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승 랠리가 펼쳐지는 가운데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개인의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도 반도체 투톱에 몰리고 있다.
반도체 쏠림 현상은 반도체 실적 전망이 여전히 우상향하는 데 힘입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출시 이후 심화하는 변동성 확대는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온다.
SK하이닉스, 26년간 '시총 1위' 삼성전자 추월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인 9114.55로 마감하면서 시가총액 7445조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총이 55.7%에 달한다.올해 초 35%였던 반도체 투톱의 시총 비중은 반년 만에 절반을 넘어 60%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코스피 상승의 71%도 반도체 투톱이 담당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전날 2080조 3782억원을 달성하며 2000년 11월 이후 삼성전자(2066조 6595억원)가 지켜온 국내 시총 1위 자리를 탈환하는 새 역사를 썼다.
최근 SK하이닉스의 시총 상승은 이르면 오는 8월 미국 주식예탁증서(ADR)가 나스닥에 상장할 것이란 기대감에 주가가 급등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러 기대감을 감안하더라도, 올해 초 삼성전자 시총의 65%(493조원)에 불과했던 SK하이닉스가 불과 몇개월만에 역전한 것은 한국 증시의 극심한 변동성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롤러코스피 장은 개인이 주도하고 있다. 올해 외국인이 123조원을 순매도하는 과정에서 개인은 77조원을 소화했다. 개인의 ETF 매수 물량으로 해석되는 금융투자가 57조원을 순매수한 것을 생각하면, 개인은 외국인 매도를 모두 받아내고도 코스피에 11조원을 더 투자했다.
올해 개인 투자를 종목별로 보면, 삼성전자 38조원과 SK하이닉스 27조원 등 반도체 투톱에 집중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ETF도 유사한 경향을 보인다. 개인 매수 1위는 'SOL AI반도체TOP2플러스'로 3조 2070억원 규모다. 12위에는 'TIGER 반도체TOP10'(1조 7577억원)이 이름을 올렸다.
개인 순매수 15위 안에 △4위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2조 3107억원) △6위 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2조 1238억원) △7위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2조 639억원) △15위 TIGER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1조 5천억원) 등 반도체 투톱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대거 포함됐다. 상장 한 달 만에 보인 엄청난 인기다.
이 같은 개인의 투자는 반도체 쏠림 현상을 강화한 핵심 요소로 꼽힌다.
현대차증권 김재승 연구원은 "ETF 투자는 일반적으로 시총 비중이 큰 종목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자하는 대형주 중심 투자"라며 "개인 자금이 ETF로 유입될수록 시총 상위주의 기계적 순매수를 야기하고, 이를 통해 시총 비중이 커지면 ETF로 자금 유입시 대형주를 추가적으로 매수하는 쏠림 장을 심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실적 '오늘도 맑음'…올여름 '1만피' 돌파 전망
반도체 실적은 천장을 뚫고 상승 중이다.
6월 중순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188.4% 급증한 255억달러로 집계됐다. 1~20일 기준 역대 최대치로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1.2%로 나타났다.
3개월 연속 300억달러를 돌파와 전년 대비 150% 이상 성장한 월간 반도체 수출액 기록을 무난하게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수출 규모는 반도체 매출은 물론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될 전망이다.
영업이익 컨센서스도 가파르게 뛰어오르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87조 1570억원으로 3달 전보다 82%나 상향 조정됐다. 일각에서는 100조원 달성 가능성을 거론한다. SK하이닉스 역시 2분기 62조 6400억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3달 전보다 57%나 상승한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올여름 코스피 1만 달성 관측이 나온다.
IBK 변준호 연구원은 "탑다운 관점에서 경기 선행 지표와 수출 등 주요 대내외 지표들이 우상향 기조를 지속하고 있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실적 전망 및 마진 개선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이번 써머랠리를 통해 코스피는 1만 혹은 이를 상회하는 수준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드러누워 막았어야 했나"…변동성 확대 '주의'
다만 반도체 쏠림 현상에 따른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근 코스피200변동성 지표(VKOSPI)가 역대 최고 수준인 90을 오르내리고 있다. 이는 이론적으로 코스피 지수가 하루에 ±5.5% 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의미다.
하나증권 이재만 연구원은 "6월 들어 VKOSPI가 90을 기록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고점(89)을 넘어섰다"면서 "과거 경험해보지 못했던 현재의 극단적으로 높은 이익 증가율은 기대감도 만들 수 있지만, 실제 발표 이익의 예상치 하회와 이익 증가율 정점 통과 우려도 형성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코스피 변동성 확대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과 관련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극심한 회전율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증권신고서가 접수된 이후에는 현실적으로 다른 방안이 없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이 원장은 "손실 위험이 큰 상품임에도 투자자의 약 92%가 개인 투자자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투자자 대부분이 중산층 성인인 경우가 많아 급격한 변동 상황이 발생하면 가계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만큼 별도의 안전조치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25일(한국시간) 발표되는 마이크론 실적에 관심이 쏠린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 3위인 마이크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앞서 실적을 발표하기 때문에 메모리 반도체 실적의 '풍향계'로 불린다.
예상되는 주당순이익(EPS) 20.3달러와 기존 가이던스로 제시한 매출총이익률(GPM) 81% 달성 여부가 관건으로 꼽힌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에서 심화하고 있는 반도체 쏠림 현상과도 직결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국내 반도체주 보유자들에게도 주중 최대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