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 챗GPT한테 물어볼게요" 경찰 조사실 들어온 AI

'변호인 대신 AI' 조사 중에도 실시간 사용
"조사 흐름 방해, 이상한 답도" 수사관들 골치
사건 관계인 지나친 AI 의존에 부작용 커져
"'AI가 그러는데'" 수사관에 '훈수'까지

AI생성이미지

경기도의 한 일선 경찰서 수사부서에서 근무하는 A경위는 최근 한 사기 혐의 사건 피의자 조사 과정에서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질문을 할 때마다 피의자가 휴대전화를 들어 생성형AI인 '챗GPT'에 검색한 뒤 답변을 내놨기 때문이다.

A경위는 "조사 중 이렇게 계속 휴대전화를 보면서 답변하면 안 된다"고 주의를 줬지만, 피의자는 "왜 내 방어권을 침해하려 하냐"고 되려 따졌다. A경위는 "더이상 제지를 하긴 어려웠다"며 "마치 챗GPT를 변호인으로 여기는 듯했다"고 당시 당황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AI(인공지능)가 이제 경찰 조사실까지 들어온 모습이다. 2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일선 경찰서 등에선 사건 관계인들이 챗GPT나 제미나이 등 생성형AI를 단순 활용하는 것을 넘어 조사 과정에서 실시간으로 사용하는 등의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피조사자가 조사실에서 AI를 활용하는 경우 수사관이 이를 명확히 제한할 근거는 없다. 조사에 방해가 될 수 있으니 자제를 요청하는 정도다. 이는 피조사자로부터 답변을 끌어내 사건의 사실관계를 명확히 가려내야 하는 수사관들 입장에선 골치가 되기도 한다.

반복된 휴대전화 사용으로 원활하게 문답이 이뤄지지 못하는 것은 물론 상황에 맞지 않는 전혀 뜬금없는 답변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서울경찰청 소속 한 수사관은 "조사 흐름에 방해가 되지만 마땅히 방법이 없어 조서에 그런 조사 상황을 구체적으로 적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른 일각에서는 '어쩔 수 없는 변화이기에 경찰이 적응해야 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서울의 한 일선 경찰서 수사부서 팀장은 "실제 수사 현장에선 AI에 많이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방어권은 개인의 권리고 변호사를 쓰는 것보다 비용도 싸고 간편하니 그걸 어떻게 막을 수 있겠나"라고 했다.
 
그러나 사건 관계인들의 지나친 AI 의존이 수사 방해로 종종 이어지는 현실은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서울의 다른 수사부서 경찰관은 "최근에도 어떤 고소인이 '내가 AI한테 물어봤는데 이렇게 수사해야 한다고 한다, 왜 이렇게 수사를 하냐'고 계속 훈수를 둬 황당했다"며 "이전보다 사건 관계인들이 AI에 과도하게 의지하고 그걸 앞세운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런 부분이 분명 수사에 방해로 작용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사건 진행 과정에서 지나치게 AI에 의존할 경우 오히려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서초동의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AI를 적절히 활용해 사건에 대해 도움을 받는 건 자기 권리이고 능력일 수 있다"면서도 "'할루시네이션(환각)'이 발생할 수 있고 AI가 사건을 종합적으로 파악하지 못한 채 표면적인 답변을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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