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학대 시 시설 폐쇄' 법령 근거에도 행정처분 10건 중 8건은 개선명령

사회복지사업법 "1차 학대에도 시설 폐쇄 가능" 적극 규정
하지만 학대 등 인권침해 행정처분 74.3% '개선명령' 그쳐
전문가들 "지자체장 등 장애인 인권 의식 현저히 낮아…개선 필요"

지난 29일 세종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세종시청 앞에서 세종의 한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발생한 학대 의혹이 불거진 시설의 폐쇄를 촉구하는 시위를 154일째 이어가고 있다. 고형석 기자

세종의 한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발생한 학대 의혹 사건이 '개선명령' 처분에 그친 가운데, 전국 장애인 거주시설 인권침해 사건 대부분도 비슷한 수준의 경미한 처분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4년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장애인 거주시설 행정처분 현황에 따르면 전체 처분 289건 가운데 239건(82.7%)이 개선명령으로 나타났다.

특히 학대·폭행 등 인권침해 관련 행정처분 115건 가운데 88건(76.5%)이 개선명령에 그쳤다. 시설 폐쇄는 단 2건에 불과했다. 사실상 학대가 발생해도 시설은 그대로 운영되는 셈이다.

이같은 개선명령 중심의 행정처분이 거주시설의 반복적인 인권침해를 막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 2021년 장혜영 전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 6월까지 장애인 거주시설의 사회복지사업법·장애인복지법 위반 사례는 392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같은 시설에서 2회 이상 법을 위반한 곳은 60곳에 달했다.

최근 세종시도 한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발생한 중증 장애인 학대 의혹 사건을 학대로 판단하고 개선명령 처분을 내렸다.

세종시 관계자는 "장애인복지법은 1차 학대 사건 발생 시 개선명령을 규정하고 있다"며 "거주시설에서 성폭력이 일어날 경우 시설 폐쇄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1차 학대에 곧바로 시설 폐쇄 명령을 내리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설명했다.

세종의 한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머물던 40대 중증 장애인 A씨의 좌측 늑골 환부. A씨 가족 측 제공

하지만 현행법은 반드시 개선명령만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장애인 거주시설은 일반법인 사회복지사업법과 특별법인 장애인복지법에 근거해 설립·운영된다.

장애인복지법은 1차 학대 시에는 개선명령을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사회복지사업법은 1차 학대에도 적극 처분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법 시행규칙은 "시설 거주자에 학대·성폭력 등 중대한 불법행위로 인해 시설의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개별 기준임에도 1차 위반 시에도 시설의 폐쇄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자체들이 장애인복지법상 개선명령 규정을 우선 적용하면서 사회복지사업법이 열어둔 시설 폐쇄나 시설장 교체 등 적극적인 처분 권한은 사실상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인권위는 지난해 발행한 '장애인 거주시설 인권침해 대응 모니터링 결과보고서'에서 "결국 장애인복지시설에서 발생한 학대 사건에 장애인복지법이 특별법으로 적용될 경우, 사회복지사업법보다 오히려 완화된 제재가 이뤄지는 규범적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어 "장애인 보호라는 장애인복지법의 입법 목적에 비춰 볼 때 심각한 체계 정합성 문제를 부른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제도적 한계와 함께 지자체의 소극적인 행정 의지를 문제로 꼽았다.

우석대학교 유아특수교육과 김윤태 교수는 "담당 공무원의 업무 과중과 행정소송의 부담, 인권 감수성 부족 등 복합적인 문제로 소극적 행정처분에 그치고 있는 것"이라며 "지자체장이 장애인 거주시설 학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재발 방지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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