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중단된 서울 송파구 투표소 가운데 9곳은 직전 지방선거에서도 송파구 전체 평균보다 사전투표율이 낮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본투표 당일 투표자가 상대적으로 많이 몰릴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었는데도, 선관위 투표소별 차이를 반영하지 않고 투표용지 인쇄량을 일괄 축소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표소별 편차 외면한 50% 인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진상규명위원회가 국회 선관위 국정조사특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실에 제출한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송파구선관위는 투표용지 인쇄매수를 줄이면서 8회 지방선거 당시 송파구 전체 투표율 55.0%를 참고했다.
당시 송파구 전체 사전투표율은 21.41%였다. 공직선거 절차사무편람은 예상 사전투표율 등을 감안해 투표용지 인쇄매수를 줄일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송파구선관위는 이를 근거로 이번 지방선거 투표용지를 선거인 수의 50% 수준으로 인쇄했다.
하지만 투표소별 사전투표율 편차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이번에 투표가 중단된 투표소 14곳 중 3곳은 투표소별 사전투표율이 별도로 집계되지 않았다. 비교 가능한 11곳 가운데 9곳은 지난 지방선거 당시 사전투표율이 송파구 전체 평균보다 낮았고, 2곳만 평균을 웃돌았다.
가락2동 제7투표소의 지난 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은 14.28%로 송파구 전체보다 7.13%포인트 낮았다. 과거에도 사전투표 참여가 상대적으로 저조했던 투표소는 본투표 당일 투표자가 더 몰릴 가능성이 있었다.
그럼에도 선관위는 사태 초기 "사전투표율이 약 23%였기 때문에 사실상 73%를 인쇄한 것과 같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이는 송파구 전체 사전투표율을 기준으로 한 계산으로, 투표용지 부족이 발생한 개별 투표소의 특성은 반영하지 못했다. 전체 평균으로는 인쇄량이 충분해 보여도 사전투표율이 낮아 본투표 수요가 큰 투표소에서는 용지가 부족할 수 있었다.
진상규명위는 "이러한 통계수치를 고려할 때, 송파구선관위는 선거일 투표율이 높아지리라는 것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간과하고 투표용지 인쇄 비율을 축소한 것"이라며 "투표소별 사전투표율을 고려하지 않고 전체 투표율만을 기준으로 일괄 인쇄매수 축소를 결정한 것이 사태의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진상규명위는 공직선거 절차사무편람에 대해서도 "투표구별 단위로 정밀하게 사전투표율을 반영하라는 취지이지, 해당 지역 전체의 사전투표율을 일괄로 적용하라는 의미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5개월 전 인구 기준으로 인쇄
투표용지 인쇄량 산정에 활용한 선거인 수도 실제 선거인명부와 차이가 났다.
공직선거 절차사무편람은 투표용지 인쇄매수를 줄일 경우 '선거인명부에 등재된 선거인 수' 또는 '인구기준일 현재 통보받은 예상 선거인 수' 중 하나를 기준으로 삼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서울 지역 대부분의 선관위는 행정안전부가 2025년 12월 31일 통보한 예상 선거인 수를 기준으로 투표용지 인쇄량을 산정했다.
하지만 실제 선거인명부 작성기준일은 2026년 5월 12일로 5개월 이상 차이가 났다. 이 기간 이사나 재건축 아파트 입주 등에 따른 선거인 수 변동이 인쇄량 산정에 반영되지 못했다.
송파구의 경우 인쇄량 산정 기준이 된 2025년 12월 31일 선거인 수는 거소투표자를 제외하고 56만 4438명이었다. 잠실4동만 2026년 3월 1일 수치를 적용했다.
반면 선거인명부 작성 기준 선거인 수는 56만 5445명으로 1007명 많았다.
진상규명위는 "해당 기간 사이에 이사, 재건축 아파트 입주 등 인구변동사항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로 인해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선거일에 가장 가까운 선거인명부 작성일을 기준으로 투표용지 인쇄매수를 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선관위는 22일 진상규명위 조사 결과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해식 의원은 "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국정조사에 충실히 반영해 책임 규명과 제도개선을 이어나가겠다"며 "무엇보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선거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다시 세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