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의 초고층 빌딩에 경비행기가 충돌한 사고는 드론까지 금지한 가운데 발생해 심각한 항공 보안의 허점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이번 사고의 배경에는 '정치적 동기'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베이징 차오양구 당국은 사고가 난 하루 뒤에서야 "26일 오후 5시 55분쯤 동3환로 인근을 비행하던 단발 2인승 경량 스포츠 항공기 1대가 고층 건물과 충돌했다"고 발표했다.
비행기에 타고 있던 조종사 1명은 숨지고, 충돌 현장에 있던 부상자 13명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아직 조종사의 신원이나 명확한 사고 원인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사건 직후 소셜미디어(SNS)에는 시틱타워 상층부의 유리창이 깨지고, 부서진 비행기 파편이 땅에 흩어져 있는 사진들이 돌았지만 이내 속속 삭제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로 중국 수도 베이징 항공 보안에 구멍이 뚫렸다고 지적한다.
중국은 지난 5월 1일부터 베이징 상공을 전면 비행 금지 구역으로 지정했다. 경비행기는 물론 드론까지도 띄울 수 없도록 규제를 강화한 가운데 이번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비행기가 충돌한 시틱타워는 베이징 중심업무지구(CBD)에 있는 108층 건물로 베이징에서 가장 높다. 특히 자금성,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최고 지도부의 집무실과 관저가 있는 중난하이와 불과 6~7㎞ 거리다.
미국의 중국 전문 분석가 빌 비숍은 엑스(X, 구 트위터)에 "해당 비행기의 경로를 감안했을 때 몇 초만 더 비행했더라면 중난하이까지 접근했을 것"이라며 "중대한 보안 실패이자 베이징의 경호·보안 체계를 뒤흔들 사건"이라고 적었다.
중국 인민해방군 동향을 추적하는 웹사이트 'PLA 트래커'의 창립자 벤 루이스 또한 뉴스위크에 "베이징을 보호하는 다층 방공망은 고속 전투기, 미사일, 적의 군사 침투 등을 막기 위한 것이지 저속 경비행기를 상대하도록 설계된 게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번처럼 경비행기의 돌진을 막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가 단순한 충돌 사고를 넘어설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한다.
대만 싱크탱크 국방안전연구원의 쑤쯔윈 소장은 미국 시사매체 뉴스위크에 "베이징은 사실상 비행금지 구역인 만큼 (이번 사고에) 정치적 동기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국제 항공기 추적 웹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해당 경비행기는 오후 5시 30분 베이징에서 동쪽으로 약 50㎞ 떨어진 베이징 핑구구에 있는 작은 공항인 스포트 공항에서 이륙했다.
10분 후 공항으로 복귀할 예정이었지만 착륙 직전 갑자기 기수를 돌려 베이징 도심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일 베이징 날씨는 맑았다.
이 비행기가 도심 방향으로 이동한 후 차오양구 상공에서 항적이 끊긴 점도 의문이다. 조종사가 의도적으로 신호를 차단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또 당국이 경계 태세를 한층 강화한 공산당 창당 기념일인 7월 1일 직전에 발생했다는 점도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베이징에서 경비행기를 운항하려면 중국 민용항공국(CAAC)과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의 승인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