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메르츠 총리가 중국 위안화 가치를 절상하기 위한 제2의 '플라자 합의' 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데 대해 중국 관영 매체 "현재 중국은 1985년의 일본이 아니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관영매체는 통상적으로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한다.
환구시보는 22일 사설을 통해 "유럽 국가들이 대중국 무역적자 문제를 구조적인 위협으로 포장하며 플라자 합의를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며 "대중국 무역 적자는 유럽의 에너지 가격 상승, 혁신 부족, 산업 정책 지연 등으로부터 발생한 것이지 위안화 환율 때문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매체는 이어 중국의 수출 경쟁력 역시 "인위적인 환율 조정 때문이 아니라 포괄적인 산업 체계와 지속적인 기술 투자, 거대한 시장, 활발한 시장 경쟁에서 나온 것" 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 유럽은 가치 사슬 상위권을 차지하면서 기술·브랜드·규칙을 당연한 우위로 여기는 데 익숙해져 있었으나, 이제 중국이 추격을 가속하고 있고 전기차·배터리·기계·녹색제품 등 분야에서는 부분적으로 선도를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럽을 향해서는 "중국에 속도 조절을 요구하기보다 스스로 개혁을 가속하는 편이 낫다"며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메르츠 총리의 발언에 대해선 "'플라자합의'를 다시 하자는 요구는 본질적으로 경제적 해결책이 아니라 정치적 압력"이라며 "중국은 환율을 억압의 구실로 삼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강대국들이 몇몇 국가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던 옛 시대로 돌아가지도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매체는 또 "현재 중국은 1985년의 일본이 아니다"며 "중국의 경제 규모, 시장 깊이, 산업 완전성 및 정책 자율성은 당시 일본과 비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메르츠 총리는 지난 19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한 연설에서 "중국 위안화가 30%가량 저평가돼있고,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산한 16% 수준을 뛰어넘는다"고 지적하면서 "플라자 합의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국제 환율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985년 무역과 재정 등 '쌍둥이 적자'에 빠진 미국의 압박으로 미국·일본·영국·프랑스·서독 등 선진 5개국(G5) 재무장관은 인위적으로 일본 엔화와 서독 마르크화를 평가절상하는 내용의 플라자 합의에 서명했다.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합의가 이뤄져 '플라자합의' 로 불린다.
이후 급등한 엔화로 수출에 타격을 받은 일본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과도한 금융 완화 정책을 펴다가 자산 거품을 일으켰고, 거품이 꺼지면서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30년'의 터널로 진입하게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