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은 아파도 수술을 받지 않는다"는 말은 과연 사실일까. 의료 현장의 과잉 진료와 신기술 만능주의 속에서 환자들은 늘 어떤 치료가 진짜 자신을 위한 것인지 혼란에 빠진다. 아톰정형외과 김현정 대표원장은 CBS 경제연구실 <건강비책>에 출연해 자신이 집필한 저서 『의사는 수술받지 않는다』의 출간 비화를 밝히며, 현대 의료 시장의 혼탁한 이면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김 원장은 "제목은 일종의 은유법이지만 의사들이 일반인에 비해 수술을 덜 선택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환자 스스로 중심을 잡는 '의료 미니멀리즘'의 가치와 실천 전략을 제언했다.
빙산의 일각인 '경증'… 의사를 만나기 전 작동해야 할 '0차 의료'
환자가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와 "손목이 아프다"거나 "무릎이 시리다"고 말하는 증상은 거대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의사는 그 이면에 숨겨진 수많은 가능성, 즉 단순 과사용인지, 힘줄이나 관절의 손상인지, 혹은 척추에서 내려오는 방사통인지를 엑스레이와 초음파 등 정밀 검사를 통해 좁혀나간다. 문제는 많은 환자가 이 초기 증상 단계에서 침소봉대하여 과도한 불안에 빠지거나, 즉각적이고 과격한 치료에 먼저 노출된다는 점이다.
김 원장은 이 단계에서 의료 전달 체계의 가장 최상단에 위치해야 할 '0차 의료'의 개념을 제시했다. 1차 의원을 찾기 전, 환자 스스로 자신의 몸과 일상을 점검하는 단계가 바로 0차 의료다. 경증이 나타났을 때 호들갑을 떨며 즉시 병원으로 뛰어갈 것이 아니라, 최근 잠을 못 잤거나, 폭식을 했거나,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는지 셀프 점검을 선행해야 한다. 내적인 요인을 바로잡고 신체의 천연 회복 능력을 기다려보는 밸런스 감각만으로도 수많은 경증은 자연스럽게 호전될 개연성이 높다.
패션처럼 번지는 의료 유행… 세포의 자생력 지우는 인공 관절 주의보
인간의 해부학적 구조는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지만, 이를 다루는 의료 기술은 시대에 따라 요동친다. 김 원장은 현대 의료 시장을 '패션'에 비유했다. 올해 특정 색상의 옷이 유행하면 거리가 온통 그 색으로 뒤덮이듯, 의료 시장 역시 PRP(자가 혈소판 풍부 혈장) 주사나 새로운 신기술이 등장하면 너도나도 그 치료법만을 좇는 경향이 발생한다. 이러한 유행에 무작정 편승하다 보면 결국 환자의 몸이 신기술의 실험 대상이자 희생양이 되기 쉽다. 서점에서 유행 타는 베스트셀러보다 오랜 시간 검증된 스테디셀러를 찾듯, 의료 역시 유효성과 안전성이 확고하게 입증된 표준 치료를 선택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특히 최근 지나치게 쉽게 결정되는 '인공 관절 수술'에 대해 김 원장은 강력한 경종을 울렸다. 사람의 몸은 기계 부품과 다르다. 살아있는 세포로 이루어져 있어 외상이나 질병이 와도 스스로 치유하고 재생하는 놀라운 회복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관절을 인공 구조물로 갈아끼우는 순간, 그 조직의 자생력은 영원히 상실되며 오직 닳아 없어질 일만 남게 된다. 인간의 자기 관절보다 뛰어난 인공 관절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틴다는 심정으로 가능한 한 자신의 관절을 쓸 수 있을 때까지 아껴 쓰고, 인공 관절 수술은 모든 보존적 옵션을 완벽히 대입해 본 뒤 가장 마지막에 신중히 선택해도 결코 늦지 않다.
사보험의 함정… "아까우니까 수술 받자"는 악순환 끊어야
우리나라 국민의 80% 이상이 가입한 사보험(실손의료보험)은 의료 남용을 부추기는 거대한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 요실금 보험이 출시되었을 때 국내 진단율과 수술률이 폭증했던 데이터가 이를 증명한다. 매달 내는 보험료가 아깝다는 심리, 혹은 보험 처리가 되니 비용 부담이 없다는 안일한 생각이 꼭 필요하지 않은 과도한 수술과 인터벤션(의학적 개입·중재적 영상의학)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의료 행위는 옷을 잘못 사서 버리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한 번 투여된 약물이나 신체에 칼을 댄 수술은 결코 이전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 국가가 유효성과 안전성 검증을 끝내고 보장하는 '건강보험(공보험)'의 테두리 안의 치료들은 안심하고 받아도 무방하다. 그러나 공적 보험의 범주를 넘어서는 과도한 비급여 사보험 영역의 치료에 대해서는 철저한 분별력을 가져야 한다.
결국 진정한 건강을 지키는 비결은 삶의 속도를 한 템포 늦추고 여유를 찾아 자신을 지나치게 다그치지 않는 데서 출발한다. 스스로를 몰아세우며 다그칠 때, 우리 신체는 스트레스로 인해 먼저 병들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숲을 건널 때 과한 걱정으로 당장 쓰지도 않을 열흘 치 식량을 챙기면 무게에 치여 걷게 되듯이, 내 몸 고유의 치유력과 복원력을 믿고 꼭 필요한 곳에만 최소한의 의료를 적재적소에 대입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유행하는 신기술에 휩쓸리지 않고 내 본연의 몸을 아끼며 '의료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것, 그것이 수많은 임상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의사가 현대인에게 전하는 가장 실효성 있는 건강의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