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의 휴고 브로스 감독이 잘한 것이다."
적중률 높은 월드컵 승부 예측으로 '문어 영표'라 불려 온 한국 축구 '레전드'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2026 북중미 월드컵 한국·남아공전 경기 직후 중계 방송에서 "남아공이 잘한 거냐, 한국이 못한 거냐"는 전현무 캐스터의 직설적인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양 팀 감독의 전략 차이가 승부를 가른 주 요인이었다는 말을 완곡히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어 "어제 인터뷰에서 남아공의 많은 선수들이 '브로스 감독의 전략을 완전히 신뢰하고 있고, 감독의 전략대로만 경기를 하면 이길 수 있다'고 했다. 거기에 (오늘 승패의) 힌트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은 또 브로스 감독의 전략을 추켜세웠다. 그는 "노련한 브로스 감독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임에도 전략적으로 기다리면서 역습을 노리며 자신들의 플랜을 전반 내내 유지했다"며 "조련의 마법사로 불리는 감독이 팀을 차근차근 잘 만들었다. (사전에) 가장 주의해야 할 대상이 감독이라고 했는데, 결국 승점 3을 가져갔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전 캐스터는 "이 위원이 경기 전에도 '남아공 선수들이 하나같이 감독에 대한 신뢰를 얘기하더라. 그게 좀 불안하다. 2002년 거스 히딩크 감독을 한국 선수들이 모두 얘기했던 그 때가 떠오른다'는 속내를 밝힌 바 있다"고 전했다.
이 위원은 한국 팀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냈다. 그는 "한국은 패스 전개 과정에서 실수들이 많이 겹치면서 상대에게 역습 찬스를 많이 내줬다"며 "한국 축구의 강점인 기동성에서도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다. 결정적으로 수비의 핵인 김민재가 빠지면서 수비 조직력까지 무너지는 악순환이 겹쳤다"고 평가했다.
이 의원은 특히 손흥민의 후반 배치와 관련해서도 혹평했다. "손흥민을 후반에 배치시킨 선발 라인업의 의도가 오늘 경기의 전반부터 마지막까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이 의원의 평가다. 그는 또 "손흥민, 옌스 카스트로프, 김진규가 후반에 들어와서 잠깐 활력을 띠기는 했지만, 이미 분위기가 상대에게 넘어간 상태여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전 캐스터의 거듭된 질문에 "오늘은 더 이상 질문을 받지 않겠다"며 "많은 분들이 경기를 보시면서 많은 생각을 하셨기 때문에 (더이상) 얘기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발언 후 눈을 감고 고개를 뒤로 젖히는 등 한국의 패배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 역력했다.
전 캐스터는 "이날 이 위원이 중계 도중 크로스를 받아 줄 선수가 없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책상을 내려치며 안타까워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한편 홍명보호는 25일(한국시간) 열린 A조 3차전에서 남아공에 0-1로 패하면서 1승 2패(승점 3, 골득실 -1)로 3위가 확정됐다. 이로써 자력 32강 진출은 물 건너갔다. 12개 조의 3위 중 상위 8개 팀 안에 들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다른 조의 경기 결과에 32강행 운명이 달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