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기본 입장으로 정리하면서도 정작 정부 개정안은 국회에 내지 않기로 했다. 보완수사권 문제가 이미 정치적 쟁점이 된 상황에서 정부안을 내봐야 정쟁만 격화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개혁 방향은 정부가 분명히 하되, 구체적 입법은 국회에 넘기겠다는 것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현안 브리핑을 열고 "다양한 의견을 감안해 보완수사권 폐지를 정부 기본 입장으로 최종 정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의 자유로운 논의를 위해 별도의 정부안을 제출하지 않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바람직하겠다고 판단했다"며 정부 차원의 형소법 개정안은 내지 않겠다고 했다.
정부안을 내지 않기로 한 데는 보완수사권 문제가 이미 정치적 쟁점으로 변질됐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보완수사권이 정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정부에서 무슨 안을 내기에 무리가 있다"며 "정부 내에 논의됐던 자료들이 있으니 보고 싶으면 다 제공할 것이고, 그걸 잘 활용해서 국회가 결정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총리도 같은 취지를 밝혔다. 그는 "정부가 별도의 입법안을 제시하기보다는 국회의 논의와 결정을 존중하겠다"면서 "필요하다면 국회 논의 과정에서 그간 정부에서 청취한 여러 가지 의견들을 참고로 지원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보완수사권 폐지라는 방향 자체는 김 총리가 일관되게 밝혀온 입장이다. 그는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의 기본 원칙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며 "저는 이러한 원칙에 따라 검사 보완수사권은 폐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 왔다"고 강조했다.
이날 브리핑은 3시간 전에야 언론에 일정이 공지됐다. 조만간 여의도에 복귀해 8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보이는 김 총리가 별도 행사를 열어 '보완수사권 폐지가 정부 기본 입장'이라고 못 박은 것은, 이 사안이 전당대회 이슈로 다뤄질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권 경쟁자인 정청래 전 대표는 이날 김 총리 발표 직후 SNS에 글을 올려 "환영합니다. 국회에서 불가역적 완전폐지할 테니 시행령도 완벽한 폐지로 준비해 주십시오"라고 적었다. 정부 입장 정리를 반기면서도 '불가역적 완전폐지'를 내세워 더 선명한 개혁 드라이브를 주문한 것으로,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메시지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