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꺼낸 5·18의 기억…"살아야 할 이유 찾았다"

국립트라우마치유센터·美 플로리다대 공동 치유 프로젝트
사진 매개 국가폭력 기억 공유…기동타격대 생존자 등 7명 참여

24일 국립국가폭력트라우마치유센터는 센터 2층에서 미국 플로리다대학 연구팀 공동 프로젝트 '세대 간 트라우마와 공동체적 치유' 프로그램 성과 설명회를 가졌다. 사진은 전시된 5·18민주화운동 생존자들 사진. 정유철 기자

국가폭력 트라우마를 겪는 5·18민주화운동 생존자들이 직접 촬영한 일상 사진과 오랫동안 간직해온 5·18 당시 동지들과 함께 찍은 사진 등을 매개로 치유 과정을 탐색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국립국가폭력트라우마치유센터는 24일 오전 광주 서구 센터 2층 회의실에서 미국 플로리다대학 연구팀과 함께 진행한 공동 프로젝트 '세대 간 트라우마와 공동체적 치유' 프로그램 성과 설명회를 열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5·18민주화운동 등 국가폭력 피해 경험의 기억과 치유 과정을 탐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미국 플로리다대학교 상담심리학 김태원 교수 연구팀이 함께 참여한 이번 프로그램은 지난 5월 12일부터 오는 6월 30일까지 진행된다.

참여자는 5·18민주화운동 생존자 7명이다. 이 가운데 6명은 1980년 5월 당시 시민군 조직인 기동타격대 대원으로 활동했던 생존자들이다.

프로그램은 참여자가 직접 촬영하거나 소장한 사진을 매개로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이야기하는 참여형 연구기법인 '포토보이스' 방식으로 진행됐다.

참여자들은 최근 계엄 사태와 80년 5월 등과 관련해 떠오른 마음과 생각, 자신을 버티게 한 희망과 힘을 사진으로 표현했다.

이후 사진을 함께 공유하고 경험을 나누는 집단 대화 시간과 자유공원 답사, 전시 준비 등의 과정을 거쳤다.

기동타격대 출신인 한 참여자는 장롱 속에 숨겨뒀던 동지들과의 사진을 꺼내 보이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참여자는 "이 사진을 집안 구석,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넣어두고 살았다"며 "사진을 이렇게 유심히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사진 속 4명 가운데 지금은 3명이 세상을 떠나고 나만 남았다"며 "트라우마로 고생하다 먼저 간 동지들의 몫까지 다하라고 사진 속 동지들이 말을 거는 것 같았다. 사진을 통해 내가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참가자는 사진 속에 비친 한 줄기 빛에서 희망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진 가운데 비치는 빛을 보면서 어려운 고통의 시간을 다시 견디고 헤쳐 나갈 힘을 얻게 됐다"고 밝혔다. 또 "마음의 위로와 평안을 찾기 위해 드넓은 바다와 푸른 들판을 찾아 사진을 찍는다"며 "사진 속 바다와 들판은 나에게 '애썼다, 수고했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고 전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생존자들은 사진을 매개로 그동안 쉽게 표현할 수 없었던 기억과 감정을 공유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상처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범희승 국립국가폭력트라우마치유센터 원장은 "이번 전시는 역사적 경험 자체뿐 아니라 그 이후 수십 년에 걸쳐 이어져 온 삶과 회복의 여정에 주목했다"며 "5·18 생존자들의 공동체적 트라우마 기억과 회복 경험을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원 미국 플로리다대 교수는 "포토보이스는 참여자들이 사진을 통해 자신의 서사를 직접 부여하는 방식이다"며 "피해자들이 사진 촬영과 이야기 공유라는 행위를 통해 통제감과 주체성을 갖고 트라우마를 극복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또 "전쟁과 국가폭력이 여전히 이어지는 현실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공동체가 상처를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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