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은 남아도는데…"아이돌봄 서비스 받기 힘들어"

수요 느는데도 돌봄 수당 1089억 불용
전국 돌봄 대기 평균 39일, 경북 60일↑
돌봄사 교육 1만여 명 받아도 현장은 4천 명
부모 "신청해도 이후 연락 한번 없었다"
전문가 "공급이 수요 못 따라가는 구조"

22일 강원 강릉시 경포해수욕장에서 어린이집 원생들이 선생님을 따라 백사장을 걷고 있다. 연합뉴스

맞벌이 가정 등의 돌봄 공백을 메우는 공공 아이돌봄서비스 신청이 1년 새 30% 넘게 늘었지만 정작 부모들은 짧게는 한 달, 길게는 1년 넘게 매칭을 기다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돌봄사 수요는 늘었지만 정작 공급이 없어 예산은 해마다 1천억 원 안팎이 남아돌고 있다.

"신청은 했지만, 무한 대기…연락도 없어"

성남에서 두 아들을 키우는 의료업 종사자 장세희(37)씨는 2023년 공공 아이 돌봄을 신청했다. 장씨는 어렵게 다시 구한 직장에 출근하게 되면서 아이들의 등·하원 등을 보조할 돌봄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년 넘게 기다리면서도 매칭은 받지 못했다. 양가 부모님들도 모두 50km가 넘는 지역에 살고 있어 매번 도움받기 어려웠다. 결국 장씨는 중고 거래 플랫폼(당근)과 민간 돌봄사 중개 앱 등을 이용해 직접 돌봄사를 구했다. 그는 "공공 아이 돌봄은 직접 신청한 뒤로 대기 도중 안내나 연락이 사실상 없었다"고 토로했다.

장씨가 개인적으로 고용한 돌봄사의 시급은 1만 5천 원대로, 2023년 당시 공공 아이 돌봄 시급인 9천 원대를 크게 웃돌았다. 한 달 돌봄 비용은 3~40만 원으로 공공 서비스를 이용했을 때보다 매달 10~15만 원가량을 더 지급해야 했다. 돌봄사에 대한 계약서나 4대보험도 없고 급여는 현금으로 지급한다. 장씨는 "주말에 제가 일해서 버는 돈보다 돌봄에 나가는 돈이 더 많을 때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평택에 사는 세 자녀의 엄마 조은(35)씨가 이용한 민간 돌봄사 구인 앱 화면 캡처

공공돌봄을 신청했지만 연락이 오지 않은 건 장씨뿐만이 아니다. 평택에 사는 세 자녀의 엄마 조은(35)씨도 2022년 둘째를 키우며 공공 아이돌봄을 신청했지만 한 차례도 회신받지 못했다. 조씨는 "최초 신청 당시에 남아 있는 돌봄사가 없어 대기가 길어질 수 있다는 말만 들었고, 결국 연락은 끝까지 오지 않았다"며 "대기 중이라는 안내라도 한 번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씨도 결국 돌봄사 매칭이 안 되자 민간 업체로 눈을 돌렸다. 주말 위주로 돌봄사 중개 앱을 이용했는데, 시급 1만 2천 원 정도를 지급하는 돌봄사를 구하기 위해서는 앱 이용료로 월 4~5만 원을 지급했다. 조씨는 "검증이 부족한 개인 거래는 꺼려져 그나마 등록된 분들이 있는 민간 매칭 앱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출산율 높은 지역에 돌봄사 인력을 늘리거나, 그게 어렵다면 민간을 이용할 수 있게 지원 범위를 넓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평균 대기기간 한 달 넘어…턱없는 공급

성평등가족부가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아이돌봄서비스 신청은 2024년 13만 9508가구에서 2025년 18만 3794가구로 31.7% 늘었다.

같은 기간 평균 대기 일수는 32.8일에서 39.4일로 길어졌다. 지역별 편차도 크다. 2025년 기준 대기 일수는 경북이 60.9일로 가장 길었고 서울 50.2일, 세종 49.3일, 인천 48.0일 순이었다. 성평등가족부는 경북의 경우 2025년 지방비를 투입해 소득과 무관하게 지원을 확대하면서 신청이 몰린 것으로 파악했다.

