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민들, 대법원까지 400Km 걸어 '포항지진 정의재판' 촉구



◇ 주재원> 안녕하십니까? 이슈철가방 주재원입니다. 2017년 포항지진에 따른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 소송이 대법원에 상고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시민 대다수가 소송에 참여하는 등 지역의 큰 현안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관심도가 많이 낮아진 것이 사실인데요.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가 지난달 대법원 상고 1주년을 맞아 정의 판결을 촉구하는 국토대장정을 진행했습니다. 포항에서 서울 대법원까지 400km를 걸어서 진행했는데요.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 모성은 의장을 오늘 화상으로 직접 만나 인터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의장님 안녕하십니까?

◆ 모성은> 안녕하세요. 모성은입니다.

◇ 주재원> 네 반갑습니다. 대법원까지 400km의 국토대장정을 진행하셨는데, 쉬운 결정은 아니셨을 것 같습니다. 이번 결정을 어떻게 하게 되셨나요?

◆ 모성은> 네. 이번 국토대장정은 사실 제가 제안한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이번 포항시장에 출마했다가 공천에서 떨어진 후에 5월 초쯤 해도동에 사는 한 시민을 만났는데 연세가 75세인 남성분입니다. 그분이 말씀하시기를 "모성은 의장이 포항 시민 권익을 위해서 헌신하는 모습을 보면 속상하다.

시민도 알아주지 않고 정부도 알아주지 않고 법원도 그렇다. 그래서 내가 다른 일은 도와주지 못해도 국토대장정을 한다면 도와줄 수 있다"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그분이 주로 걷기를 하는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눈이 번쩍했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대법원 상고를 한 지 1주년이 되어 가는데 대법원 판결 소식은 없고 시민들은 이미 포기하거나 점점 사건을 잊어가고 있었습니다. '이거 좋은 아이디어다'라고 판단하고 즉석에서 결정을 내렸죠.

포항지진범대본 모성은 의장. 본인 제공

◇ 주재원> 네 400km 정도 되는 거리인데 전 구간을 걸어서 진행하신 건가요?

◆ 모성은> 네 그렇습니다. 포항시청에서부터 서울 서초동 대법원까지 걸어서 가는 행진이었습니다.

400km가 조금 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들은 400km라고 표현을 했고 실제로는 하루 종일 걷는 것을 측정해 보니까 500km 가까이 움직이게 되더라고요. 일어나서 움직이고 이런 것들까지 다 합쳐보니까요.

어쨌든 공식적으로는 400km였고 국토대장정에 참가한 사람들도 꽤 많습니다. 함께 참석한 분이 30여 명 정도 처음 시작을 했고요. 실질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구간별로 길게 참석한 분은 9명이고요. 400km 전체 구간을 완주한 분은 모두 세 사람이었습니다.

◇ 주재원>  400km면 사실 굉장히 긴 구간이고 우리가 차로 이동해도 몇 시간에 걸쳐 가야 하는 거리인데, 며칠에 걸쳐 서울 서초동까지 걸어가셨다는 거잖아요. 어떤 의미를 담고 싶으셨습니까?

◆ 모성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대법원까지 간다는 것, 이것은 대법관들이 마지막 최종 판결을 내리는데 단순히 종이만 보고 판결하는 것이 아니라 포항 시민들의 간절한 절규를 한번 들어줬으면 좋겠다, 또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뜻이었습니다.

◇ 주재원> 네, 간절함을 담으셨다는 말씀이시군요. 400km 되는 거리, 정말 많이 힘드셨을 것 같은데 또 구간구간마다 에피소드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어떤 에피소드들이 있으셨는지 소개 좀 해주신다면요?

◆ 모성은> 그 에피소드 중에서 가장 큰 에피소드는 고난이었다는 겁니다. 평소에 느끼지 못한 고통들을 느꼈는데 천리길 아닙니까. 400km가 그렇죠. 옛날 과거 보러 갈 때 지방에서 한양까지 천리길을 간다고 그러는데 보통 보름, 한 달 동안 걷는 길을 저희들이 열흘 동안 걸었어요.

그것도 나이가 젊은이가 아니고 60줄을 넘은 사람들이 열흘 동안 하루에 35km, 45km씩, 하루에 12시간씩 걷는 게 쉬운 일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당연히 걸었던 사람들 모두 발에 물집이 생겼고요. 발톱이 빠지는 건 예사였습니다. 그래서 너무 아파서 하루는 병원을 갔습니다. 원래 열흘에 끝낼 수 있었는데 11일이 걸린 이유가 병원에 가지 않을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중에서 고진감래라고 할까요. 중간중간 격려하러 오신 분들이 계셨는데 점촌, 문경을 지나 이화령을 넘어서 과거길로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높은 이화령 중간까지 우리를 격려하려고 포항 시민이 오셨습니다. 차를 몰고 오셔서 응원해주시기도 했고요. 또 깃발을 들고 행진을 하니까 도로를 지나가던 행인들이 저희를 잘 모르면서도 깃발과 '400km 국토대장정'이라는 표식을 보고 음료수를 건네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저희가 이 행사를 경찰청에 신고하고 집시법에 의거해 합법적으로 하기 위해 신고를 하고 출발했습니다. 그랬더니 경북경찰청, 대구경찰청, 충북경찰청, 경기남부경찰청 등에서 각 구간마다 바통 터치하듯이 정보계 형사들이 나와 반겨줬습니다. 어떤 때는 저희들이 숙소를 구할 수가 없었는데 충북 괴산의 경우에는 정보계 형사가 숙소를 구해주기도 했고요. 음료수를 들고 나와 격려를 해주시는데 굉장히 감동적이었습니다. 오늘 이 자리를 빌려 대한민국 경찰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포항지진범대본 제공

