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의 유산…이제는 누가 이어갈 것인가

[믿음, 최고의 유산③]
지역 소멸 위기 마주한 순교자 교회
'고령화·인구감소' 가장 큰 어려움
성도 10~20명…가장 젊은 성도 60대인 경우도
교회 지켜온 성도들 "한국교회 연대 절실"
"순교 신앙의 유산 다음세대로 이어갈 수 있기를"



[앵커]

6·25전쟁의 참혹한 박해 속에서도 많은 기독교인들은 믿음을 지켰고, 그 순교의 희생 위에 오늘의 한국교회가 세워졌습니다.

하지만 70여 년이 지난 지금, 순교의 역사를 품은 농촌 교회들은 또 다른 위기 앞에 서 있습니다.

CBS가 6·25전쟁 76주년을 맞아 준비한 기획보도 '믿음, 최고의 유산' 마지막 순서, 순교자 교회들이 마주한 현실을 짚어봤습니다.

장세인 기자입니다.

[기자]

영암순교자기념관은 6·25전쟁 당시 전남 영암에서 신앙을 지키다 목숨을 잃은 순교자들을 기억하기 위해 세워졌습니다.

해마다 6월 25일 전후로 추모예배가 이어지고 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유가족들의 발걸음도 점점 뜸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동석 이사 / 영암순교자기념관
"광주에 계신 분도 있고 영암에 계신 분도 있는데 직계 가족들은, 이제 많이 손녀 손자들이나 이렇게 하면 조금 나이는 어리지만, 다들 연세들이 많이 드셔서 참석도 못하는 분들도 많이 있는데…"

전남 영암군은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소멸 위기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현재는 지역소멸의 마지노선으로 알려진 인구 5만 명 선 붕괴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순교의 역사를 기억하고 지키는 사람들 역시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동석 이사 / 영암순교자기념관
"이 기념관을 운영하는 데 애로사항도 많이 있습니다. 지금 젊은 세대들에겐 잊혀가고 있잖아요."

전남 영암군 군서면 동구림리에 위치한 영암순교자기념관. 장세인 기자

순교자 교회 대부분은 인구가 줄어드는 농촌 지역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예장통합과 한국기독교장로회가 각각 실시한 농어촌교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농어촌교회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꼽혔습니다.

[인터뷰] 박승훈 목사 / 영암 매월교회
"저희 교회는 전형적인 농촌 교회죠. 위에 연로하신 분들이 많고 젊은 일할 일꾼들은 거의 없고…"

지역 소멸은 이제 순교자 교회의 역사까지 끊길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집니다.

순교자 교회를 지키는 일은 한 지역 교회를 살리는 문제가 아니라, 한국교회의 신앙 유산을 다음세대로 잇는 일이란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황혜연 목사 / 인천기독교역사문화연구원 전문위원, 한국교회역사연구소
"그들의 목숨을 잃기까지 믿음을 지켰던 것 그것을 잊으면 안 되는 것이 이게 신앙의 하나의 뿌리가 되는 거예요. 그것을 기억한다는 자체만을 가지고도 다시 우리가 힘을 얻을 수 있고 또 이 시대를 더 헌신적인, 희생적인 그런 신앙을 가져야 되겠다는…"

농촌 교회 성도 수는 대부분 10~20명 안팎, 가장 젊은 성도가 60대인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목회자들은 순교 신앙을 다음세대로 이어갈 일꾼이 늘어나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승훈 목사 / 영암 매월교회
"교회가 조금 힘들지요. 일할 일꾼들이 없으니까. 그래서 계속 기도하는 것이 이렇게 일꾼을 좀 보내 달라, 일꾼을 보내 달라. 우리가 해야 될 일이 많은데 일꾼이 없어서 그 일들이 멈춰서는 안 되니까…"

[인터뷰] 홍용휘 목사 / 정읍 두암교회
"이곳이 주님 오실 때까지 지켜졌으면 좋겠어요. 이 이야기를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또 이와 같은 상황이 온다면 우리가 지켜내야 할 믿음이거든요."

전북 정읍시 소성면 애당리 두암교회 옆 순교기념관. 6·25전쟁 당시 순교한 성도 23명의 믿음을 기억하는 공간이다. 장세인 기자

평생 순교자 교회를 지켜온 성도들도 자신들이 떠난 뒤를 먼저 걱정하고 있습니다.

농촌교회의 신앙 유산을 지키기 위해 한국교회의 연대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인터뷰] 김기천 장로 / 영암 매월교회
"마음이야 이 지구가 없어질 때까지 교회가 존속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는데…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농촌이 피폐해지니까 과연 언제까지 교회를 할 수 있을까?"

[인터뷰] 김성도 장로 / 영암 매월교회
"도시에서는 못 느끼겠지만 시골에서는 많은 분들이 오셔서 같이 손에 손을 잡고 우리가 끝까지 믿음의 선진들이 달려갔듯이 우리도 달려가면 어떨까…"

[인터뷰] 조경자 권사 / 정읍 두암교회
"어디서 누군가 나처럼 하나님 보내달라고 기도해, 내가. 하나님 보내달라고…"

순교자들이 남긴 믿음의 유산.

이제 그 유산을 이어가는 일은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교회 모두의 몫입니다.

CBS뉴스 장세인입니다.

[영상기자: 최내호]
[영상편집: 이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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