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최고가격제 유지 속 출구전략…'상한선'부터 내린다

황진환 기자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이후 국제유가가 안정되는 가운데 정부는 최고가격제를 당분간 유지할 방침이다. 섣불리 가격 상한선을 풀었다가 그동안 억제했던 가격 인상분이 한꺼번에 반영될 경우 물가가 급등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제유가 하락이 국내 기름값에 반영되는 시차를 고려해 서서히 최고가격을 낮추며 연착륙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李 "최고가격제 과감히 유지해야" 가이드라인…물가 자극 우려


25일 산업통상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당분간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최고가격은 지난 3월 27일 2차 고시 때 결정된 리터당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으로 석 달째 동결된 상태다.

앞서 중동 전쟁이 종전 국면에 접어들면서 최고가격제 폐지론이 떠올랐다. 지난 3월 단기용 고강도 대책으로 추진된 최고가격제가 시행 4개월 차에 접어들면서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 및 재정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최고가격제 폐지를 위한 출구전략을 추진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전쟁 종료 △호르무즈 해협 개방 △국제유가 배럴당 90달러 이하 등을 최고가격제 종료 판단 기준으로 제시하며 외부 변수를 주시해 왔다. 산업부 양기욱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해제 조건이 마련되면 민생이라든지 재정 부담, 풀고 나서의 유가 수준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판단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최고가격제를 "과감히 유지해야 한다"고 못 박으면서, 정부는 최고가격제 유지를 기조로 중단기 대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최고가격제 유지에 무게를 두는 배경에는 물가 우려가 있다. 자칫 섣부르게 최고가격을 해제했다가 억제했던 가격 인상분이 한꺼번에 반영돼, 물가가 치솟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최고가격제는 휘발유·경유·등유 가격을 각각 리터당 200원, 300원, 400원가량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달 공개된 정부 분석에서는 최고가격제가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6%포인트, 4월에는 1.2%포인트 끌어내린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는 이를 통해 물가 상승 압력을 상당 부분 완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고가격 낮추며 연착륙하나…7차 발표 시점 주목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산업통상부 제공

이에 따라 향후 최고가격도 점차 하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도 22일 취재진과 만나 "국제유가가 내려갔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면서도 "현재 유가 수준은 종전에 비해 내려온 상황이라 최고가격 자체를 내릴 이유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대통령도 국무회의서 "최고가격도 낮춰가야 할 것 같다"고 주문했다.

최고가격 산정의 주된 변수로 작용하는 국제유가는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미국-이란 종전 합의 이후 국제유가는 배럴당 70달러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최고가격제 시행 당시 100달러를 훌쩍 넘겼던 점을 고려하면 가격은 많이 내려간 상태다.

다만 국제유가가 떨어지더라도 국내 기름값 하락까지는 1~2주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정부는 국제유가 추이를 지켜보면서 최고가격 인하 시기를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종전 합의가 실제 이행될지 장담할 수 없는 데다 이스라엘-레바논 헤즈볼라 충돌 등 변수도 남아 있어 신중하게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게 산업부 입장이다.

산업부는 여러 변수를 검토한 뒤 조만간 7차 최고가격을 고시할 전망이다. 당초 정부는 지난 주말 미국-이란 종전 합의 이후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양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최종 판단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관계자는 "여러 변수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 발표 시점을 조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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