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민간단체에 운영을 위탁한 돌봄센터에서 돌봄교사가 아동을 성추행했다면, 위탁한 지자체에도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피해 아동 측이 경주시와 돌봄센터 운영단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은 공동해 피해 아동 측에 총 36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건은 경주시가 설치한 뒤 민간단체에 운영을 맡긴 한 돌봄센터에서 벌어졌다. 돌봄교사로 근무하던 A씨는 2023년 센터에서 수업을 받던 피해 아동을 23차례에 걸쳐 추행·성희롱하는 등 성적으로 학대했다.
피해 아동은 불안장애 등을 얻어 치료를 받았고, 부모는 A씨와 함께 경주시·운영단체가 총 8400만 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쟁점은 운영을 위탁한 지자체에도 사용자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였다. 경주시는 채용 당시 가해자의 성범죄 전력 등을 제출받아 결격 사유가 없음을 확인했다며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자체도 민간단체와 소속 돌봄교사의 사무집행을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해야 할 관계에 있다며 사용자 책임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위탁자가 수탁자와 그 피용자를 위탁자의 사무에 종사하게 했고, 위탁자가 이들을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해야 할 관계에 있는 경우, 수탁자의 피용자와 위탁자 사이에서도 민법상 사용 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동복지법 등에 따라 돌봄센터의 설치·운영 주체가 지자체이고 돌봄서비스 시책 추진이 지자체의 책무인 점 등에 비춰, 운영을 위탁한 경주시에 실질적인 지휘·감독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근거로는 경주시가 직영 돌봄센터도 함께 운영하는 점, 위탁계약에 관리·감독 권한과 관련 서류 열람·시정조치 요구 권한 등을 둔 점, 운영시간·이용료·운영인력 등을 미리 구체적으로 정해 위탁한 점 등을 들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운영단체와 경주시가 공동해 피해 아동에게 3천만 원, 부모에게 각각 3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한 원심을 확정했다.
가해자인 A씨에 대해서는 앞서 1심에서 피해 아동 측에 총 6천만 원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화해권고 결정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