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신선우유 불법유통 사실을 고발한 신고자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사건(노컷뉴스 2026년 2월 13일 : [단독]대기업 우유 불법유통 고발했더니…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경찰이 무혐의 처분했다. 특히 담당 경찰 수사관이 고소인더러 비하 발언해 수사 공정성 시비 논란도 불거졌다.
고소인더러 "이분도 정상 아니" 말한 경찰
26일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확보한 '대기업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건' 고소인 A씨와 제주동부경찰서 B 수사관과 나눈 1분 12초 분량의 통화내용을 보면, 전화연결이 된 줄 모르는 듯한 B 수사관이 다른 직원에게 "이분도 정상 아니"라고 한다. 이후 A씨에게 인사하며 용건을 말한다.당시 통화는 수사가 한창인 올해 3월 24일 이뤄졌다. A씨는 지난해 10월 모 대기업의 개인정보 유출사건을 고소한 이후 수사가 지연되자 국민신문고에 수사를 촉구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통화에서 B 수사관은 A씨에게 국민신문고 글을 언급하며 향후 답변 계획에 대해서 설명한다.
A씨는 "전화를 끊고 나서 '정상이 아니'라는 표현에 대해 화가 났다. 당시에는 저의 사건을 맡은 수사관이기 때문에 수사에 영향을 줄 것 같아서 문제 제기 안 하고 참았다"고 말했다.
"국민 안전을 생각해서 대기업 신선우유 사건을 공익 제보한 이후 대기업 관련자들이 보복성으로 개인정보를 유출한 사건이다. 고소인의 편을 들어주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적어도 사건을 공정하게 바라봐야 하지 않나. B 수사관의 비하 표현에서 이미 선입견이 껴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B 수사관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고소인을 지칭한 표현이 아니었다. 다른 상황에 대해 한탄하는 과정에서 통화 연결된 줄 모르고 그런 얘기가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결국 무혐의 처분…경찰, 수사 적정성 심의
B 수사관의 비하 표현이 A씨 또는 다른 사건 관계자를 지칭하든 문제 소지가 있다. 경찰수사규칙을 보면 사법경찰관은 수사할 때 합리적 이유 없이 피의자뿐만 아니라 피해자, 참고인의 성별, 종교, 나이, 장애,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정치적 의견 등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해선 안 된다.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 관계자는 "수사관이 수사 과정에서, 특히 고소인에게 비정상이라는 취지로 표현한 것은 이유가 어떻든 수사 공정성에 심각한 훼손을 초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달여 뒤인 올해 4월 28일 경찰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건에 대해 불송치했다. 법원 판례상 개인정보를 유출한 모 대기업 직원들이 처벌 대상이 되는 '개인정보처리자'가 아닌 취급자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직원들 사이에서 민원처리 목적으로 A씨 개인정보가 오고갔다고 본 것.
A씨는 무혐의 처분을 한 수사 결과에 대해 경찰에 이의 신청을 한 상태다. B 수사관의 발언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해 현재 제주동부경찰서 청문담당부서는 사실 관계를 조사하고 있다.
제주경찰청 수사심의계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건 수사 절차와 불송치 결정이 적절했는지 심의하고 있다. 조만간 변호사와 전직 경찰관 등 외부위원으로 꾸려진 수사심의위원회를 열어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보통 수사심의에서는 신청 이유 없음, 재수사 지시, 절차 보완 등이 결정된다.
논란의 대기업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건은
앞서 고소인 A씨는 초여름인 2024년 6월 5일 오전 11시 30분쯤 제주국제공항 화물청사 야외 시멘트 바닥에 모 대기업에서 생산한 저온살균우유가 담긴 종이상자들이 땡볕 아래 방치된 것을 목격했다. 같은 날 오후 2시쯤 A씨는 해당 대기업 대표 전화번호로 이 내용을 공익 신고했다.축산물위생관리법상 저온살균우유와 같은 냉장제품은 상온에 잠깐이라도 노출되면 쉽게 상할 수 있어서 '0~10'도에서 보존·유통이 이뤄져야 하는데 무더운 날씨 속 장시간 방치돼서다.
이후 해당 기업이 신고 내용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A씨의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가 고객지원센터, SCM(물류관리) 부서, 제주지점 담당자에게 전달됐다. 민원이 해결되지 않자 1차 유통을 담당한 계열사 직원과 재위탁받은 도내 물류업체 관계자에게까지 A씨의 개인정보가 공유됐다.
이 과정에서 도내 물류업체 관계자가 주변에 A씨의 직업을 파악했다. A씨의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 직업을 전해들은 SCM 담당자가 제주에 사는 가족에게 A씨의 이름과 직업을 얘기하며 친분관계가 있는 사람인지 물어보기도 했다. 첫 신고일인 6월 5일부터 17일까지 보름간 벌어진 일이다.
해당 기업은 자체 조사 결과를 통해 '일부 신고 처리 과정에서 제보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가 제3자에게 제공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 다만 악의적이거나 의도적인 게 아닌 추가 질의에 대한 상세한 답변을 위해 해당 업무 책임자에게 정보 제공을 하게 된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A씨의 신고 이후 제주도 자치경찰단이 수사한 결과 해당 기업의 저온살균우유가 2019년 2월부터 2024년 6월까지 1765차례 걸쳐 김포공항에서 제주공항으로 운송되는 과정에서 유통 준수온도를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유통 물량만 1L 우유 갑 기준 132만 6550개(1369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