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정부의 지역 균형 발전 정책에 발맞춰 호남권을 중심으로 반도체 공장을 신설하는 내용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조만간 공개할 것으로 파악됐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들 기업 총수 회동이 마무리 된 뒤 이르면 이달 말 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24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7월 1일 출범할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반도체 후(後)공정을 담당하는 패키징 공장을 신설하는 방안 등을 놓고 정부와 지원책 등을 논의 중이다.
SK도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그룹 차원에서 반도체 패키징 공장과 AI 데이터센터 등을 새로 짓는 방안에 대해 막판 검토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기술 고도화에 따른 메모리 수요 폭증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향후 5년 내 전체 웨이퍼 생산 능력을 두 배로 늘릴 것"이라고 최근 밝힌 만큼, 전(前)공정 팹(반도체 공장) 신설로까지 투자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지역 핵심 관계자 설명이다.
이런 방안들이 현실화될 경우 호남 지역에는 처음으로 반도체 핵심 생산 시설이 자리하게 된다. 기업들의 검토안은 정부가 작년 말 발표한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과도 궤를 같이 한다. 당시 정부는 "수도권에 집중된 반도체 산업을 전국적 공간으로 확산할 것"이라며 광주(첨단 패키징) 등을 포함해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 대통령이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언급한 점도 초호황을 맞은 반도체 기업들을 주축 삼은 투자 계획 발표가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로 풀이됐다. 그는 당시 "중요한 건 성장의 과실이 특정 기업, 특정 지역, 특정 부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조만간 '성장 전략의 대전환'을 이뤄낼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국민 앞에 공개해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는 이미 최근에 회동했으며, 오는 25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도 청와대에서 만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총수 개별 면담 자리에서 투자 계획과 정부 지원 방안에 대한 최종 검토가 이뤄진 뒤, 이달 말 이 대통령과 주요 기업 경영진 간 간담회에서 구체 내용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의 경우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을 하루 앞둔 30일 해당 지역을 찾아 직접 투자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반도체 전후 공정을 아우르는 최대 수백조 원 대 시설 투자가 호남권을 중심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수도권에 집중된 반도체 시설이 분산되면서 생산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고, 특히 전공정 팹의 경우 전력과 용수 부담이 커 이에 대한 현실적 검토도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 논리다. 한 반도체 학계 인사는 "이미 조성 중인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보다 집중적으로 육성해 유기적, 효율적인 생산 체계를 빠르게 구축하는 것이 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는 더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전날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패키징(후공정) 담당 생산 거점인 충남 천안사업장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했다. 패키징은 전공정 공장에서 생산된 칩을 제품 형태로 완성하고 품질을 최종 검증하는 단계로, 칩을 이어 성능을 향상시키는 공정도 포함된다. 최근 D램을 쌓아 올린 HBM 등 AI용 메모리 수요가 폭증하면서 패키징 기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 회장의 천안사업장 방문은 HBM 수요 폭증 흐름 속에서 생산 경쟁력과 공급 대응 체계를 점검하고, 향후 사업 확대 전략을 세우기 위한 현장 경영 행보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