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 멈추자 '탄식'…5평 방에 8명, 교도소의 폭염은 이미 시작됐다

수용률 120% 청주여자교도소 체험…독거실도 사실상 2인 사용
위험수당 없는 교도관들 "호출벨 하루 종일 울려"
정성호 "교정행정 관심 부족…과밀화 해소 최우선"

지난 17일 법무부 출입기자단이 충북 청주시에 있는 청주여자교도소에서 보라색 수의를 입고 수용자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법무부 제공

수용자들이 생활하는 공간은 '방'이 아니라 '거실'이라 불렸다. 여느 집의 거실과는 달리, 사람을 빽빽하게 가둬두는 거실이었다. 문 옆엔 어김없이 달력이 붙어 있었다. 청주여자교도소 곳곳이 그랬다.

달력에는 이미 지나간 날짜마다 굵은 빗금이 그어져 있었다. 교도관은 수용자들이 하루를 보낸 뒤 날짜에 빗금을 긋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 17일 CBS노컷뉴스가 찾은 청주여자교도소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창살도, 철문도 아닌 달력이었다. 하루하루를 지워가며 시간을 보내는 수용생활의 단면처럼 보였다.

그날 기자 역시 신입자 대기실에서 신원확인과 휴대금품 처리, 신체검사, 의류지급, 병력조사, 물품지급 절차를 거쳐 한 수용자가 됐다.

"모범수들이 입는 색입니다."

기자에게 지급된 것은 보라색 수의였다. 교도관은 교정시설 안에서 모범수를 일명 '보라돌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아…" 선풍기 멈추자 탄식…5평 거실의 여름

기자가 배정받은 거실은 16.62㎡(약 5평) 규모였다. 정원은 5명이지만 실제로는 8명이 생활하고 있었다. 교도관 설명에 따르면 청주여자교도소의 현재 수용률은 120% 수준이다. 숫자로만 보던 과밀수용은 거실 안에 들어서는 순간 현실이 됐다. 성인 8명이 함께 생활하기에는 비좁게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거실에는 에어컨이 없었다. 창살이 설치된 작은 창문과 선풍기 두 대가 냉방시설의 전부였다. 선풍기는 50분 동안 작동한 뒤 10분 동안 멈추도록 설정돼 있었다.

50분 내내 선풍기 바람에 의지해 더위를 버티던 기자들 사이에서는 가동 중단 시간이 다가올 때마다 긴장감이 흘렀다. 그리고 선풍기가 꺼지는 순간 여기저기서 짧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아…."

6월 중순이라 폭염이 절정은 아니었지만 등에 땀이 맺혔다.

한 교도관은 "수용자들 간 싸움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가 혹서기"라고 말했다. 실제 교도관들은 선풍기 바람이 닿는 자리를 두고 수용자들 사이에 다툼이 벌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거실 내 화장실 문은 절반만 설치돼 있었다. 용변을 보는 동안 상반신은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구조였다.

점심시간이 되자 배식이 시작됐다. 거실 문 하단의 작은 배식구를 통해 밥과 국, 반찬이 차례로 전달됐다. 교도관은 "앞 순서 거실에 너무 많이 주면 뒤에서 난리가 난다"고 말했다. 수십 개 거실에 동일한 양을 배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무부 출입기자단이 충북 청주시에 있는 청주여자교도소에서 한 체험자가 물을 배식하고 있다. 법무부 제공

식기 역시 모두 플라스틱이었다. 금속 식기는 자·타해 도구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교도관은 "출소한 수용자가 사회에서 숟가락을 들었는데 너무 무겁게 느껴져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거실 벽에는 생활보정표와 자비구매물품 가격표가 붙어 있었고, 점심 식사 후에는 수용자들의 사연과 노래가 흘러나오는 라디오 방송이 시작됐다.

