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혁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두고 여야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헌법 개정도 필요하다면 추진한다"는 원칙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향후 개헌 추진 동력이 형성될지 관심이 쏠린다.
당·청이 띄운 '원포인트 개헌'
원포인트 헌법 개정 논의가 떠오른 배경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언급이 있었다.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언론 브리핑에서 "헌법이 너무 명징하게 (선관위를) 독립기관으로 해놔서 감시∙통제∙견제 법이나 제도를 만들면 위헌 결정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개헌안 발의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헌법 개정안은 대통령도 발의할 수 있다.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원포인트 개헌 가능성까지 언급한 까닭은 이번 사태를 철저히 국민 눈높이에서 다뤄야 한다는 뜻"이라며 "개헌은 헌법 질서를 다시 세우고 선관위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진상 규명 후 개헌 탄력 받나
여권 지도부가 개헌 논의에 힘을 싣는 모습이지만, 정치권은 아직 이를 실천해 옮길 동력을 찾지 못하는 분위기다. 여당인 민주당은 지난 9일부터 '선거제도 개혁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선관위 개혁을 위한 자체 안을 구상하고 있다.
우선 개헌을 추진한다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 전에 헌법 개정을 추진한다면, 여야 합의로 추진하는 국정조사를 여당이 형식적인 절차 정도로 여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TF 소속 위원은 "최종안에 국정조사 특위가 제시한 의견도 반영해야 한다"며 "'합리적인 의견들을 모아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면 추진한다'고 협의했는데, 어떤 헌법 개정이 필요한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힘 "개헌은 블랙홀"
선관위 구조 개편은 선거관리위원회법 개정으로 가능하지만, 감사원을 통한 견제 등 헌법상 권한 조정에는 개헌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민주당의 선관위 개혁안은 △선관위 상임 체제로 개편 △선관위 외부 감시 장치 도입으로 압축되는 분위기다.헌법 제97조는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으로 '행정기관'과 공무원으로 한정하고 있어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을 근거로 지난해 2월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관위에 대해 감사원이 직무감찰을 할 권한이 없다는 취지로 결정한 바 있다.
다만 이런 방안이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할 여지가 있어 조심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율사 출신 민주당 의원은 "김치 맛이 안 좋아졌다고 김장독을 엎어버리면 안 된다"며 "선관위의 독립성은 유지돼야 하므로 투표용지 인쇄 비율 하한을 상향하는 등 헌법 개정 없이 법과 제도를 촘촘하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협조 없이 개헌은 불가능하다는 현실적인 제약도 있다. 개헌은 재적 의원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의결된다. 국민의힘 의석수는 총 110석으로 개헌저지선(101석)을 이미 확보한 상황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개헌보다 특별검사 도입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6∙3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국정조사특위 위원장)은 2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번 개헌으로 가면 완전히 블랙홀처럼 빠지게 된다. 원포인트 개헌 이전에 법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며 개헌 필요성엔 선을 그었다.
같은 당 정점식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장 시급한 건 개헌보다 특검"이라며 "헌법은 법률이나 시행령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어떤 문제가 있을 때마다 관련 헌법 조항을 고치는 '원포인트 개헌', '부분적 개헌' 등 졸속 누더기 개헌에 명확히 반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