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8일 평양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북한과의 군사 협력 강화 의지를 밝혀 파장을 낳고 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외교, 법집행, 군대 등의 교류를 강화하자"고 말했다.
시 주석의 북한 방문 수행원에는 둥쥔(董軍) 국방부장(장관)도 포함됐다. 군사협력 강화가 방문 목적 중 하나라는 것을 보여준다.
북한 측에서는 노광철 국방상(장관)이 정상회담에 배석했다. 둥쥔과 노광철은 군복 차림으로 시 주석의 다른 일정에도 대부분 참석했다.
우리 통일부는 "(김정은 시대에) 북중관계에서 공개적으로 군대 분야 교류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반대로 시 주석이 2019년 1차 방북 때 말했던 '한반도 비핵화'는 이번에 빠졌다. 7년 사이에 남북관계 및 국제정세는 크게 달라졌다.
중국은 왜 현 시점에서 북한과 군사협력 강화에 나선 것일까? 우선 '대만 침공을 염두에 둔 준비 차원'이라는 분석이 눈길을 끈다.
이것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북한의 협조를 받기 위해 미리 군사적 협력관계를 구축해 놓으려 한다는 주장이다.
북한 전문 영어매체 NK뉴스는 지난 11일, 마이클 보색(Michael Bosack), 안드레이 란코프(Andrei Lankov) 등 전문가를 인용해 이런 시각을 소개했다.
구체적으로, 북한군이 한미일의 군대를 한반도 주변에 묶어둠으로써 대만을 지원하지 못하게 만들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것은 대만 유사시 한국군이나 주한미군이 서해에서 중국 군함의 남하를 차단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과 대칭되는 개념이다.
현단계에서 중국의 의도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다만, 북중 군사협력의 범위를 대만으로까지 넓게 관찰하는 분석은 유익하다.
만일 대만에서 군사 충돌이 발생한다면, 한국을 포함해 동아시아 전역이 하나의 전구(戰區, theater)로 엮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대만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입장을 적극 옹호하고 있다. 이번 평양회담에서도 김정은은 '하나의 중국'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또다른 시각은, 중국이 북한에 군사협력 카드를 내민 것이 일본의 군사력 증강에 대응하려는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다카이치(高市) 총리 집권 이후 일본은, 군비를 급속히 확충하고 있다. 중국의 세력 확장과 미국의 퇴조에 대비한다는 명분이다.
일본은 지난 4월부터 호주, 필리핀 등 아태지역 국가들에 대한 무기 판매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대만 남쪽에 위치한 필리핀과는 준동맹 관계가 됐다. 일본과 필리핀은 2024년 상호접근협정(RAA)을 체결했다.
이로써 일본 자위대의 필리핀 주둔과 군함, 군용기 등 무기의 반입이 쉬워졌다. 상호군수지원협정(ACSA)도 조만간 발효를 앞두고 있다.
필리핀은 유사시 대만 방어의 후방기지로 사용될 수 있다. 중국의 남중국해 영해화 시도에 맞설 요충지이기도 하다.
일본은 현재 한국과도 군수지원협정 체결을 논의하고 있다. 중국은 한일의 안보협력에 매우 민감하다.
중국은 이런 정세 변화를 북한과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북한과 중국은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경계하면서 군사대국화에 반대하고 있다.
이런 시각에 따르면, 북중 군사협력은 중국군의 동해 진출 확대, 중국 군함의 북한 동해안 접근 추진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중국이 북한군의 동향 파악과 북중관계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군대 교류의 확대를 추진한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중국과 북한의 군사적 교류와 협력은 코로나19에 따른 국경봉쇄 이후 뜸해졌다. 중국은 교류 재개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지난 2024년 북러 동맹조약 체결과 북한의 러시아 파병 및 무기 지원 이후 북한군의 동태에 대한 관심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평양 정상회담 수행단에 둥쥔 국방부장이 포함이 것도 북한과의 군사교류 재개에 대한 중국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중국은 북한과 압록강 및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1,352km의 국경을 접하고 있다. 더구나 북한은 핵무기까지 보유하고 있다.
그런 만큼 북한과의 소통채널 확대를 통한 군사관계의 안정적 관리는 중국에 있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시 주석의 북중 군사협력 강화 의사 표명을 계기로 양측의 군사분야 교류의 움직임은 빨라질 것이다.
조만간 양국 군 수뇌부의 상호 방문을 시작으로 인적 왕래가 늘어날 것이 확실시된다.
