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돌진 차량에 일가족 날벼락…'고령운전자 사고' 또 화두로

5명 중·경상…어머니 숨지고 자녀 다쳐
운전자 70대 후반 고령자…"면허 갱신 주기 단축 필요"
"교통섬에 안전장치 없다" 지적도

지난 21일 오후 1시 10분쯤 부산 남구 대연동의 한 삼거리에서 70대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인도를 덮쳐 보행자 2명이 숨졌다. 사고가 발생한 현장에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꽃다발이 놓여있다. 정혜린 기자

부산에서 승용차가 인도로 돌진해 2명이 숨진 사고 차량 운전자가 70대 후반으로 드러나면서,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가 또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22일 오전 부산 남구 대연동 한 삼거리. 신호등에 꽃다발 여러 개가 놓였다. 꽃다발에는 '사고로 운명을 달리 하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곳은 전날 오후 1시 10분쯤 A(70대·남)씨가 몰던 승용차가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 2명이 숨지고, 3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고가 난 장소다.
 
피해자 중에는 일가족도 있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인근에서 주말 외식을 한 뒤 귀가하던 일가족 가운데 40대 어머니가 숨졌고, 10대 자녀가 경상을 입었다.
 
인근 주민이나 상인들도 사고 충격이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김경자(50대·여)씨는 "쾅하는 소리가 엄청나게 크게 나서 지진이 난 줄 알고 주저앉아 있었다. 진열된 상품이 떨어질 정도였다"며 "출퇴근길에 항상 지나다니는 곳인데 이제 못 지나갈 것 같다. 피해자들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파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오후 1시 10분쯤 부산 남구 대연동의 한 삼거리에서 70대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인도를 덮쳐 보행자 2명이 숨졌다. 사고가 발생한 현장에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꽃다발이 놓여있다. 정혜린 기자

운전자 70대 후반 고령자…"면허 갱신 주기 단축 필요"


경찰에 따르면 사고 차량은 골목길 주차장에서 나오다가 길가에 주차된 차량을 긁었다. 이후 빠른 속도로 내리막길을 달려 오토바이 3대를 들이받은 뒤 인도로 돌진했다. 이후 지하철 환풍기 시설을 들이받고 멈춰 섰다. 운전자 A씨는 70대 후반으로 확인됐다. 그 역시 중상을 입어 경찰 조사는 아직 진행되지 않았지만, 사고 직후 "브레이크가 잘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에 대한 우려가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부산에서는 지난 2024년에도 해운대구에서 70대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인도를 덮쳐 행인 2명이 숨졌다.
 
부산은 전국 7개 특·광역시 가운데 고령 운전자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부산 전체 운전자 중 만 65세 운전자 비율은 16.6%로 1위를 차지했다.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비율 역시 2020년 15.2%에서 2023년 21.1%로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면허를 자진 반납하는 비율은 여전히 3%대에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교통 환경이 고령 운전자들이 운전을 포기할 경우 편리한 이동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지적하는 동시에, 고령자의 경우 면허 갱신 주기를 단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김진유 경기대학교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고령 운전자들이 운전을 포기 못 하는 이유는 대중교통이나 택시 등이 자가용 운전의 편리성을 대체해 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이 드신 분들이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며 "운전면허증 갱신 적성 검사를 현실화해 고령자들의 경우 기간을 단축한다거나, 병원 진료에서 운전에 영향이 있는 질병이 확인되면 경찰에 통보가 가게 하는 등 보완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1일 오후 1시 10분쯤 부산 남구 대연동의 한 삼거리에서 70대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인도를 덮쳐 보행자 2명이 숨졌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이날 오전 부산 남구청과 남부경찰서 등은 사고 현장에서 합동 점검을 벌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사고가 난 '교통섬'에 안전 펜스 등 보호장치가 전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석광진 부산본부본부장은 "교통섬에 가드레일 등 신호 대기 중인 사람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하나도 없다. 내리막길에서 바로 정면에 있는 위치라서 위험하다"며 "교통섬을 없애고, 내리막길에도 과속 방지턱을 설치하는 등 도로 시설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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