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범 처벌은 확대, 성인범 수사는 제한…일관성 없는 형사법 개편

정부, 형소법 개정서 후퇴한 후 범여권 즉시 발의
인권수사 강조했지만…경찰, 긴급체포 검사 승인 없이 가능
변호인 조력 여부 따라 피의자 인권 널뛰나

연합뉴스

정부가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쪽으로 검찰개혁의 기본입장을 정한 가운데 촉법소년(만 10~14세) 연령은 조건부 하향하는 처벌 확대가 동시에 추진된다.
 
성인 피의자의 방어권은 대폭 강화하면서, 더 보호 필요성이 큰 만 14세 소년에 대해선 처벌을 확대하겠다는 것으로 형사사법체계 개편의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완수사권도 전건송치도 없이…'인권수사' 강조


3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6일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등이 대표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의 방어권과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과감한 조치들이 담겼다.
 
당초 정부는 국회와 별도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에 검찰개혁추진단을 운영했지만, 발의 하루 전날 계획 철회를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검찰청의 공소청 전환을 앞두고 형사소송법 개정은 범여권 검찰개혁 강경파가 제출한 해당 법안 등을 포함해 정치권의 논의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법안은 검사의 직접·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고 경찰(사법경찰관)로 수사 주체를 일원화했다. 경찰에 전적인 수사권한을 부여하는 대신 수사통제를 위해 전건송치를 부활시키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이번 법안엔 담기지 않았다.
 
사건관계인의 인권 보호를 위해 수사단계에서 허용되는 구속기간도 3분의1가량 축소했다. 현행법에선 수사단계에서 총 30일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지만, 개정안은 경찰에서 최장 7일, 검찰에서 14일(기본 7일에 1회에 한해 7일 연장) 등 총 21일까지로 단축했다.
 
구속기간 연장 역시 보완수사 요구나 시정조치 요구, 재수사 요청 등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 가능하다고 명시해 조건을 강화했다.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 각종 조건이 더해지면 피의자의 석방을 명할 수 있도록 '조건부 석방' 제도도 포함했다.
 
또 "피의자 및 제3자에 대하여 자백을 강요하기 위한 수단 등으로 불필요하게 반복적인 출석요구를 해서는 안된다"거나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을 조사할 때에는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특별히 주의해야 하며 대통령령이 정하는 장시간 조사 및 심야조사를 해서는 안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출국금지도 '수사상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로 한정했다.
 
'검사의 수사'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196조는 '수사인권보호관'으로 조항의 제목 자체를 고쳤고, 공소제기 여부의 적정성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각 지방법원에 공소심의위원회를 둬 검사의 기소 권한까지 일부 제한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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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체포도 검사 승인 없이 가능…피의자 위한 개정 맞나


이번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의 당론은 아니다. 다만 정부가 국회에 형사소송법 개정을 사실상 일임함에 따라 최종 개정 과정에도 이같은 강경한 검찰개혁 노선의 목소리가 주요하게 반영될 수 있는 상황이다. 법조계에서는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통제권한 축소'를 골자로 한 이번 개정안이 피해자 인권은 물론 검찰개혁의 애초 명목이었던 피의자 인권·방어권 강화에도 역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을 맡았던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이번 개정안에는 피의자가 신문 과정에서 자기변호를 위해 진술 내용과 조사 경과 등을 '메모'할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는데, 이는 실무에선 약 15년 전부터 가능했고 현재는 노트북 등 전자장치 허용 필요성을 논의하는 상황"이라며 "오히려 방어권을 후퇴시키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지적했다.
 
양 변호사는 "충분한 자금과 시간을 가지고 변호인 조력을 받는 피의자와 그렇지 못한 피의자의 처지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긴급체포 승인 제도 폐지, 보완수사요구 불이행시 징계요구 제도 폐지, 변사자 검시 주체를 검사에서 사경으로 변경하겠다는 내용 등은 실체적 진실 발견도 어렵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200조의3은 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긴급체포한 경우 즉시 검사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개정안은 승인 대신 '통보해야 한다'로 수위를 낮췄다. 또 형사소송법 197조의3은 검찰이 경찰 수사과정에서 인권침해나 현저한 수사권 남용 등을 발견한 경우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데, 개정안에선 징계 대신 '직무배제 또는 교체'로 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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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약체 피의자 촉법소년은 형사처벌 범위 확대


특히 정부가 형사소송법 개정에선 자체 법안 발의를 포기하면서도, 가장 방어권 보장이 두텁게 필요한 범죄자인 소년범에 대해선 처벌 확대를 추진하는 것을 두고 형사사법체계 개편의 일관성마저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만 10~14세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이 아니라 소년법에 따른 소년보호처분(소년원 송치 등)을 받는데, 촉법소년 대상을 만 10~13세로 줄여 만 14세부터는 형사처벌을 가능케 하겠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한해 조건부로 형사처벌을 하겠다는 입장인데, 아직 '중대한 범죄'의 기준은 정하지 않았다.
 
앞서 제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촉법소년 관련 형법 개정안에서는 살인, 강도, 강간·추행 등 성범죄와 집단폭행 등을 중대한 범죄로 규정했고, 소년원에 3차례 이상 송치된 경우엔 형사책임을 면제받지 못하게 했다.
 
소년재판 국선보조인으로 활동한 한 변호사는 "죄를 범하지 않은 우범소년도 가정환경 등에 따라 수차례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받는 경우가 있고, 죄명이 중해도 실제 죄질은 그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며 "지금 형사소송법 개정 방향대로라면 경찰 수사 견제기능이 약화된 상황에서 변호사의 조력조차 받을 수 없는 열악한 처지의 어린 소년범들에게 부작용이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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