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동결자산·핵사찰 놓고 충돌…MOU 이행 '해석 전쟁'

이란 "120억달러 해제 합의"…미국 "핵 포기가 먼저"
자금 사용처 놓고도 양측 해석 엇갈려
핵 사찰에도 이견

지난 21일(현지시간) 스위스서 종전 합의 후속 협상 나선 미·이란 대표단. 왼쪽부터 미국의 J.D. 밴스 부통령,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 이란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고위급 회담에서 합의한 양해각서(MOU) 문구 가운데 핵 사찰과 동결 자산 사용처 등에 대해 서로 다른 주장을 내놓고 있어 이번 주에 계속할 실무협상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이란 타스님 통신과 로이터 등 외신들은 22일(현지시간)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이 미국과의 고위급 회담에서 동결자산 120억달러(약 18조5천억원) 해제 문제를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도 SNS를 통해 "이란 석유 및 석유화학 제품 수출 제재가 면제되고 일부 동결자금이 해제됐으며 이란 재건 및 개발 계획이 가동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은 동결자금 해제는 이란의 핵 포기 이행에 연계돼있으며 MOU 서명 대가로 해제해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은 최종 합의를 향한 협상 진전에 따라 동결 자금을 단계적으로 풀어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동결자금의 사용처를 둘러싼 이견도 노출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해제된 자금을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는 데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란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이란 중앙은행 총재는 "현재 합의된 조항에 따르면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할 의무는 없다. 동결자금을 반드시 필수품 구매에만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제재 대상이 아닌 다른 물품도 구매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사용처를 제한하겠다고 밝힌 것은 MOU에 대한 자국 내 비판 여론을 잠재우고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핵심 지지층인 농민들을 달래려는 조치로 보이는데, 이란이 곧바로 반발하고 나서면서 실제 이행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 사찰단의 이란 복귀 문제를 놓고도 이견이 뚜렷하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MOU 체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IAEA의 핵사찰을 수용했다고 밝혔지만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새로운 약속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도 스위스 회담에서 핵 문제와 관련한 어떤 협상도 이뤄지지 않았고 새로운 의무도 수용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2015년 핵 합의 때 IAEA의 사찰을 허용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핵 합의에서 탈퇴하자 사찰을 제한했고, 지난해 6월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공습하자 사찰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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