◇ 주재원> 400km를 걸으시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또 다양한 경험들을 하셨을 것 같은데요.
가는 동안 만난 분들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셨을 것 같습니다. 같이 걷는 분들과도 이야기를 나누셨을 것이고 또 구간구간 만나는 분들과도 이야기를 나누셨을 텐데 어떤 이야기들이 가장 기억에 남으시는지요?

◆ 모성은> 이 구간이 굉장히 길지 않았습니까.

포항에서 서울까지 가다 보니까 11일 동안 5개 시·도 광역자치단체를 거쳤고, 17개 시·군 기초자치단체를 거쳐서 400km를 행군했습니다. 이 중에서 총 11일 가운데 3일은 비가 왔고요.

처음 포항시청에서 출발해 경주 안강을 거쳐 영천, 군위, 의성, 예천, 점촌, 문경을 지나 이화령을 넘었습니다.그리고 충청북도 괴산, 충주, 음성군을 지났고요. 그다음 경기도 이천, 안성, 용인, 수원, 안양, 과천까지 갔습니다. 과천에서는 마지막 남태령을 넘었고요. 그렇게 서울 서초동까지 갔습니다.

처음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점차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지나가는 행인들도 점점 더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저희들이 현수막도 들고 가고 깃발도 흔들면서 갔고, 녹색 조끼 유니폼도 입고 갔지 않습니까. 그래서 많이들 물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일반적이고 대표적인 질문이 이겁니다.

"아직 손해배상 돈 못 받았어요?"

이게 정말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었습니다. 포항 촉발지진이라는 것은 알고 있는데 아직도 못 받았느냐, 다 받은 줄 알았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다음 이어지는 말이 더 기가 막혔습니다. "다른 도시였으면 벌써 끝났을 텐데 아직도 못 받았어요?" 이렇게 말씀하시는 겁니다.

또 격려해주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음료수를 주는 분도 있었고요. 또 어떤 분은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도 있는데 천리길을 걸으며 이렇게 호소하는데 감동하지 않을 하늘이 어디 있겠습니까"라고 말씀하시면서 격려를 해주셨습니다. 그 말씀에 저도 굉장히 감동을 받았습니다.

◇ 주재원> 네, 포항지진 위자료 청구 소송 상고심이 1년 넘게 계류 중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게 원래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지, 아니면 굉장히 특별한 케이스인지 궁금합니다.

◆ 모성은> 네, 정말 포항 시민들 입장에서는 기다리다가 지치고 또 답답하기도 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저희들은 지금 만 9년 동안 싸워왔습니다. 시민들 가운데 저와 가장 빨리 소송한 분들도 벌써 7년이 됐어요. 그다음에 대부분의 시민들은 소송한 지 3년 정도 됐습니다.

일반적으로 재판은 몇 개월, 몇 년 이렇게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 상고심은 평균적으로 1년 정도를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1년이 지나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저와 함께했던 많은 변호사와 법률 전문가들, 또 형사재판을 하고 있는 포항법원의 합의부 재판부, 민사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대구고등법원의 합의부 판사들까지 일반적인 분위기와 생각은 아마도 내년이면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 주재원> 그러면 의장님께서 보실 때는 상고심에서 이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 모성은> 예, 저희들은 그렇게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은 소송이 두 가지 선행 재판이 있었고 후행 재판이 있었어요. 원래 1심에서 이겼을 때는 사건들이 하나로 병합됐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장 먼저 선정당사자로 돼 있고, 나머지도 동일하게 소송이 진행됐는데 2심, 즉 고등법원으로 올라가면서 사건 번호별로 나누어집니다.  상대적으로 단순한 사건이 민사1부에서 먼저 시작됐는데 그걸 저희들이 선행 재판이라고 부릅니다. 그 선행 재판이 패소하면서 대법원까지 올라가게 됐는데, 패소한 이유가 그렇습니다. 원고 측, 즉 포항 시민 측이 정부의 손해배상 책임을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당시 대구고등법원 민사1부는 촉발지진 자체는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가 손해배상을 해야 할 책임까지는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죠. 그래서 패소하게 된 겁니다.

그런데 제가 원고로 참여하고 있는 후행 재판은 지금도 계속 진행 중입니다. 그리고 올가을쯤, 아마 8~9월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만 포항법원에서 진행 중인 형사재판도 판결이 나게 됩니다.

