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인이 쏜 총에 맞아 목숨을 잃은 민원담당 공무원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나왔다.
24일 국민권익위원회는 경북 봉화군 소천면사무소에서 민원인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한 민원담당 공무원 2명의 유족이 제기한 고충민원에 대해 '국가유공자 요건 심의'를 다시 하도록 국가보훈부에 의견을 표명했다.
고(故) 손모 씨와 고 이모 씨는 경북 봉화군 소속 지방공무원으로 2018년 8월 21일 당시 소천면사무소에서 민원계장과 민원담당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이들은 이날 민원인 ㄱ씨가 쏜 엽총에 맞아 가슴 부위에 총상을 입고 병원에 응급 후송됐지만 끝내 숨졌고, 이후 보훈보상대상자(재해사망공무원)로 지정됐다.
하지만 고인들의 유족들은 숨진 이씨의 경우 미혼인 상태에서 사망해 유족이 보훈보상대상자가 되더라도 의료지원 등 받을 수 있는 지원 혜택이 사실상 없다고 지적했다.
또 "공무원으로 헌신하다 민원인이 쏜 총에 희생됐는데도 군인·경찰처럼 제복을 입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가유공자로 인정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청와대에 우편으로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청와대와 권익위는 두 차례 유족들이 거주하는 경북 영주군을 직접 찾아가 유족들을 대면하여 의견을 청취하고, 관계기관으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사실관계를 조사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
우선 사건 당시 총을 쏴 고인들을 숨지게 한 민원인 ㄱ씨는 총격 사건을 일으키기 전부터 이웃 주민과의 갈등 및 수도 문제 등으로 여러 차례 파출소와 면사무소에 민원을 제기했고, 민원 처리 결과에 대한 불만이 쌓여 1년 동안이나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ㄱ씨 스스로도 범행동기로 '경찰서장, 군수, 공무원 등 다수를 살해해 본인의 억울함을 사회에 알리겠다'는 목적으로 일면식도 없는 고인들을 그저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살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ㄱ씨가 집 마당에서 10여 회나 사격 연습을 했고, 이웃에 거주하던 승려가 파출소에 ㄱ씨의 총기 소지와 관련된 진정을 제기했는데도 경찰로부터 반려됐고 △사고 당일 ㄱ씨가 이웃 주민에게 먼저 엽총을 발사한 뒤 소천파출소에 갔지만 파출소에 아무도 없자 면사무소로 이동했고 △파출소와 면사무소는 차로 1분 거리에 위치한데다 주변에 초등학교·보건소 등 더 큰 피해를 부를 수 있는 건물들이 있었는데도 당시 경찰이 대피 경고 방송 등 총기사고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권익위는 대민업무에 종사하면서 특이민원인의 폭행·위협 등에 노출된 민원담당 공무원도 구체적 직무수행에 수반되는 위험의 내용 및 정도에 따라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험성이 내재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다수 공무원을 범행 대상으로 하고 총기를 사용해 인명을 살상한 ㄱ씨의 행위는 '테러행위'로 볼 수 있다고 봤다.
따라서 고인들이 테러행위로 희생됐다는 점에서 통상적인 업무수행 중 사망한 것이라 보기 어려운데, 군인·경찰의 경우 일상적 업무 중 총격 사고가 발생해도 국가유공자로 인정받는 사례가 있어 제복 여부에 따라 예우 수준을 달리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점을 고려했다.
이에 따라 권익위는 고인들이 사망하게 된 구체적인 사고 발생 경위 등을 감안해 고인들의 국가유공자 요건 등록 여부를 재심의할 것을 국가보훈부에 의견표명했다.
이와 함께 특이민원인들의 폭행·폭언·협박·기물파손 등 위법행위가 매년 끊이지 않고 극단화되는 양상 등을 고려해 민원담당 공무원이 공무수행과 관련된 보복성 범죄나 테러 등으로 희생된 경우, 생명과 신체에 고도의 위험이 따르는 업무수행에 준하여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관련 시행령 개정을 검토할 것도 함께 의견표명 했다.
잎사 지난 11일 권익위와 행정안전부는 반복·특이민원으로 인한 행정력 낭비를 줄이고 민원 담당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해 '갈등조정담당관'을 기관마다 지정하는 등 대응 체제를 전면 개편했다고 밝힌 바 있다.
권익위 한삼석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늦게나마 직무수행 중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공무원의 명예 회복을 위한 길이 열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반복·특이민원에 대해 기관이 책임 있는 대응을 통해 민원담당 공무원을 보호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 마련에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