전국에서 아이 돌봄 신청이 가장 많은 경기(4만 3231가구) 지역은 평균 대기가 33.8일로 전국 평균은 밑돌았지만, 장씨처럼 2년을 기다린 경우도 있다. 평균 수치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대기자들이 존재하는 셈이다.

무한 대기로 단기 서비스 신청 쏠림이 두드러졌다. 전국 단기 서비스 신청은 1년 새 68.6% 늘었고, 경기는 90.7% 급증했다. 정기 매칭을 기다리다 지친 부모들이 단기로 몰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예산 남아도 못 쓴 천억 원·돌봄사 어디로 갔나

수요가 늘고 있지만 오히려 예산은 남고 있다. 돌봄 수당 불용액은 2024년 1089억 원(불용률 28.4%), 2025년 468억 원(12.2%)에 달했다. 이는 수요가 없어서가 아니라 돌봄사가 부족해 매칭 자체가 이뤄지지 않으니, 지급할 수당이 집행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성평등가족부도 공급 부족을 원인으로 봤다. 성평등가족부 송진우 서기관은 "지원 대상이 중위소득 150%에서 200%, 250%로 확대되며 수요와 예산은 크게 늘었지만, 아이돌봄사 공급과 매칭 속도가 따라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사자 처우 개선과 함께 광역 지원센터별 수급 계획 수립, 지자체 합동 평가 지표 반영 등을 대책으로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돌봄사 교육 인원 대비 실제 현장 근무자의 수도 절반을 밑돌고 있다. 2025년 아이돌봄사 양성 교육을 받은 인원은 12736명이지만 실제 채용으로 이어진 사람은 4380명뿐이다. 같은 해에만 돌봄사 2297명이 일을 그만두기도 했다. 결국 교육 이수자의 3분의 1만 현장에 진입하는 상황이다.

성평등가족부는 지난해 교육 인원 급증이 자격제 시행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송 서기관은 "지난해 4월 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국가 자격제가 시행되면서 자격 취득에 필요한 사전 교육을 미리 받아둔 경우가 많았다"며 "고용보험 지원으로 교육받는 수요도 있어 이수자가 실제 활동으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전문가 "무한 대기 개선하고 민간도 지원해야"

공공돌봄 대기 과정에서 다수의 학부모가 이용한 민간 돌봄사 구인 앱 화면 캡처

전문가는 예산 불용의 핵심을 공급 부족으로 진단했다. 육아정책연구소 기획조정본부 김아름 박사는 "돌봄 수당이 불용 됐다고 수요가 없다고 봐선 안 된다"며 "수요는 있는데 인력과 매칭이 안 돼 실제 쓸 예산이 서비스로 전환되지 못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성 교육을 받고도 현장에 오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등·하원 돌봄은 두 시간 단위로 쪼개지는데 이동 시간은 보상받기 어렵고, 4대 보험 부담은 큰데 활동은 피크타임 위주로 짧다"며 "책임은 큰데 전업으로 삼기 애매한 구조"라고 말했다.

한편, 성평등가족부는 신청 후 대기 기간을 정확히 안내하기 어려운 이유로 "가점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한계가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전문가는 대기 관리 체계부터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어린이집은 대기 순번이 보이는데 아이 돌봄은 신청 후 아무 연락 없이 기다리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대기 순번과 예상 기간, 지연 사유, 대체 서비스까지 안내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지역별 수급 상황에 맞춰 대기 상한선을 정하고, 이를 넘기면 민간 서비스를 자동 연계하거나 바우처를 지원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민간 업체를 이용하는 비용도 공공을 이용했을 때만큼 보전하자는 것이다.

올해 4월 민간 아이 돌봄 서비스 제공기관 등록제가 시행됐지만, 현재까지 이용자에 대한 별도 예산 지원은 마련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서도 김 박사는 "등록제를 민영화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이미 이용되는 민간 서비스를 공적 관리 체계 안으로 들여 안전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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