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경애 변호사의 항소심 '노쇼'로 소송이 종결된 학교폭력 피해 학생 유족의 재판 재개 요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권 변호사의 불출석에 대해 "위법성이 매우 중대하다"고 지적하면서도, 민사소송법상 발생한 항소취하간주 효력 자체를 뒤집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민사8-2부(오영상 임종효 최은정 고법판사)는 24일 고(故) 박주원 양의 어머니 이기철씨가 학교법인과 가해 학생·학부모 등 20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이 사건 소송은 2022년 11월 11일 항소취하간주로 모두 종료됐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 선고에 앞서 "이 사건 판결 결과와는 별개로 재판부로서도 이 사건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원고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권경애씨가 이 사건 항소심에서 3회 연속 불출석함으로써 원고의 항소 부분이 항소취하간주로 종결되도록 한 행위는 위임받은 사무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해 처리할 임무를 고의 또는 중과실로 위반한 것으로 위법성이 매우 중대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항소취하간주는 민사소송법이 정한 요건 충족에 따라 법률상 당연히 발생하는 효과"라며 "권씨가 고의 또는 중과실로 불출석했다는 사정이나 소송대리권 남용 주장만으로는 그 효력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이씨 측이 변호인이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법원이 당사자 본인에게도 기일통지를 해야 하는데, 자신에게 별도 통지가 이뤄지지 않았으므로 항소취하간주 효력이 없다고 주장한 대목에 대해서도 "제도 개선 차원에서 논의될 수는 있으나, 이 사건에서 항소취하간주의 효력을 배제할 근거로 삼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선고 직후 이씨는 "변호사가 고의로 소송을 말아먹었는데 저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증인 신청은 왜 받아주지 않았느냐"고 재판부에 항의하며 눈물을 보인 뒤 법정을 떠났다.
이 사건은 학교폭력으로 고통받다 2015년 숨진 고 박주원양의 어머니 이씨가 이듬해 가해 학생들과 학부모, 학교법인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비롯됐다.
유족 측 대리인이던 권 변호사는 1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항소심 변론기일에 세 차례 연속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유족의 항소는 민사소송법상 '항소취하간주' 처리됐다.
권 변호사는 이후 수개월간 이 사실을 유족에게 알리지 않았고, 유족은 상고 기회마저 놓치면서 항소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한편 유족 측은 권 변호사가 위자료 65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불충분하다며 '재판소원'을 냈지만 각하되기도 했다.
헌법재판소 지정재판부는 전날 이씨가 낸 재판소원을 '청구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전심사에서 각하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이씨가 권 변호사와 당시 소속 법무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약정금 부분은 다시 판단하라며 원심을 깨고, 위자료 부분은 6500만원의 연대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이씨 측은 "대법원은 약정금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상고이유 6가지는 한 문장으로 일괄해 기각했다"며 "이는 주장에 대해 이유 있는 판단을 받을 권리, 재판청구권을 명백히 침해한 것"이라며 재판소원을 청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