독거실도 부족…17개 거실을 교도관 2명이 관리

하지만 이 공간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교도관들이었다. 거실 문 옆에는 호출벨이 설치돼 있었다. 수용자들이 교도관을 필요로 할 때 누르는 벨이다. 몸이 아프거나, 민원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면 이 벨을 통해 교도관을 호출한다.

"이 벨이 정말 수도 없이 울립니다."

15년째 교정 현장에서 근무 중인 조영순 교위는 가장 힘든 곳으로 정신질환 수용자가 있는 거실을 꼽았다. 수용자 간 갈등을 조정하고 각종 민원을 처리하는 일도 모두 교도관의 몫이다.

수용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은 독거실(1인실)이다. 대부분의 갈등이 공동생활 과정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만 현실은 달랐다. 청주여자교도소에는 독거실 69개가 있지만 현재 운영 중인 독거실은 58개다. 이 가운데 30개는 사실상 2명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독거실이라고 하지만 상당수가 다인실인 셈이다.

교정인력 부족 문제도 심각했다. 청주여자교도소의 한 수용동에는 120~130명의 수용자가 생활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근무하는 교도관은 2명 수준이다. 기자가 체험한 4층에만 17개의 거실이 있었다.

호출벨이 울리고, 민원이 들어오고, 수용자 간 갈등이 발생하고, 응급상황이 생겨도 결국 대응해야 하는 사람은 교도관들이다.

교도관들은 업무 강도에 비해 처우가 충분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교도관은 경찰관·소방관·군인과 같은 제복 공무원이지만 별도의 위험근무수당 지급 대상은 아니다. 수용자 폭행과 난동, 자해·자살 시도 등 위험 상황에 상시 노출돼 있지만 순직 시 국립현충원 안장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욕설·난동에 기동순찰팀 투입…"교정행정 관심 가져달라"

이날 오후 기자들이 지켜본 소란·난동 진압훈련은 실제 교정 현장에서 발생했던 사례를 재구성한 가상 훈련이었다. 접견 순서를 둘러싼 갈등이 욕설과 난동으로 번지고, 결국 교정기동순찰팀(CRPT)이 투입되는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였다.

"27번 접견 있습니다. 빨리 나오세요."

교도관의 안내에도 수용자는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시간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왜 난리야."
"씨X, 꺼져."

욕설과 고성이 이어졌고 교도관들은 반복적으로 진정을 시도했다. 하지만 상황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교정기동순찰팀이 투입됐다. 검은 보호장비와 헬멧, 방패를 갖춘 대원들이 복도로 진입하자 좁은 통로는 순식간에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훈련이 종료된 뒤 기자 옆에 있던 조영순 교위는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이유를 묻자 그는 난동을 부린 수용자 때문이 아니라 함께 근무하는 동료들 때문이라고 했다. 과밀수용과 인력 부족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떠올랐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교도관들이 충북 청주시에 있는 청주여자교도소에서 소란 난동 진압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법무부 제공

청주여자교도소 직원 휴게실 벽에는 '오늘은 좋은 날, 웃으며 하루를'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하지만 청주여자교도소에서 마주한 현실은 웃음만으로 버티기에는 다소 버거워 보였다.

정원 5명 방에 8명이 생활하는 과밀수용, 독거실조차 사실상 다인실로 운영되는 현실, 120~130명의 수용자를 두 명이 관리하는 인력난.

청주여자교도소의 하루는 수용자들뿐 아니라 교도관들 역시 한계 속에서 버텨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교정행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과밀수용 해소와 교정공무원 처우 개선 의지를 밝혔다.

정 장관은 "교정행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국가의 법질서도 무너진다"며 "국민들은 잡아 가두는 것만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수용자는 결국 사회로 돌아간다. 교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그 사회적 비용은 교정 비용의 몇십 배에 달한다"고 짚었다.

이어 "안양교도소 등에 비해 청주여자교도소는 그나마 나은 편인데도 수용률이 120% 수준"이라며 "부족한 예산과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가석방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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