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계획을 두고 국민의힘에선 "전당대회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여당에서 친청계와 친명계 간 당권 투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호남 당심을 잡기 위한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다. CBS노컷뉴스는 이번 투자 계획이 정부의 졸속 추진인지를 따져 봤다.
국힘 "반도체 산업마저 표 계산 도구냐"
29일 정부 발표를 앞두고 국민의힘 지도부와 수도권 의원들은 일제히 800조 원 규모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 계획을 비판하고 나섰다.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지날 주말 내내 국가 백년대계인 반도체 산업의 입지를 놓고 마치 선거운동 하듯 SNS에 멘트를 쏟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당에서 차기 당권 투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호남권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해 이 대통령이 민주당 전당대회에 개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같은 당 유의동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반도체 산업마저 표 계산의 도구로 삼으려는 것이냐"며 "정부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경기남부 반도체 벨트를 더 단단하게 지원하고 확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비판이 쏟아지자, 민주당 강준현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대한민국 미래 전략산업의 비전을 정치 논리로 왜곡하는 국민의힘의 망상 증세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호남권에 AI산업 투자, 일관된 李 대선 공약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평소 주변에 민주당이 집권한 기간에도 호남이 개발에서 소외된 점에 대해 문제의식을 드러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호남권 투자 계획은 이재명 대통령이 출마했던 20대∙21대 대선 당시 민주당의 주요 공약이었다.
민주당은 20대 대선에서 '광주를 인공지능 특화대표기업도시로 만들겠다'며, △AI 반도체 특화단지 조성 △AI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데이터센터∙연구개발∙창업 원스톱 지원환경 조성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21대 대선에서도 광주 지역 공약으로 △AI 국가 시범도시 조성 추진 △서남권 메가시티 조성 등이 나왔고, 전남 지역 공약은 △미래 첨단전략산업 클러스터 조성 등이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국회에서는 민주당 정진욱 의원이 대표발의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으로 지역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민주, 국힘 '이중 잣대' 비판
'지역균형발전'은 이재명 정부의 핵심 기조이기도 하다. 양질의 일자리와 교육 인프라 등이 수도권에 집중된 현 상황에서 지역 균형 발전 없이 수도권 집값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진단이다.
청와대 출신의 한 여권 인사는 "이 대통령이 집권 후 지역균형 발전 필요성을 확실히 더 크게 절감한 것 같다"며 "그렇지 않는다면 당장 임기 중에 성장 동력을 잃을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고 귀띔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직후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를 설치해 정부의 '5극 3특' 전략을 추진하고, 해양수산부와 동남권투자공사, HMM 등을 이전해 부산을 '해양 산업 클러스터'로 육성하려는 전략도 이런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
이에 여당에서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비판은 국민의힘의 이중 잣대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이 단순히 호남이 민주당 지지율이 높은 지역이라는 이유로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정치적 공세 소재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정부의 지역균형 발전 전략을 국민의힘이 지역주의로 몰아가는 건 잘못"이라며 "그런 논리라면 부산 지역 발전 전략에 대해서는 왜 얘기가 없나"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장윤미 대변인은 논평에서 "영남과 수도권에 산업시설이 들어설 때는 볼 수 없었던 날 선 국민의힘이 공격을 보면 낯설다"며 "경제성과 효율성 관점에서 추진하는 과정에 끼어들어 정쟁을 끼얹는 국민의힘의 행태는 자제돼야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