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국노" 멸시에도…中 축구팬이 '日 유니폼' 입는 이유

일본 응원하는 중국 축구 팬. 연합뉴스

중국 상하이의 한 스포츠바가 푸른색 유니폼을 입은 팬들의 함성으로 뒤흔들렸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일본 공격수 우에다 아야세가 튀니지를 상대로 쐐기 헤더 골을 터뜨린 순간이다.

수십 명의 중국 팬들은 펄쩍 뛰며 대형 일장기를 펼쳐 들고 환호했다. 역사적 앙금과 최근의 정치적 긴장 관계를 고려하면 중국 현지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이례적인 풍경이다. AFP 통신은 24일(한국시간) 이처럼 깊은 반일 감정 속에서도 일본 축구를 열렬히 지지하는 중국 내 이색 팬덤을 집중 조명했다.

이들이 서슬 퍼런 주변의 시선을 뚫고 일본 대표팀을 응원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이번 모임을 주도한 판 씨는 "우리 90년대생 대부분은 '캡틴 쓰바사' 등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며 자란 세대"라며 운을 뗀 뒤, "무엇보다 일본은 이제 아시아 축구의 자부심과 영광을 대변한다"고 응원 동기를 밝혔다.

일본을 향한 찬사는 자국 대표팀을 향한 깊은 좌절감과 맞닿아 있다. 일본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6위로 아시아 정상을 지키며 세계적 강호로 우뚝 선 반면, 중국(91위)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본선 무대조차 밟지 못하고 있다. 현장의 한 중국 팬은 "중국 축구는 점점 더 폐쇄적으로 변하며 올바른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뼈아픈 비판을 던졌다.

오프라인의 뜨거운 열기와 달리 온라인 공간에서 이들은 철저히 숨을 죽여야 한다. 소셜 미디어에서 일본 대표팀 팬 페이지를 운영하는 한 중국 팬은 매일 "어느 나라 매국노냐", "앞잡이냐"라는 거친 악플과 비난에 시달리는 처지다. 심지어 그는 "일본 유니폼을 길거리에 입고 나갈 거면 헬멧을 써라"라는 신변 위협까지 서슴지 않고 날아든다고 털어놓았다.

이러한 억압적 사회 분위기는 최근 급속도로 얼어붙은 중·일 관계와 궤를 같이한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취임 이후 양국의 외교적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다. 특히 다카이치 총리가 대만 유사시 군사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중국 내부의 반일 감정은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스포츠가 가진 장벽 완화의 힘을 신뢰한다. 일장기를 흔들던 한 중국 팬은 "오늘날 세상은 너무나 혼란스럽지만, 축구는 정치와 국적을 내려놓고 순수한 기쁨의 원천이 될 수 있다"며 스포츠를 향한 순수한 애정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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