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여자아이들은 초등학교 졸업 즈음 사회 고위층 집에 식모로 팔려가거나 선물로 보내졌습니다. 수많은 아이들이 병들어 치료도 못 받고 죽었고, 제 남동생도 병과 굶주림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부산지역의 또 다른 집단 수용시설인 우정보육원에서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가혹행위와 강제 노역 등 심각한 수준의 인권 침해가 발생했다는 생존 피해자 증언이 나왔다. 피해자들은 정부 차원의 진실 규명과 피해 배상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산지부(부산민변) 과거사공동지원단은 24일 오전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정보육원 피해생존자 16명에 대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 진실규명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부산시와 위탁계약을 체결한 아동 집단수용시설 우정보육원이 195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운영됐으며, 원내에서 폭행과 가혹행위, 강제 노역 등 인권침해가 자행됐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가 삼청교육대 시행 이후 재소자 특별순화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수감 중인 재소자를 상대로 삼청교육대와 같은 방식의 폭력을 가했다고 설명했다.
부산민변 류제성 변호사는 "10살 안팎의 어린 아이들이 부모와 연고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경찰과 민간 단속반에 강제로 끌려가 수년간 감금됐고, 그 안에서 구타와 강제노역, 교육권 박탈 등을 겪었다"며 "이는 한 시설의 일탈이 아닌 국가의 소위 부랑아정책과 부산시의 위탁 방치 구조가 낳은 인권침해였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우정보육원 실제 피해 생존자들이 직접 증언에 나서 눈물로 피해를 호소했다.
1964년부터 1971년까지 우정보육원에서 생활했다고 밝힌 피해 생존자 임호연씨는 "집 근처에서 세 남매가 놀고 있는데 순경이 와서 시청으로 데려간 뒤 곧바로 보육원으로 보냈다"며 "부모가 있는지, 집이 어딘지조차 묻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원조 배급품은 원장이 빼돌리고 아이들은 썩은 강냉이죽과 보리죽 등 구더기가 있는 음식으로 겨우 배를 채웠다. 어린 여자아이들은 식모로 보내져 노동과 굶주림, 구타 속 인간 이하의 생활을 버텨야 했다"며 "제 남동생을 포함한 수많은 아이들이 죽었고, 아이들을 2~3일마다 한꺼번에 리어카에 실어 뒷산에 묻었다"고 주장했다.
피해 생존자 송철민씨(가명)도 "국가는 과거 우리에게 부당한 폭력을 행사했고, 지금이라도 피해 사실을 인정하고 책임져야 한다"며 "피해생존자 대부분이 고령이고, 이미 세상을 떠난 피해자들도 있는 만큼 조속히 사과와 배상을 진행하라"고 주장했다. 또 피해생존자 치유·관리 계획 수립, 피해자 추가 조사·구제, 수용시설 피해자 특별법 제정 등을 촉구했다.
여기에 더해 민변은 삼청교육대와 재소자 특별순화교육 피해 생존자들에 대해서도 진화위 진실규명과 국가배상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소송을 위해 모인 삼청교육대 관련 피해자들은 모두 140여 명으로, 민변 측은 앞으로 피해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1980년대 부산 주례구치소에서 재소자 특별순화교육을 받았다는 피해생존자 박영길씨는 "당시 시범케이스라며 하루 8시간씩 군인들로부터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며 "두 달 이상 이어진 훈련으로 아직까지 당시 후유증으로 병원을 다니고 있다"고 호소했다.
부산민변 과거사 공동지원단 관계자는 "형제복지원과 영화숙·재생원 피해자들에 대한 진실 규명과 국가배상 판결이 이어지면서 우정보육원과 삼청교육대 피해생존자들도 용기 내 법적 절차에 참여하게 됐다"며 "진화위 진실규명 신청부터 국가배상소송까지 모든 법적 절차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