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우의 수' 끝에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태극전사들이 그라운드가 아닌 텔레비전 화면 앞에서 처참한 좌절을 맛봤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8일(한국시간) 멕시코 사포판의 숙소에서 조별리그 K조 콩고민주공화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최종전을 지켜보던 중 탈락 확정 통보를 받았다.
앞서 한국은 조별리그 A조 최종전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비기기만 해도 32강에 오를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있었다. 그러나 0-1로 일격을 당하면서 조 3위(승점 3)로 밀려났고, 이때부터 선수들의 피를 말리는 기다림이 시작됐다.
자력 진출 기회를 놓친 대표팀은 베이스캠프로 이동해 다른 조의 경기 결과에 운명을 맡겨야 하는 초조한 상황에 놓였다. 이번 대회는 각 조 3위 12개 팀 중 상위 8개 팀이 와일드카드로 32강에 합류한다. 한국은 K조 경기가 열리기 전까지 와일드카드 커트라인인 8위에 간신히 턱걸이로 걸쳐 있어, 선수들의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대표팀 관계자에 따르면 선수단은 이날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해당 경기를 관전했다. 숟가락을 제대로 들지 못할 만큼 무거운 공기가 감돌았다. 식사 후에도 일부 선수들은 차마 발걸음을 떼지 못한 채 식당에 남아 모니터를 주시했고, 나머지 선수들 역시 방으로 이동해 숨을 죽이며 경기를 지켜봤다. 그라운드에서 모든 것을 쏟아붓지 못하고 타국의 발끝에 운명을 맡겨야 하는 비참함이 선수들을 짓눌렀다.
한국이 32강행 티켓을 거머쥐기 위해서는 당시 조 3위였던 콩고민주공화국(1무 1패)이 4위 우즈베키스탄(2패)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지 않아야 했다. 우즈베키스탄이 승리해 승점 3으로 조 3위가 되더라도 골 득실(-7) 차가 커, 6골 차 이상 대승이 아니라면 다득점 등에서 한국을 추월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일말의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는 선수들의 간절한 눈빛이 모니터로 향했다.
하지만 잔인하게도 희망은 고문으로 끝났다. 콩고민주공화국이 우즈베키스탄에 역전골과 추가골을 잇달아 터뜨리며 승리를 확정 짓자, 중계 화면을 지켜보던 선수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 망연자실함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선수들은 허탈한 탄식을 내뱉었고, 몇몇은 붉어진 눈시울로 멍하니 화면만 바라봤다.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했던 태극전사들의 북중미 도전은 그렇게 텔레비전 앞의 무거운 정적과 깊은 좌절감 속에서 씁쓸하게 마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