 각각 15.3%와 14.5%의 득표율을 얻으며 선전했습니다. 이외에도 정당 투표 결과 '조국혁신당'이 7%로 1석을 얻었고,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진보당'과 '녹색당', '개혁신당'이 각각 '3%'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무소속을 포함하여 단 3석을 제외한 43석을 거대 양당이 독점함으로써, 제주도의회는 다양한 도민 대표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양당 독점 구조하에서는 다양한 도민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기에는 한계적인데요. 한 예로, '제주 제2공항' 현안에 관한 최근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팽팽한 찬반 의견 속에서도 제주 도민들은 반대 의견이 더 많았고 주민투표 필요성에 대해서도 대부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제주도의원들은 반대 40.9%, 찬성 54.5%로 찬성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민주당의 경우 반대 의견이 더 많고 국민의힘은 대부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 정당 간 차이는 있었지만, 이번에 선출된 비례대표 당선자들은 성별과 정당을 떠나 전반적으로 제2공항에 대해 '찬성'하거나 '잘 모른다'고 응답하는 등 미온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지방선거로 선출된 정치인들이 소속 정당의 기조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과 따라서 다양한 정당의 정치 참여 필요성을 말해준다고 하겠습니다. 
 
◇류도성> 그런데 일반적으로 '개발'과 '생태' 관련 실천이나 인식에서 성별 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정치 영역의 여성 대표성을 높인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강경숙> 정치나 공적 영역에서 여성이 지나치게 적게 대표되는 현실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성차별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문제입니다. 그러나 여성의 정치 참여는 성평등과 다양성을 위한 기본 토대로서 매우 중요하게 달성해야 하는 과제이지만, '여성'이라고 하여 또는 '민주당'이라고 해서 당연히 진보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여성 대표성은 여성의 참여뿐 아니라 주류 사회의 진보적인 변혁이라는 성평등의 궁극적 목표와 떨어져서는 안 되는데요. 주권자인 도민들은 단지 '여성'이어서, '민주당'이어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이들이 어떠한 활동과 실천을 보여주는가에 주목하고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류도성> 여성과 소수자의 대표성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에 대한 요구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러한 요구가 실질적인 이행으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여성 및 소수자의 정치 대표성 확대를 위한 과제를 제안하신다면요? 
 
◆강경숙> 이번 제주지역의 최초 여성 교육감 당선과 소수 진보 정당의 선전은 지역사회에서도 '새로움'과 '변화'에 대한 도민들의 강력한 요구로 읽힐 수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이러한 '요구'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정치 신예들의 도전과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고요. 이와 함께 무엇보다 소수 정치인과 정치 신예들의 정치 진입을 가로막는 장벽 제거를 위한 구조와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현재, 공직선거법(제47조)은 정당이 최소한의 여성 후보를 공천하기 위해 "지역 국회의원·지방의회 의원 후보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노력하고(제4항)", "국회의원 선거구를 기준으로 해당 지역구마다 광역의원 또는 기초의원 가운데 1명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해야 한다(제5항)"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등록 뒤 사퇴해도 규정을 이행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 공천 후 바로 사퇴하는 '위장 공천'과 같은 편법적인 제도 운용이 이루어지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실질적인 여성 할당제 운영 강화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고요. 아울러 사표를 방지하고 군소 정당의 원내 진입이 가능한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지방의회 비례대표 5% 봉쇄' 조항을 폐지하고, 비례대표 의석과 지역구를 연동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