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가 될 수는 없지만, 집중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이었음은 분명하다. 태극전사들이 몬테레이에서 마주한 것은 든든한 지원군이 아닌, 타 타구장 상황에 따라 요동치는 어수선한 경기장 분위기였다.
25일(한국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최종 3차전. 한국은 비기기만 해도 조 2위로 32강 진출을 확정할 수 있었으나, 결과는 0-1 참패였다. 결국 한국은 조 3위로 추락하며 다른 조의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려야 하는 처량한 신세에 놓였다.
변명의 여지 없는 참담한 경기력이었다. 남아공은 FIFA 랭킹 25위인 한국보다 35계단 아래인 60위이자, A조 최약체로 평가받던 팀이다. 하지만 한국은 전력상 우위가 무색할 만큼 무기력한 모습으로 무릎을 꿇었다.
경기 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경기가 열린 몬테레이는 300여 개 한국 기업과 5000여 명의 교민이 삶의 터전을 잡은 '멕시코 속 작은 한국'이다. 이날 스타디움에는 붉은악마 원정대 510명과 현지 교민 1500여 명 등 2000명이 넘는 대규모 응원단이 집결해 태극전사들에게 힘을 보탰다.
멕시코 팬들의 응원도 기대를 모았다. 지난 1차전 체코전까지만 해도 현지 멕시코 관중들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당시의 고마움을 기억하며 한국을 향해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32강 진출권이 걸린 가장 중요한 최종전에서 현지 관중들의 시선은 온통 자국 대표팀에만 쏠려 있었다. 같은 시각 멕시코시티에서 동시 진행된 멕시코와 체코의 경기 상황이 화근이었다.
몬테레이 스타디움 전광판에 멕시코의 득점 장면이 실시간으로 송출될 때마다 경기장은 현지 관중들의 거대한 환호성으로 뒤덮였다. 한국을 향한 응원은 고사하고, 자국의 골 잔치에 흥분한 관중석의 열기에 경기장 전체가 완전히 매몰된 것이다.
타 구장의 상황을 알리는 알림벨과 이에 반응하는 관중석의 어수선한 분위기는 그라운드에 고스란히 전달됐다. 수비 라인을 조율하고 긴박하게 사인을 주고받아야 할 시점마다 그라운드 위 선수들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요소로 작용한 셈이다.
이날 멕시코는 체코에 3-0으로 승리했다. 이에 따라 체코가 4위로 추락하며 한국은 최악의 상황을 면했지만, 경기장 내 부차적인 환경 탓에 온전한 경기력을 펼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의도된 상황은 아니었으나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 것은 분명하다.
수비수 이기혁(강원)은 "소통이 안 된다고 하면 핑계라고 생각한다"며 입술을 깨물면서도 "경기 상황에 좀 더 집중하려고 했다"고 전해 끝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타 구장 소식에만 열광한 현지 관중들의 분위기 속에서 중심을 잡지 못한 한국은 결국 무기력하게 무릎을 꿇으며 진한 진함 아쉬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