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전기 몰아쓰는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기후위기를 말하는 사람들 ②: 하승수]
"기후위기는 에너지·식량·지역소멸이 겹친 문제"
"용인 반도체·초고압 송전망 재검토 필요"

CBS노컷뉴스와 인터뷰 중인 하승수 변호사. "비수도권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는 현재의 전력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사라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차인표 "시민은 준비돼 있다… 기후위기, 기준 세워야 바뀌죠"
②"수도권에 전기 몰아쓰는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계속)

한국 사회는 기후위기 시대를 맞을 준비가 되어 있을까.

기후위기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폭염과 폭우, 산불 같은 재난을 떠올린다.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하승수 변호사가 바라보는 기후위기는 조금 다르다.

그는 기후위기를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전력과 식량, 수도권 집중과 지역소멸, 그리고 민주주의의 문제로 바라본다. 현재 송전망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법률 지원 활동을 하고 있고,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관련 행정소송에도 참여하고 있는 그는 지금 한국 사회가 여러 측면에서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진단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식량과 에너지입니다."

그는 지금 한국 사회가 바로 그 두 가지 영역에서 가장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부족한 식량은 수입하면 되고, 비수도권에서 생산한 전기는 수도권으로 보내면 된다는 방식이 지금까지 한국 사회를 지탱해왔지만 이제는 그런 구조 자체가 한계에 도달했다고 보는 것이다.

CBS노컷뉴스는 <기후위기를 말하는 사람들> 두 번째 순서로 하승수 변호사를 만나 기후위기와 전력, 수도권 집중, 그리고 지역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하승수 변호사가 지난 3월 전남 순천에서 열린 강연에서 기후위기 시대 지역과 에너지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박사라 기자

Q. 변호사님은 지금 한국 사회가 기후위기뿐 아니라 전력과 지역 구조 전체의 '임계점'에 와 있다고 말씀하시는데요. 지금 어떤 상황이라고 보고 계신 걸까요?

A. 지금 한국 사회는 여러 측면에서 위기라고 봅니다. 기후위기는 당연히 세계적인 문제고, 저출생 문제도 상당히 큰 위기죠. 저는 저출생의 근본 원인 중 하나를 '저행복 사회'라고 봅니다. 행복도가 낮은 사회가 됐고, 여기에 수도권 집중이 계속되면서 지역소멸 위기까지 겹쳐 있습니다.

에너지와 전력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는 비수도권에서 전기를 생산해 수도권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유지돼 왔는데, 이제는 이런 시스템 자체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식량 문제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전력은 비수도권에서 생산해 수도권으로 보내고, 부족한 식량은 수입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그런 구조들이 지금 한계에 도달했다고 봅니다.

결국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에너지와 식량입니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에너지도 외부에 의존하고, 식량도 외부에 의존하고, 수도권은 비수도권에 의존하는 구조를 만들어왔습니다. 저는 그런 구조가 지금 임계점에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많은 시민들은 아직도 에너지나 전력 문제를 전문가들이 알아서 하는 영역처럼 느끼곤 합니다. 왜 이제는 시민들도 이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보시나요?

A. 재생에너지가 늘어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태양광과 풍력이 예전보다 늘어난 것도 맞습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재생에너지를 늘린다고 하지만 원전도 늘리고 있고, 천연가스 발전도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화석연료 의존 구조는 그대로인데 겉으로만 전환이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는 측면이 있습니다.

전력 수요는 여전히 수도권에 집중돼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송전선 문제도 계속 발생하고, 장거리 송전망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과연 이런 방식이 지속 가능한가라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시민들은 기후위기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재생에너지가 늘어난다고 하니까 뭔가 해결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환이 이뤄지는 것처럼 보일 뿐,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은 없는 상태입니다.

더 중요한 건 지금의 위기를 정치인이나 관료들에게만 맡겨둘 수 없다는 겁니다. 대통령은 5년, 국회의원은 4년 임기입니다. 그런데 기후위기나 에너지 전환은 수십 년 동안 이어져야 할 과제입니다. 결국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거죠.

하승수 변호사(오른쪽)가 충남 당진의 34만5천 볼트 초고압 송전선 건설 현장을 주민들과 함께 살펴보고 있다. 하승수 변호사 제공

Q. 기후위기를 이야기할 때 늘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함께 말씀하세요. 두 문제는 어떻게 연결돼 있다고 보십니까?

A. 서울 시민들은 전기가 어디서 오는지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전기는 늘 있는 것으로 생각하죠. 그런데 서울에는 발전소가 거의 없습니다.

결국 지방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끌어다 쓰는 구조입니다. 소비는 수도권이 하고 부담은 지역이 지는 구조인 거죠.

