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수사' 한찬식 발탁…檢개혁 앞둔 여권 충돌 조짐

신임 민정수석 한찬식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청와대를 겨냥한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를 지휘했던 한찬식 신임 민정수석 발탁을 두고 범여권 내 반발이 커지고 있다.

보완수사권 문제를 다룰 2단계 검찰개혁과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갈등이 격화한 상황에서, 이번 인선이 여권 내 충돌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환경부 수사에 김앤장 경력까지


한 수석은 검찰에서 27년 넘게 근무한 정통 검사 출신이다. 대검찰청 대변인, 법무부 인권국장, 울산·수원·서울동부지검장 등을 거쳤다. 2022년 8월부터는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로 활동했다.

여권 내부에서 논란이 큰 대목은 서울동부지검장으로 재직하던 2018년 말부터 이듬해 4월까지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를 지휘했다는 이력이다.

당시 수사팀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비서관을 기소했고, 법원은 일부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여권에서는 산하기관 인사권 행사를 직권남용으로 지나치게 넓게 해석한 수사였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후 한 수석은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초대 법무부 장관 후보로 유력 검토됐다. (관련 기사 : 2022년 4월 12일 CBS노컷뉴스 [단독]尹, 13일 5~6개부처 조각 발표…安측 인사 기용 '진통')

당시 수사 부서장이던 주진우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이 이후 윤석열 대선 캠프를 거쳐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을 지냈고, 현재 국민의힘 의원이라는 점도 여권 지지층 일각에서 문제 삼는 대목이다.

아울러 한 수석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추진을 주도한 고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의 사위이기도 하다. 가족관계만으로 자격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노무현 탄핵과 문재인 정부 수사 이력이 겹치며 인선의 상징성이 커졌다.

딴지 등 진보 커뮤니티 "李에 배신감"


기자간담회 하는 조국혁신당 신장식 당 대표 권한대행. 연합뉴스

비판의 선봉에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과 검찰 출신 인사가 다수 포진한 조국혁신당이 섰다.

혁신당은 21일 한 수석 임명 직후 논평에서 "검사 보완수사권과 전건송치주의 문제를 다룰 검찰개혁 2단계 논의를 앞둔 상황에서 우려되는 바가 매우 크다"고 밝혔다.

혁신당은 한 수석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조치의 사후 추인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증언한 점도 문제 삼았다. 한 수석은 2022년 이성윤 당시 서울고검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자신의 보고나 승인 없이 서울동부지검 명의와 사건번호가 사용됐다고 밝혔다.

특히 보완수사권 폐지와 강도 높은 검찰개혁을 요구해온 여권 지지층에서 반발이 거세다.

딴지일보 등 진보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 수석의 이력을 거론하며 인선에 배신감을 느낀다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민정수석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는 대통령 참모인 만큼 이번 발탁이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직접 보여준다는 주장도 나왔다.

여권 지지층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난 2월엔 과거 변호 이력까지 문제 삼아 특검 후보를 배제해놓고, 이번엔 문재인 정부 수사 검사를 민정수석에 앉힌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당시 민주당이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변호인이던 전준철 변호사를 2차 종합특검 후보로 추천하자 이 대통령이 격분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결국 혁신당 추천 후보가 임명됐다.

이런 반발 속에 추미애 경기지사 당선인이 페이스북에 "오늘 오전 뉴스를 보고 허탈함이 밀려온다"고 쓴 글도 한 수석 인선에 대한 우회 비판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추 당선인은 정호승 시인의 시 '산산조각'을 소개하며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직후 법무부 장관직에서 물러났을 때 자신에게 위로가 됐던 시라고 설명했다.

"친윤 아닌 검사 찾기 어렵다"


연합뉴스

청와대는 한 수석에 대해 "법 집행의 엄정성과 인권 감수성을 균형 있게 축적해 온 법조인"이라고 소개했다.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 신설 등 검찰개혁을 차질 없이 완수할 인사라는 설명이다.

여권 내부에서는 특검 후보 추천과 민정수석 인선을 같은 잣대로 비교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검찰 고위직 출신 중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인사상 인연이 전혀 없는 사람을 찾기 힘든 검찰 내부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특검 추천 논란 때 들어보니 '검사 출신 중에 친윤 딱지가 붙지 않은 사람이 없다'더라"며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히면서 인사권까지 줬고, 그때 이미 라인이 싹 깔렸다"고 말했다.

이어 "계엄 전까지 친윤이 검찰의 주류였다"며 "지금에야 그들이 헌정질서를 파괴했으니 부역자로 보지만, 당시만 해도 출세하려면 다 친윤으로 가려고 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민주당은 이미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경쟁이 과열되면서 내홍을 겪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자제를 당부했고 우원식 전 국회의장도 불출마 선언에서 당의 분열과 반목을 언급했다.

2단계 검찰개혁 논의가 본격화하면 이번 인선을 둘러싼 반발도 노선 갈등으로 확산할 수 있다. 당권 경쟁과 인사 논란을 수습하면서 개혁 동력을 지켜내는 일이 이 대통령과 여권 전체의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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