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9일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에는 산업단지를 바라보는 국가의 공간 전략 자체를 바꾸는 구상이 담겼다.
과거 공장만 짓는 산업단지 모델을 넘어 생산기지를 넘어 주거·문화·교육·의료 등 정주 여건이 포함된 '도시 생태계'로의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대한민국 산업의 성장 축이 첨단 지식 산업으로 전환하면서, 일터를 바라보는 국가의 공간 구상 자체에 변화를 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공급자 중심에서 '기업 주도'로…행정의 대전환
과거 정부가 조성한 산업단지는 정부가 부지를 조성한 뒤 기업을 유치하는 공급자 중심의 '선(先)개발 후(後)분양' 방식이었다. 기존 산단은 기업의 생산시설을 집적하는 데에는 효과적이었지만 주거와 교육, 문화 기능이 부족해 퇴근 이후에는 활력을 잃는 공간이라는 한계도 지적됐다.정부는 이번 구상을 통해 산업단지 조성 방식부터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기업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방식으로 대규모 투자할 수 있도록 기업 맞춤형 입지를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또 기업 수요를 전제로 입지 및 도시계획 규제 등을 최소화하고 기업이 희망할 경우에는 사업 시행·개발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확대한다. 초기 자금조달 부담 완화 등을 위해 초저리‧장기 임대가 가능한 공공지원 임대전용산단 지정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투자 타이밍이 패권을 좌우하는 만큼 속도도 핵심이다. 인허가·보상·설계를 동시에 진행하는 '패스트트랙'을 도입해 통상 10년 이상 걸리던 산단 조성 기간을 대폭 단축할 방침이다. 사업시행자에 대한 공공기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또는 신속예타를 검토하고, 각종 영향평가도 사전 컨설팅을 통해 신속히 처리할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토론 과정에서 "신속한 원스톱 행정절차는 대통령이 직접 책임지도록 하겠다"며 "청와대에 전담하는 팀을 별도로 구성해 직접 이 사업이 끝날 때까지, 임기가 종료될 때까지 확실하게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격리된 '생산기지'에서 '도시 생태계'로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구상은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주거·교육·문화·연구 기능을 함께 배치해 도시 전체를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설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첨단산단(생산)과 도심융합특구(R&D), 신도시(정주여건)를 고속 교통망으로 연결하는, 이른바 '회랑도시(Corridor City)' 구상이 대표적이다. 기업이 지역 거점 국립대와 연구기관, 도심융합특구 등과 연계해 연구개발과 인재 확보까지 하나의 생태계 안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발표에 나서 "과거 산업단지는 생산에 매우 효율적이었지만, 도시와는 떨어져 있고 생활과 정주는 매우 열악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실리콘밸리'와 싱가포르 '원노스' 등을 예로 들며 "이 새로운 모습은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주거, 문화가 함께 도시 안에 존재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프로젝트의 지향점은 지방에 공장을 하나 더 짓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업의 연구개발과 생산, 경영 기능까지 함께 이전하는 '제2본사(Secondary Headquarter)'를 지역에 안착시키겠다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
정부는 이번 첨단도시 조성 방안을 통해 산업시설 공급을 넘어 기업과 인재가 함께 성장하는 도시 생태계 구축에 정책의 무게중심을 두겠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