기후위기도 비슷합니다. 농민들은 기후가 변하면 바로 영향을 받습니다. 어떤 작물을 심을 수 있는지가 달라지고, 실제로 사과 주산지도 점점 북쪽으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는 그런 변화를 상대적으로 덜 느낍니다.

문제는 가장 많이 소비하는 곳이 가장 문제를 덜 느낀다는 겁니다.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이 기후위기의 심각성도 잘 느끼지 못하고, 전력 문제에도 관심이 없고, 그냥 소비만 하면 되는 구조 자체가 기후위기 대응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지역에서는 "왜 우리는 피해를 감수하며 전기를 생산하는데 혜택은 수도권이 가져가느냐"는 박탈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갈등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A. 주민들이 반대하는 걸 님비라고 하는 건 굉장히 잘못된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지역에서 필요한 전기 때문에 시설을 만드는 것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 시설을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오히려 저는 수도권 기업들이야말로 님비일 수 있다고 봅니다. 삼성이나 SK는 공장만 지으면 됩니다. 전기는 국가가 공급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죠. 그런데 그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지역 주민들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결국 지금 구조는 소비는 수도권이 하고 부담은 지역이 지는 구조입니다. 주민들이 반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이런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에너지 전환도 쉽지 않을 겁니다.

Q.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요? 변호사님이 계속 강조하는 '지산지소'는 어떤 의미입니까?

A. 저는 결국 지산지소라고 봅니다.

원래는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개념이었죠. 그런데 이제는 전기와 에너지까지 그 개념을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비수도권에서 전기를 생산해 수도권으로 보내는 구조로는 갈등이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전기든 식량이든 가능한 한 생산과 소비가 같은 지역 안에서 이뤄지는 구조로 가야 합니다.

에너지 역시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지역에서 쓰고, 그 수익이 다시 지역 공동체로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국가가 정말 해야 할 일은 수도권 중심 전력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용인 이동·남사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감도. 하승수 변호사는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는 지산지소와 정반대로 가는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용인시 제공

Q. 변호사님은 특히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와 초고압 송전망 문제를 계속 지적하고 계신데요. 왜 이 문제가 중요하다고 보시는 걸까요?

A. 저는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단기간 문제가 아닙니다. 앞으로 2040년, 2050년까지 계속 영향을 미칠 사업입니다. 그렇게 되면 추가적인 전력 수요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고, 결국 송전망도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건 지산지소와 정반대로 가는 사업입니다.

대통령도 지산지소를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수도권에 거대한 전력 수요 시설을 계속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저는 이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봅니다.

지산지소를 이야기하려면 생산과 소비가 가능한 한 가까운 곳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그런데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는 더 많은 전력을 비수도권에서 끌어와야 하는 구조입니다.

지금 추진되는 초고압 송전망 상당수도 결국 용인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송전망 문제만 따로 떼어놓고 볼 수가 없습니다.

저는 가장 먼저 재검토해야 할 과제가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라고 생각합니다.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를 그대로 두고 지산지소를 이야기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이걸 바로잡지 않으면 전력 분야에서 지산지소는 물 건너간다고 봅니다.

재생에너지 전환도 어렵고, 지역 갈등도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송전망 문제를 해결하려면 송전망만 볼 게 아니라 왜 그렇게 많은 전력이 필요한지부터 봐야 합니다. 저는 그 출발점이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라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기후위기 앞에서 막막함을 느끼는 시민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A. 저는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건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장관 몇 명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주권자인 국민들이 정보를 접하고 판단해야 할 문제입니다.

지금의 수도권 중심 전력 시스템이 지속 가능한지, 지역이 계속 피해를 감수하는 구조를 유지할 것인지 국민들이 토론하고 판단할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정부가 결정하고 주민들은 따라오라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문제는 누군가 해결해주겠지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정치인이나 관료들이 풀지 못합니다. 지금까지 못 풀었기 때문에 지금 상황이 이렇게 된 것 아닙니까.

이제는 주권자인 시민들이 이 문제를 자기 삶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기후위기는 결국 민주주의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할 때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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