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증도 없는데 지게차 안 몰면 회사 못 다닌다고 했어요. 그 말이 가슴이 아파요."
제주시 애월읍 하귀하나로마트에서 지게차를 몰다 깔려 숨진 20대 청년 노동자 고(故) 김영균씨. 유족들은 22일 민주노총 제주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고인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가족, 친척 등 유족 측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해 고인이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일해왔다고 주장했다. 특히 다음 달 출산을 앞둔 아내까지 배를 움켜지고 자리했다.
먼저 유족들은 고인이 농협 유통센터 아르바이트를 거쳐 지난해 8월부터 하귀하나로마트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했는데, 지게차 운전 자격증이 없는데도 관련 업무를 강제로 맡아왔다고 주장했다.
유족은 "영균이가 1년 계약직으로 일하고 그 업무를 잘 수행하면 차후 무기계약직이 될 수 있다고 했어요. 그래서 면허가 없는데도 지게차를 몰았던 거 같아요. 위험해서 다른 업무 하면 안되냐고 말하니까 이거 안하면 회사 못다닌다고 했어요. 그 말이 가슴 아파요"라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특히 사고 이틀 전 다리를 다쳐 깁스를 했지만 충분히 쉬지도 못하고 바로 작업에 투입됐다고 주장했다.
유족은 "영균이가 다리를 다쳐서 깁스를 했어요. 그런데 쉬지 못하고 일을 했고 사고 당일까지 깁스를 하고 일을 했어요. 지게차 운전을 하려면 양발을 써야 하는데 일처리를 할 수 없는 몸상태인데 작업을 시킨 거예요"라고 토로했다.
또 사고 현장은 지게차 작업을 하기에 매우 위험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유족은 "고객 차량이 수시로 오가는 지하주차장 동선이었고 경사까지 심해 사고 위험이 매우 컸어요. 그런데 왜 비까지 오는 날 그곳에서 지게차를 운전하게 했는지 모르겠어요. 보통 화물 전용 엘래베이터로 옮기게 하거든요"라고 말했다.
이밖에 휴일과 퇴근 이후에도 업무 연락이 이어지는 등 업무 스트레스도 상당했다고 전했다.
유족은 "쉬는 날에도 '발주 넣어달라', '이거 해달라' 수시로 연락이 왔고 마트에 다녀와야 한다며 일을 했어요"라고 전했다.
유족들은 이번 사고가 개인의 과실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강조했다.
"발인 끝나고 농협 측에서 찾아와 무릎 꿇고 사과를 했는데 형식적으로 느껴졌어요. 사고가 난 지 3일이나 지나 와서 하는 사과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우리가 바라는 건 제대로 된 조사입니다. 영균이의 희생이 억울한 죽음으로만 남지 않고,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진상이 명확히 밝혀졌으면 좋겠습니다."
사고 직후 A씨는 주변 사람들에 의해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제주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 마트 측이 안전수칙을 잘 지켰는지, 사고 예방을 위해 교육이나 안전관리를 제대로 했는지 들여다볼 방침이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도 중대재해처벌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하귀농협 측은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고로 큰 슬픔을 겪고 있는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며 "사고 피해 지원에 성실히 임하고 유족들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관계기관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구체적인 경위에 대해서는 답하기 어렵다"면서도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향후 필요한 조치에도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