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공기도 위험한데…화성 정착은 더 가혹하다

칼 짐머 '공기의 세계'
와이너스 부부 '화성에 도시를 세운다면'

다산북스 제공
우리가 매일 들이마시는 공기 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꽃가루와 곰팡이 포자, 먼지와 인간 문명의 흔적까지 보이지 않는 입자들은 끊임없이 이동하며 인간과 환경을 연결한다.

미국의 과학 저술가 칼 짐머의 신작 '공기의 세계'는 익숙하지만 제대로 알지 못했던 공기를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로 바라본다. '뉴욕타임스' 탐사 보도팀의 일원으로 코로나19 대유행을 보도해 퓰리처상을 받은 저자가 공기와 감염병을 둘러싼 과학의 역사를 추적했다.

책은 코로나19 당시 미국 스캐짓 밸리 합창단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이어 루이 파스퇴르가 빙하 위에서 공기 중 세균을 포집한 실험, 콜레라와 결핵의 전파 경로를 둘러싼 논쟁, 공중 미생물 연구와 생물무기 개발의 역사까지 살펴본다.

특히 질병이 공기를 통해 퍼질 수 있다는 증거가 오랫동안 외면된 과정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현대 의학이 접촉과 비말, 오염된 표면에 주목하는 동안 공기 중에 오래 떠다니는 작은 입자의 위험은 연구와 방역 정책의 주변부로 밀려났다는 것이다.

저자는 공기를 단순히 병원체가 떠다니는 위험한 공간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우리가 들이마시는 미생물 대부분은 해를 끼치지 않으며, 일부는 수천㎞ 떨어진 지역이나 바다, 성층권에서 날아온 것일 수 있다. 공기는 생명체가 이동하고 머무르는 거대한 서식지라고 설명한다.

책은 감염병 대응을 개인의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환기와 공기 흐름, 실내 밀도, 건물 구조, 공공시설의 공기질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공기의 세계'가 던지는 질문은 좋은 공기를 누가 책임져야 하느냐는 데 닿는다. 교실과 사무실, 병원, 지하철처럼 많은 사람이 함께 머무는 공간의 공기는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가 관리해야 할 공공 인프라라는 주장이다.

책은 팬데믹의 역사를 넘어 우리가 같은 공기를 나누며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지를 보여준다.

칼 짐머 지음 | 이상훈 옮김 | 다산북스


알에이치코리아 제공

인류가 달과 화성에 새로운 도시를 세울 수 있을지 과학적으로 따져보는 책 '화성에 도시를 세운다면'은 과학 만화가 잭 와이너스미스와 생명과학자 켈리 와이너스미스 부부가 함께 쓴 책으로, 천문학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인 지웅배가 우리말로 옮겼다.

저자들은 당초 화성 정착을 위한 친절한 안내서를 쓰려 했다. 그러나 4년간 관련 연구와 자료를 조사한 끝에 우주 거주가 예상보다 훨씬 위험하고 복잡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집필 방향을 바꿨다.

책은 우주 개척의 낭만보다 실제 정착에 필요한 조건을 먼저 살핀다. 숨 쉴 공기와 마실 물, 식량 생산, 의료 체계, 출산과 양육, 거주 공간, 자원 확보처럼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문제를 의학·생물학·생태학의 관점에서 검토한다.

화성은 평균 기온이 매우 낮고 대기가 희박하며 토양에는 독성 물질이 포함돼 있다. 방사선과 미세한 먼지 역시 장기 거주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저자들은 화성에 도시가 세워지더라도 인간이 지표가 아닌 지하 동굴에 가까운 공간에서 살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한다.

인체에 미칠 영향도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미소중력이 뼈와 근육, 장기에 어떤 장기적 변화를 일으키는지, 성장기 어린이와 임신부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확인된 자료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우주에서의 임신과 출산, 다음 세대의 성장 문제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우주 산업의 경제성도 냉정하게 따져본다. 달의 헬륨-3 채굴, 소행성 자원 개발, 우주 태양광 발전 등이 거대한 미래 산업으로 거론되지만 실제 비용과 수익성이 검증된 사례는 드물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달에서 헬륨-3를 소량 얻기 위해서도 막대한 양의 토양을 처리해야 하고, 이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핵융합 기술 역시 상용화까지 갈 길이 멀다. 우주 산업의 이익이 누구에게 돌아갈지도 불분명하다.

법과 정치 문제도 중요한 쟁점이다. 달과 화성의 자원을 개인이나 기업이 소유할 수 있는지, 민간 기업이 현지에서 사고를 일으키면 어느 국가가 책임질지, 우주 거주지 내부의 갈등을 어떤 법으로 해결할지에 대한 국제 규범은 아직 미비하다.

저자들은 우주에 간다고 인간의 경쟁과 욕망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오히려 국가와 기업 간의 자원 경쟁, 군사적 충돌, 독점 문제가 지구 밖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결국 책은 우주 정착을 서둘러야 할 시급한 이유는 없다고 결론 내린다. 로켓과 우주선 개발에 앞서 생물학·경제·법·윤리 문제를 충분히 검토하고, 우주 진출을 수백년에 걸친 장기 과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화성에 도시를 세운다면'은 출간 직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2024년 휴고상 논픽션 부문을 수상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작가 앤디 위어는 "과학책인데 미친 듯이 재밌다"고 추천했다.

잭 와이너스미스·켈리 와이너스미스 지음 | 지웅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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