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완 은행장이 픽했다…김미영 팀장 잡은 경찰관이 우리은행에 간 이유

우리은행, 은행권 최초 전재홍 전 경정 영입…정진완 우리은행장이 직접 지시
보이스피싱 등 사기 수사 경험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에 적용할 예정

전재홍 우리은행 금융사기예방부 부장대우가 24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CBS와 인터뷰하고 있다. 우리은행 제공

도피 사범 2천명 검거, 공조 사건만 수천 건 되는 인터폴 계장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금융사기는 왜 줄어들지 않을까."

뽑아도 뽑아도 계속 자라나는 잡초처럼, 금융사기는 모습을 바꿔 계속 나타났다. 중국에서 베트남, 필리핀에서 태국까지 범죄의 텃밭도 수시로 바뀌었다.

역대 최장기 경찰청 인터폴 계장을 지낸 전재홍 전 경정의 '질문'은 은행원으로서의 인생 2막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잡아도 잡아도 끝도 없이 달려드는 불나방처럼, 금융사기를 초장부터 뿌리 뽑을 순 없을까 생각하다 어느 순간부터 시스템과 예방에 더 눈길이 갔습니다."

24년 공직생활을 마무리한 그는 이제 은행원 2주차에 접어들었다. 경찰과는 다른 조직 문화에 "아직은 적응중"이라면서도 은행장의 '원픽'인 만큼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경찰 수사 경험을 가진 금융범죄 전문가 채용은 우리은행이 은행권 최초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직접 지시한 경찰관 채용으로, 전 경정은 우리은행 금융사기예방부에서 부장대우로 근무를 시작했다.

그간 은행권의 금융사기 대응은 피해 계좌 지급 정지 등 범죄가 발생한 이후 사후 대책이 대부분이었다.

우리은행은 전 부장대우 영입을 통해 경찰 재직 당시 축적한 보이스피싱 수사 경험과 범죄 수법 분석 역량을 바탕으로 금융사기 위험 징후를 조기에 포착해 대응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우리은행 금융사기예방부는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대포통장 등을 통해 범죄 조직에게 송금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시스템은 의심스러운 거래가 포착되면 직원이 고객에게 직접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만약 고객이 제대로 소명하지 못하면 은행 직권으로 일정 시간 거래가 정지된다. 전 부장대우는 최근 증가하고 있는 신종 보이스피싱 및 금융사기 수법을 지속적으로 수집·분석하고, 이를 FDS 탐지 정책에 반영해 탐지 정확도를 높일 예정이다.

"24년 공직 마무리, T라서 눈물은 안 났지만 책임감 더 크죠"

금융당국이 보이스피싱 발생 시 과실 여부와 관계 없이 은행에도 책임을 묻는 '무과실 배상 책임제' 도입이 본격 추진되고 있는 상황도 전 부장대우의 영입 배경으로 꼽힌다.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이 1조원에 달하면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에서 "피싱 범죄에 대한 금융권 책임을 강화하고 피해자의 실효성 있는 구제를 위해 '무과실 배상책임제' 도입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회에도 지난해 1천만원에서 5천만원 한도 범위 내에 금융사 배상 책임을 규정한 법안이 발의돼 있는 상태다.

보이스피싱이 개인의 노력이나 은행의 경고만으로는 막기가 어려운 범죄인 만큼, 전 부장대우는 은행과 경찰 조직간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하는 '가교'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다.
 
 "은행은 은행대로, 경찰은 경찰대로 열심히 하고 있지만 서로 가지고 있는 정보를 공유해야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4년 공직을 접었지만, 서운함보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이 더 크다.

전 부장대우는 "제가 ESTJ라 경찰 생활을 마무리할 때 서운함이나 눈물은 나지 않았다"면서 "제가 잘해야 후배들이 은행권에 진출할 수 있는 만큼 어깨가 무겁다"고 말했다.

"금융사기 예방을 위해 성과를 내는 한편 첫 경찰 출신 은행원으로서 경찰관들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도록 노력해 후배들에게도 문을 열어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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