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의민족(이하 '배민')과 쿠팡이츠가 제출한 동의의결 절차 개시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배민이 3천억 원, 쿠팡이 600억 원 규모의 상생방안을 제시했지만 공정위는 동의의결 개시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3600억 상생안 냈지만…"개시요건 충족 못 해"
공정위는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과 쿠팡이츠 운영사 쿠팡이 신청한 동의의결 절차 개시 신청을 기각했다고 18일 밝혔다.
동의의결은 사업자가 스스로 원상회복, 피해구제, 거래질서 개선 등의 시정방안을 제안하면 공정위가 이를 검토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앞서 공정위는 배민과 쿠팡이츠가 입점 음식점에 다른 배달앱보다 불리한 조건을 제시하지 못하도록 요구하는 이른바 '최혜대우 요구' 행위를 통해 시장 경쟁을 제한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해왔다.
이에 두 회사는 동의의결 절차를 신청하며 상생방안을 제출했다.
배민은 입점업체 지원과 소비자 혜택 확대 등을 포함한 약 3천억 원 규모의 상생안을 제시했다. 최혜대우 요구를 폐기하고 향후 유사한 조건을 설정하지 않겠다는 경쟁질서 시정방안도 내놨다.
쿠팡 역시 약 600억 원 규모의 지원 방안을 제출했다. 쿠팡은 아울러 최혜대우 요구 표시를 삭제하고, 와우매장 제도와 무료배달 혜택을 연계하는 정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정위는 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신청인들의 제안 내용이 동의의결 절차 개시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해 이를 개시하지 않기로 최종 결론 내렸다.
공정위는 두 회사의 위반 행위로 영향 받은 입점업체와 소비자가 다수 있고, 경쟁제한 효과가 현저했다고 봤다. 주문 금액 기준 쿠팡의 점유율은 2023년 약 10%대에서 2024년 30%대로 확대됐고, 배민은 같은 기간 약 80%대에서 50%대로 줄었다.
이번 기각 결정에 따라 공정위는 동의의결 절차 없이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신청인들의 원사건 심의를 재개할 방침이다.
정희은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구체적으로 몇 달 안에 전원회의를 연다고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올해를 넘기지 않으려고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최혜대우·끼워팔기 의혹…본안 심의로 직행
양사는 입점 음식점에 자사 앱에서 다른 배달앱보다 불리하지 않은 거래 조건을 유지하도록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음식 가격, 최소주문금액, 할인쿠폰 등에서 다른 플랫폼에 더 유리한 조건을 제공할 경우 무료배달 혜택이 제공되는 멤버십 매장(배민클럽, 쿠팡와우매장)에서 제외하는 방식의 이른바 '최혜대우 요구' 행위가 문제가 됐다.
쿠팡은 2023년 3월, 배민은 2024년 5월부터 이 같은 방식을 적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배민은 이와 함께 가게배달보다 수익성이 높은 배민배달 이용을 음식점에 사실상 강제하고, 배민배달 상품이 더 빠르게 배송되는 것처럼 배달 예상 시간을 산정·광고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배민의 이 같은 행위는 2021년 6월부터 시작된 것으로 조사됐다.
쿠팡은 온라인 쇼핑 서비스와 배달앱을 연계해 쿠팡이츠 이용을 유도한 이른바 '끼워팔기' 의혹도 받고 있다. 공정위는 통합회원 가입 구조와 쇼핑 앱 내 쿠팡이츠 연동, 통합 와우멤버십 운영 등을 통해 쇼핑 이용자에게 배달앱 이용을 사실상 강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의 끼워팔기는 2023년 4월부터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쿠팡은 해당 끼워팔기 혐의에 대해서는 동의의결을 신청하지 않았다.
최대 수천억 과징금 전망…연내 결론 가능성
본안 심의에서 과징금이 부과될 경우 규모도 상당할 전망이다.
과징금 부과 기준이 되는 관련 매출액은 최혜대우 요구 혐의만으로 배민 약 7300억 원, 쿠팡 약 7100억 원으로 추산됐다. 배민의 배민배달 우대·부당광고 혐의 관련 매출액은 약 7조 7800억 원, 쿠팡의 끼워팔기 혐의 관련 매출액은 약 5조 26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관련 매출액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만큼, 배민은 전체 혐의에 대해 최대 5100억 원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도 끼워팔기 혐의까지 더하면 수천억 원대 과징금 가능성이 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시장의 경쟁질서를 빠르게 회복하고 소상공인을 직접 지원하는 동의의결 신청이 무산된 데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면서도 "상생과 동반성장을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두고 업주와 고객, 플랫폼이 함께 성장하는 배달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