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가는 나라에서 살아남기"…1020 각자도생 극우

[애국소년 해부 보고서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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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싣는 순서
①탄핵 찬성 집회 가던 소년은 왜 '극우 인플루언서'가 되었나
②"안 내면 이재명, 가위바위보!"…10대를 습격하는 '극우 알고리즘'
③"망해가는 나라에서 살아남기"…1020 각자도생 극우
(계속)

"노력하지 않거나 발버둥 치지 않으면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어요. 저희 또래 세대에게 '공동체'나 '연대'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협력한다고 해서 늘 합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건 아니니까요. 공평하게 대가를 나누기를 기대해봤자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손해를 본다고 느끼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결국 개인주의로 살아남는 것이 하나의 생존 전략이 된 셈이죠."

대학생 김미소(가명·24)씨는 진보 정당을 지지하지만, 때로는 극우적 사고를 하는 것이 더 이득처럼 여겨지기도 한다고 말한다. 끝없는 경쟁과 각자도생에 익숙한 청년 세대에게 민주주의나 인권, 평등, 연대 같은 가치는 멀게만 느껴지기 때문이다.

미소씨는 주변 친구들의 극우화에 대해 "타인을 비난하고 찍어 누르며 쉽게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즐거움,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이 있기 때문"이라며 "이미 또래 집단이 우경화되어 있으니 그 안에서 쉽게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크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사회적 약자에게 갈 혜택을 막는 것조차 그들에겐 하나의 이득으로 여겨지며, 그것을 진짜 '평등'이라고 믿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지난해 3월 한국리서치의 '한국 사회 극우의 현주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극우 성향으로 분류된 20대는 28%로 평균치(21%)보다 높았다. 같은 20대라고 해도 성별 격차가 컸다. 20대 남성은 33%로 모든 집단 중 가장 높았으며, 20대 여성은 22%였다.

극우 세계관 공감 이면에는…'망해가는 대한민국에서 살아남기'

2025년 9월 보수단체 '민초결사대'가 연 '부정선거 규탄' 행진 집회에서 참여자들이 태극기·성조기와 '천멸중공(간체자) 차이나 아웃(영어)' 등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송선교 기자

과거 병리적으로 여겨지거나 주변부에 머물던 왜곡된 극우 담론이 청년층의 하위 문화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1020 청년들은 단순히 정치적으로 우경화 되는 것을 넘어 과거 개발독재시대에 향수를 느끼거나, 중국인·여성·약자를 혐오하고, 능력주의를 신봉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 교수는 논문 '계엄과 탄핵 이후 한국 민주주의 진단과 전망'에서 "계엄과 탄핵에 대한 찬반 여부는 극우성의 한 측면일 뿐이며 반페미니즘, 반중·혐중, 능력주의 극우 등 다양한 측면에서 극우 문제를 봐야한다"고 말한다. 한국 사회의 극우 세력이 반공 단체, 일부 개신교 교회, 뉴라이트 등 각기 다른 시기 탄생한 다양한 이데올로기를 지닌 집단으로 구성된 만큼, 종북-친중-좌파-노조- 페미니스트 등을 공동의 적으로 묶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민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은 청년층이 극우 세계관에 공감하는 이면에 '망해가는 대한민국에서 나 혼자 생존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고 진단한다. 저성장과 경쟁 심화에 따라 과거 윤리적 영역에 속했던 문제를 '이해득실'의 영역에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민철 부의장은 청년들이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에 공감하는 이유에 대해 "과거 개발독재시대의 고도의 경제성장을 선망하는 것"이라고, 반중 정서에 대해서는 "기성세대에게는 중국이 기회의 땅이었을지 몰라도 지금 청년들에게는 국내 제조업과 주권을 위협하는 실재적 공포이자 위협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이 무조건적인 혐오에 빠져들기보다, 한국 사회가 어떻게 발전하고 성장해야 할지 건설적인 논의를 시작해보면 좋겠다"며 "진보 정당에서도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권정민 서울교대 교수는 '능력주의'와 '자기주도 학습'의 역설을 지적했다. 권 교수는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는 '자기주도'라는 개념은 결국 '네가 실패하고 가난한 것은 네가 노력을 안 했기 때문'이라는 능력주의적 결론으로 이어진다"고 짚었다. 능력주의 속에서 자란 청년들은 승자 독식에 동조하며 패자를 배제하고 기계적 공정에 집착하며 약자를 혐오하게 된다.

이어 권 교수는 "극우 콘텐츠들이 단편적이고 쉬운 반면, 민주주의라는 것은 복잡하고 어려운 인간의 본성에 반하는 제도"라며 "우리 교육이 입시에만 몰두할 뿐 깊게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은 것도 청년들이 극우 서사에 빠져드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청년 문화의 극우화 '퇴행적 보수성'으로 나타난다"

박종민 기자

미소씨는 주변 친구들이 "'배급견(복지 정책이나 진보 의제에 우호적인 유권자를 비하하는 표현)이냐', '중국인이냐'며 사상 검증을 하는 것은 누군가를 긁고 면박을 주는 과정 자체를 재미있어하기 때문"이라며 "정치·사회 이슈를 해석하고 내 생각을 말하는 것보다 즉각적으로 도발하는 게 더 쉽지 않느냐"고 전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 교수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 "또래 문화의 '헤게모니'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청소년 문화'의 극우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짚었다.

전 교수는 "20세기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청년 저항 문화가 '리버럴(자유주의)'이었다면, 21세기 저항문화는 '퇴행적 보수성'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퇴행적 보수성을 "강자를 선망하고 그 입장에 서기를 즐기고 만끽하며, 약자를 혐오하고 증오하는 정서"로 정의했다.

이어 그는 "청소년 문화와 주류 문화의 간극이 어느 때보다 벌어진 상황"이라고 짚었다. 시공간의 제약이 있던 과거와 달리 스마트폰과 SNS의 발달로 청소년들끼리 종일 연결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소통 채널의 다양화로 게이트 키핑이 불가능해진 디지털 생태계에서 또래들끼리 더 원초적이고 자극적인 정보에 몰두하며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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