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광화문 광장이 탄식으로 가득 찼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예선 3차전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패배했다. 수만 명 시민들이 광장을 가득 채웠지만 경기 전후로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이날 대한민국이 1대0으로 패배해 승점 3점으로 조 3위를 기록하면서 32강 진출이 먹구름에 가려졌다. 나머지 조별 예선이 끝난 뒤 각 조 3위끼리 승점을 따져 진출 팀을 가려야 한다. 이번 경기에서 최소 무승부라도 기록했다면 진출할 수 있었던 상황에, 시민들은 더욱 아쉬워하며 남은 조별 경기 결과에 따른 대한민국의 32강 진출을 소원했다.
경기 초반 우리나라에게 온 좋은 득점 기회마다 함성소리는 천둥처럼 크게 울렸다. 골키퍼 김승규 선수의 선방에도 환호가 터져 나왔다. 다만 남아공에도 기회가 여러 차례 나오자 곳곳에서 짜증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비교적 답답했던 경기력이 계속되면서 응원보다는 웅성거림이 더 커졌다. 0대0으로 전반전이 종료되자 "손흥민을 투입해야 한다" 등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후반전에 대표팀 주장 손흥민 선수가 투입되고 화면에 잡히자 함성이 다시 커지고 응원전에도 불이 붙었다. 하지만 후반 18분쯤 남아공에게 선제 실점을 하자 아쉬움의 반응이 거세게 나타났다. 사람들은 손으로 머리를 싸매거나 얼굴을 쓸어내리며 "악" 소리의 탄식을 내뱉었다. 그럼에도 다시 사람들은 동점 골을 기대하며 후반전 추가시간까지 "대~한민국" 구호 소리를 크게 외쳤지만, 경기는 아쉬운 결과로 끝이 났다.
대부분 시민들은 패배에 대한 아쉬움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여자친구와 함께 나온 이환희(22)씨는 "경기가 하나부터 열까지 이해가 안 된다"며 "허무하게 끝난 것 같아서 마음이 참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32강에 기적적으로 올라가서 또 열심히 거리에서 응원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온 김철구씨도 "이 경기를 보려고 아침 일찍부터 나왔는데, 절망적인 경기력에 놀랐다"며 "공격이 필요한 순간에도 지나치게 수비만 하려는 느낌이어서 아쉬웠다"고 밝혔다.
김포에서 유치원생 아들과 함께 올라온 40대 이명원(가명)씨는 "전반에는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갖는 것 같아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결과적으로 많이 아쉽다"면서도 "선수들이 열심히 해주는 모습이 많이 보여서 다시 힘을 얻고 잘했으면 좋겠다"고 격려의 말을 남겼다. 이재성 선수의 팬이라는 백승민(25)씨는 "(이재성 선수의) 마지막 월드컵이었는데, 너무 수고 많았다"며 아쉬움의 눈물을 보였다.
광화문 거리응원에 나온 남아공인들도 있었다. 한국에 10년째 거주 중인 하비(34)씨와 가이(40)씨는 "예상을 전혀 못했는데 이겨서 아주 행복하다"며 "남아공이 32강에서 또 승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무한 패배에 축구협회와 감독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환희씨는 "이번에 만약 탈락한다면 좋은 기회로 여기고 축협을 재편하길 바란다"고 했다. 김철구씨는 "선수들에게는 정말 '고생 많으셨다'고 말하고 싶고, 축구협회에는 '정신 차리자, 많이 아쉬웠다'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재하(28)씨는 "선임 과정에서부터 잡음이 많았고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축구협회와 감독의 아쉬운 행정 처리가 패배의 시발점이자 문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