형사소송도 별도로 진행하고 있거든요. 저는 형사재판은 반드시 이긴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형사재판에서 승소하고, 또 제가 원고로 있는 후행 재판에서 지금 많은 자료들이 축적되고 있습니다. 이 자료들이 결국 대법원에 올라가기 때문에 저는 대법원 상고심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11일만에 대법원앞에 도착해 정의판결을 촉구하는 모습. 포항지진범대본 제공

◇ 주재원> 촉발지진의 책임을 묻는 것이 형사재판이지 않습니까?  그러면 지금 1심이 진행 중인데 형사재판의 피고는 어디가 되는 거죠?

◆ 모성은> 제가 처음 형사재판을 시작한 것은 고소·고발을 하면서부터였습니다. 지진이 발생하고 1년 4개월 만에 포항지진은 인공지진이다, 사람이 만든 촉발지진이다라고 발표가 났어요.

그게 2019년 3월 20일입니다. 저는 그 발표가 나오고 일주일 만에 서울중앙지검에 책임자들을 모두 고소·고발했습니다. 그리고 2차적으로는 대통령까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까지, 산업부 고위직 공무원들까지 모두 살인죄로 고소했습니다. 왜냐하면 물을 주입해서 촉발지진을 일으킨 것, 영어로 이야기하면 '트리거드 어스퀘이크(Triggered Earthquake)', 즉 방아쇠를 당긴 것 아닙니까. 그 촉발지진의 방아쇠를 당긴 사람이 누구냐는 겁니다. 물을 집어넣도록 한 정부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까지 저는 살인죄로 고소를 했죠.

그런데 5년 이상 기다리는 동안 대통령은 혐의 없음, 산업부 장관도 혐의 없음, 고위직 공무원도 혐의 없음이라고 검찰에서 모두 배제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검찰에 항고도 수차례 했습니다.

◆ 모성은> 강력하게 반발했는데 검찰은 계속 대통령과 고위직들은 빼고 나머지 민간인들, 예를 들어 넥스지오 관계자들, 연구원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관계자, 서울대 교수 등 이런 사람들만 기소를 하는 겁니다.

그것도 5년이 지나서 기소를 했어요. 그런데 서울중앙지검에서 재판하는 것이 아니라 재판부를 포항으로 옮겨서 포항에서 재판을 하게 됐습니다. 그 재판이 이제 올가을, 한 8~9월 정도 되면 1심 판결이 난다고 저희들은 알고 있고, 재판부도 그렇게 저희들에게 얘기를 했습니다.

◇ 주재원> 네. 그럼 8~9월 정도 되면 형사재판 1심, 어쨌거나 촉발지진의 책임을 묻는 재판이니까 이것 역시 포항 시민들에게는 굉장히 중요할 것 같고요.

이번에 지방선거를 치렀고 포항시장이 바뀌지 않았습니까.

전 포항 시민들이 관련된 문제이고 또 포항에서 있었던 가장 큰 사건 중 하나였던 만큼 포항시의 관심도 굉장히 중요할 텐데요.  차기 포항시장이 어떤 관점에서 이 사안을 대처했으면 좋겠다, 조언을 하신다면요?

◆ 모성은> 포항시장 후보가 10명이나 나왔고, 최종 경쟁자로 세 분이 남았습니다. 저희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에서는 이 세 후보에게 동일한 내용으로 공개 질문을 했습니다.

포항지진 소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시민 권익 확보를 위해 어떤 공약을 갖고 있는지 공개적으로 질의한 것입니다. 그런데 세 분 가운데 현 당선자인 박용선 당선자만 유일하게 지진 소송과 시민 권익에 대한 공약을 내놓았습니다. 당선자 본인이 공약한 바대로 포항 시민의 권익을 위한 일에 앞장서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지금 양 국회의원들께도 마찬가지로 부탁드립니다.

부디 50만 포항 시민의 권익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주재원> 네. 앞으로의 계획과 시민들에게 더 전하고 싶은 말씀 듣고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 모성은> 앞으로 우리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는 시민 권익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는 데 더욱 몰두할 것입니다. 작년 5월 말부터 시작했던 서초동 대법원 앞 1인 시위가 있습니다. 상고심이 시작된 지 1년 동안 저희들이 1인 릴레이 시위를 이어왔습니다. 이것도 계속할 것이고요.

시간이 날 때마다 시민들의 관심도를 높이는 데 에너지를 집중할 겁니다. 이제 국토대장정을 마쳤습니다. 그래서 다음 달부터는 포항 지역 종단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포항 북쪽 끝인 죽장면 옥계계곡에서부터 남쪽 끝 장기면 두원리까지 마을마다 찾아다니면서 지진 피해와 시민 권익 문제를 알릴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대법원 소송에서도 이길 수 있습니다. 부디 시민들의 관심을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 주재원> 네, 지금까지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 모성은 의장과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의장님 고맙습니다.

◆ 모성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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