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를 하면 입안에 흙을 머금은 것처럼 흙맛과 냄새가 나 구역질이 날 정도입니다."
전남 광양시 전역에서 수돗물 악취가 20여 일째 이어지면서 시민들의 불편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시민들은 양치와 샤워를 꺼리는 것은 물론, 수돗물로 지은 밥 대신 햇반을 먹고 과일까지 정수기 물로 씻는 등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중마동에 사는 40대 배모 씨는 "양치를 하면 입안에 흙을 머금은 것처럼 흙맛과 냄새가 나 구역질이 날 정도"라며 "샤워를 할 때도 흙냄새가 확 올라오고, 아이들도 '물맛이 이상하다'며 양치를 꺼린다. 수돗물로 지은 밥에서도 흙맛이 느껴져 요즘은 햇반을 먹고, 과일도 정수기 물로 씻고 있다"고 토로했다.
성황동에서 9개월 된 아이를 키우는 한 시민도 "인체에 무해하다고 하니 아직은 수돗물로 아이를 씻기고 있지만 장기화되면 계속 사용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하루빨리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시민들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양치할 때 냄새가 확 느껴진다", "국밥 국물에서 냄새가 나 먹다 말았다", "온수로 샤워하면 냄새가 더 심하다", "생수로 밥을 해 먹고 있다", "작년에도 이랬는데 올해는 더 심하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며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광양시 상수도과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냄새를 완전히 제거할 방법은 없고 활성탄 처리 등을 통해 최대한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기후변화로 최근 3~4년 사이 수어댐에 녹조가 발생하기 시작했고, 올해는 예년보다 이른 6월부터 발생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수자원공사도 올해 강우량 부족으로 조류와 냄새 유발 물질이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현재 녹조 제거 설비를 지속 가동하는 등 발생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현재 없는 상황으로, 녹조를 최대한 제거하며 피해를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수자원공사 여수지사 관계자는 "비가 내려 수온이 낮아지고 녹조가 줄어들어야 악취도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재 수자원공사에서 녹조가 포함된 원수를 공급받고 있어 정수장에서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고도정수처리시설 도입 등 근본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환경운동연합은 "수어댐 녹조는 매년 반복됐는데도 한국수자원공사는 임시방편만 되풀이해 왔다"며 "공식 사과와 피해 보상, 수도요금 감면, 정수기 필터 교체 비용 지원 등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반복되는 맛·냄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도정수처리시설 설치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며 "광양시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시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비가 내려 수온이 낮아질 때까지는 시민 불편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반복되는 녹조에 대비한 근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