지난 2019년 6월 시 주석의 1차 방북 때는 북한 인민군 김수길 총정치국장이 두 달 뒤 중국을 방문했다.
김수길은 2019년 8월 17일 베이징에서 당시 시진핑의 군내 최측근으로 분류됐던 장유샤(張又俠) 중앙군사위 부주석과 회담을 했다.
다시 두 달 뒤인 2019년 10월에는 중국군의 핵심 인물이던 중앙군사위 먀오화(苗華) 위원이 평양을 답방했다.
중앙군사위 정치공작부 책임자였던 먀오화는 북한에서 리수용 노동당 국제부장과 김수길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잇따라 만났다.
같은 달 북한 인민무력성 김형룡 부상(차관)이 중국 우한에서 열린 제 7차 세계군대체육대회 개막식과, 베이징에서 열린 제 9차 샹산(香山)포럼에 참석했다.
2019년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군 수뇌부 간 교류가 봇물 터지듯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다음해인 2020년 1월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왕래는 중단됐다.
게다가 7년 전 시진핑의 군부 내 최측근으로 분류됐던 장유샤와 먀오화는 현재 모두 비리에 연루돼 자리에서 물러난 상태다.
중국군 지도부가 북한군 수뇌부와 고위급 회담을 이어갈 필요성이 더 커진 것이다.
그런데 만약 중국이 대만 침공 시 북한군의 협조를 받으려 한다는 분석이 맞다면, 중국이 북한을 적극 설득할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달라진 전쟁의 양상을 고려할 때 중국의 고급 군사정보나 이중용도 기술 등이 북한의 협력을 이끌어낼 유인이 될 수 있다.
앞서 미국은 중국의 민간 업체들이 위성과 AI를 통해 수집한 군사 정보를 이란에 제공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솔깃해할 만한 대목이다.
제조업 대국인 중국은 첨단무기에 활용되는 민군 이중용도 기술도 다량 보유하고 있다. 드론 기술이 대표적이다.
현 시점에서 중국이 이런 기술이 북한에 제공할 것이라고 예단할 수 없다. 다만 북한을 유인할 반대 급부로 활용될 지 주목해야 한다.
이번 방북에서 시 주석은 과거 한국전쟁에서 중국이 북한을 위해 싸웠다는 점을 부각했다. 군사교류의 필요성을 암시한 것일 수 있다.
시 주석은 특히 평양 모란봉에 있는 우의탑(友誼塔)을 재차 방문했다. 7년 전 1차 방북 때도 찾아와 헌화와 묵념을 했던 곳이다.
두 번 모두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도 동행했다. 김 위원장 부부는 이번에도 미리 우의탑에 도착해 시진핑 부부를 맞이했다.
중국 관영 CCTV의 관련 화면을 보면, 시 주석이 우의탑 내부에 마련된 중공군 참전 기념관을 꼼꼼히 살펴보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전사자 명부를 펼쳐보면서 김 위원장에게 당시 정황을 설명하기도 한다.
CCTV는 "두 정상이 1950년대에 중국과 북한이 함께 싸웠던 시절이 양측 모두에 영원한 역사적 기억이라는 데 공감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러시아와 군사적으로 밀착한 현 상황에서, 중공군의 한국전 참전 사실은 시 주석이 가장 되새기고 싶은 과거일 것이다.
하지만 북한 로동신문은 정상회담 소식을 전하면서 시 주석이 언급한 '군사교류 강화' 부분을 제외했다. 경계심의 표현으로 보인다.
동시에 이것은 김정은이 중국보다는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에 더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북한은 지난 4월 26일 평양에 '해외군사작전 위훈기념관'을 세웠다. 인민군의 러시아 파병 의미를 선전하기 위한 시설이다.
김정은은 준공식에서 북한군의 파병이 "피로 쓴 정의의 새 역사"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러시아의 뱌체슬라프 볼로딘 하원의장과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국방장관 등도 연설을 들었다.
지금 북한군이 파병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5년째 전쟁을 하고 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러시아도 고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에는 아직 북한군 1만 4천여 명이 파견돼 있다. 이 중 9천 500명은 실제 전투에 참여 중이다.
북한군 러시아 파병의 그늘은 예상보다 길다. 남북 관계는 물론 북중 관계에도 바꾸고 있다.
강성웅 국제정치 칼럼니스트, 전 YTN 베이징특파원
※ 외부 필진 기고는 CBS노컷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