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 말을 들어야 하나"…호르무즈 개방에도 '혼란' 계속

미국·이란 항로 딴소리에 해운업계 혼란
이란 따르면 미국제재, 미국 따르면 이란보복… '진퇴양난'
해협 통제권 힘겨루기 본격화

호르무즈 해협 선박들.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합의로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됐지만, 양국의 해협 통제권 힘겨루기로 해운업계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23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이 서로 다른 항로를 제시하면서 선박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가장 안전한 항로가 어딘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자국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거나 이란 해안선에 근접한 항로를 타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에 반해 미국은 오만 쪽으로 더 가까이 붙어 미군의 엄호를 받을 수 있는 항로를 선택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현재 미군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을 오만 쪽 항로로 유도하며 근접 호위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선박들로서는 미국과 보험사의 말을 들으면 이란에서, 이란의 말을 들으면 미국에서 제재받을 위험에 노출되는 셈이다.

오만 쪽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이 합의되기 전인 이달 초부터 해협의 통제권과 직결된 항로를 두고 힘겨루기를 해왔다.

이란은 전쟁 기간에 호르무즈 해협 통제를 강력한 지정학적 억지 수단으로 사용했고 전후에도 통제권을 보유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그 연장선에서 올해 5월 페르시아만해협청(PGSA)을 설립하고 지난주에는 PGSA에서 반드시 통항 허가를 받으라는 문서를 발송했다. 이 기구는 설립 이후 지금까지 미국의 대이란 제재 명단에 등재돼 있다.

반면 미국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주장이 유엔해양법협약 등 국제법에 어긋나며 공해의 자유로운 항행이 보장돼야 한다고 본다.

그런 맥락에서 미국은 올해 6월 초 미군의 호위를 받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항하라며 오만 쪽에 가까운 항로를 지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항로를 '수호천사(Guardian Angel) 항로'로 명명하고 미국의 통행료 징수 가능성까지 언급한 바 있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이 담긴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이후 선박 통항량은 혼란 속에도 증가하고 있다. 전날 정오까지 24시간 동안 30척이 넘는 선박이 해협을 지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