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시대 지도자의 언어는 더 무거워야 한다

[기자수첩]의도는 이해하지만 말은 신중해야…정치권의 갈등 증폭도 경계해야

전남광주대전환기획위원회 현판식. 전남광주대전환기획위원회 제공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을 불과 열흘 남짓 앞두고 주사무소 주소지를 둘러싼 논란이 지역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시민들이 기대하는 것은 통합 이후의 성장과 변화인데, 지역사회의 관심은 어느새 미래 비전보다 청사 논쟁으로 쏠리고 있다.

민형배 당선인의 발언 취지를 들여다보면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지방자치법상 법적 주소지인 주사무소는 한 곳만 둘 수 있는 만큼, 광주·무안·순천 3개 청사를 균형 있게 운영하되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껴온 동부권에 상징적 배려를 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 차원의 언급으로 읽힌다. 특별법 역시 세 청사의 균형 운영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의도와 별개로 이제 민 당선인의 말은 더는 개인 정치인의 발언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국회의원 시절의 문제 제기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초대 수장으로서의 언급은 무게가 다르다. 당선인의 말 한마디는 정책 방향으로 해석되고, 때로는 이미 결정된 사안처럼 받아들여진다. 확대 해석될 가능성이 충분히 예견되는 상황이었다면 보다 신중한 표현과 설명이 뒤따랐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그 이후 정치권의 대응이다. 일부 정치인들은 발언의 취지와 맥락을 충분히 살피기보다 단편적인 해석과 단순화된 주장으로 지역 간 갈등을 증폭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복합적인 행정·정치적 사안이 청사 논쟁으로 축소되면서 지역 정서는 더욱 예민해졌고, SNS를 통해 논란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통합의 해법을 제시해야 할 정치가 오히려 갈등의 증폭기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치의 역할은 갈등을 발견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공동체가 앞으로 나아갈 해법을 찾는 것이 정치의 본령이다. 통합특별시 출범이라는 역사적 전환점에서 정치권이 지역 감정을 자극하고 편 가르기를 부추긴다면 어렵게 만든 통합의 동력은 시작부터 소진될 수밖에 없다.

지금 시민들이 정치권에 묻는 것은 주소지가 어디냐가 아니다. 통합 이후 무엇이 달라질 것인지에 대한 답이다. 반도체를 비롯한 미래산업 유치와 재정 혁신, 광역 교통망 구축을 통해 어떻게 더 잘사는 도시를 만들 것인지가 시민들의 더 큰 관심사다.

통합시대 지도자의 언어는 더욱 무거워야 한다. 좋은 의도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말이 어떤 파장을 낳을지까지 고민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동시에 정치권 역시 이를 갈등의 소재로 소비하기보다 통합의 가치를 지켜내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지역사회 안팎에서는 "통합은 누가 더 가져가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얼마나 성장하느냐의 문제"라며 "지도자의 말과 정치의 품격이 통합특별시의 첫인상과 성공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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