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사퇴한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재직 당시 외유성 출장 논란과 선관위 수의계약의 특정 업체 쏠림 의혹에 대해 "하여튼 국민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하신 부분은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경위와 관리·감독 책임을 묻는 질문에는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23일 투표용지 부족사태 국정조사에서 노 전 위원장을 향해 "선관위의 방만 경영이 범죄 수준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주 의원은 먼저 노 전 위원장이 중앙선관위원장 재임 중 배우자와 함께 2024년 독일·에스토니아를 방문하고, 지난해에도 덴마크·스웨덴을 출장차 찾은 점을 문제 삼았다. 각각 수천만원의 예산이 들어간 일정은 모두 배우자가 동행했다.
주 의원이 "증인의 배우자가 선거와 관련돼 무슨 전문성이 있나"라고 묻자 노 전 위원장은 "그런 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주 의원은 "이걸 누가 먼저 제안한 건가. 선관위에서 그냥 위원장이 출장 간다고 하니까 배우자 동반을 먼저 제안한 건가, 아니면 증인이 먼저 요구한 건가"라고 물었다. 노 전 위원장은 "먼저 요구한 바는 없다"고 했다.
주 의원은 에스토니아에서 어떤 선거 제도를 견학했는지도 추궁했다. 그는 "지금 에스토니아 선거제도를 연구해야 할 만큼 우리 선거제도가 후진적인가. 그렇지 않다"며 "독일·에스토니아를 간 게 7천만원이고, 덴마크·스웨덴은 9천만원"이라고 말했다.
특히 2022년 대선 당시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이 불거진 뒤에도 배우자를 동반한 해외 출장이 이뤄졌다는 점을 비판했다.
주 의원은 "대국민 사과하고 그 당시에 제도 개선, 확실히 개혁했으면 이번에 투표용지 부족 같은 상황 안 생긴다. 그런데 불과 2개월도 안 돼서 호주에 부부 동반으로 부부 출장을 갔다"고 말했다.
노 전 위원장은 "맨날 사과만 하면 뭐 하나. 국민들이 용납 못할 거라고 본다"는 주 의원의 말에 "네. 뭐 하여튼 지금의 관점에서 돌이켜 보면 국민들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하신 부분은 충분히 받아들이겠다"고 답했다. 이어 출장지였던 뉴질랜드에 대해서는 "여성 참정권이 세계 최초로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선관위의 높은 수의계약 비율도 도마에 올랐다. 주 의원은 "정부 부처·기관 중 선관위의 수의계약 비율이 87.7%다. 5년간 2400억원에 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알고 있었나"라고 물었다.
노 전 위원장은 "관여를 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답변이 이어지지 않자 강동완 사무총장 직무대리가 "제가 답해도 되겠나"라고 묻기도 했다.
주 의원은 전남 나주의 한 인쇄업체가 선관위와 1억 8천만원 규모의 '쪼개기 계약'을 맺은 사례를 거론했다.
그는 "증인, 대법관을 하셨으니 '쪼개기 계약'이 뭔지 아시죠"라며 "6년이 임기인데, 그 기간 동안 연구만 하고 실질적으로 국민 예산이 투입되는 부분에 대해선 전혀 관리·감독을 안 한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 도대체 누가 감독하는 건가. 수장으로 한 번 말씀해 보라"고 물었다.
노 전 위원장은 곧바로 답하지 못하고 한동안 침묵하다가 "그런 부분까지 좀 더 세밀하게 챙기지 못했음을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윤상현 특위 위원장은 "노태악 증인은 위원회를 대표하고 사무를 총괄하지 않나. 저런 '쪼개기 수의계약' 같은 데는 전혀 관여를 안 하신다는 건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