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달라하라의 고지대만 바라보던 홍명보호가 정작 평지인 몬테레이에서 참혹하게 무너졌다.
목표로 삼았던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은 결국 무산됐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1승 2패에 그치며 조 3위로 밀려났다. 각 조 3위 팀 간의 성적 비교에서도 마지노선인 8위 밖으로 밀려났다. 직전 대회 기준으로는 본선 무대조차 밟지 못한 꼴이다.
실패의 원인은 빗나간 초점에 있었다. 대표팀은 지난해 12월부터 과달라하라의 고지대 적응에만 매달렸다.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캠프를 차리고 보름 넘게 공을 들였다. 체코와의 1차전 2-1 역전승과 멕시코전 0-1 석패까지는 버티는 듯했다.
진짜 문제는 고지대를 벗어난 뒤에 터졌다. 기후가 완전히 다른 몬테레이로 이동하자 선수들은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지엽적인 고지대 적응에 치중하다가 시차와 기후 변화 대응에는 완전히 실패한 결과다.
일정은 역대급으로 유리했다. 조별리그 기간 한국의 총 이동 거리는 637㎞에 불과했다. 참가국 중 7번째로 짧았다. 4,000㎞ 안팎을 이동한 남아공이나 체코에 비하면 압도적인 특혜였다. 국경조차 넘지 않는 최상의 환경에서 체력 관리에 실패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홍 감독이 대회 내내 고집한 스리백 전술도 자멸을 부추겼다. 이미 지난해 브라질전 0-5 참패와 올해 평가전 연패로 우려가 쏟아졌던 전술이다. 그럼에도 홍 감독은 "수비 안정이 우선"이라며 고집스럽게 스리백을 밀어붙였다.
결과는 무색무취한 축구였다. 한국의 조별리그 패스 횟수는 1,853회로 전체 3위였다. 패스 성공률도 89%로 공동 9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 화려한 지표는 허상에 불과했다. 위험을 감수하는 전진 패스나 돌파는 보이지 않았다. 수비 라인에서 의미 없이 공을 돌리는 횡패스와 백패스가 만든 착시였다.
"선수들이 2002년 4강 기록을 넘어서길 바란다"던 홍 감독의 자신감은 소극적인 축구 앞에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모험 없는 축구로는 세계 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냉혹한 진리만 남긴 채 홍명보호는 짐을 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