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에서 충격적인 조별 리그 탈락의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는 한국 축구. 홍명보 대표팀 감독이 멕시코 현지에서 자진 사퇴를 발표한 가운데 30일(한국 시각) 새벽 귀국한 선수단은 환영이 아닌 야유 속에 인터뷰도 없이 경찰의 경호 속에 인천공항을 빠져 나가야 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A조 조별 리그에서 1승 2패로 조 3위에 그쳤다. 체코와 1차전을 2-1로 이겼지만 멕시코와 2차전에서 0-1 뼈아픈 패배를 안았고, 특히 1승 제물로 평가를 받았던 남아프리카공화국과 3차전 역시 0-1로 졌다.
에이스 손흥민이 1, 2차전에서 모두 후반 교체 아웃된 가운데 3차전에서는 선발 제외되는 등 3백 고집 등 전술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결국 한국은 12개조 3위 중 8개국에게 주어지는 32강행 티켓조차 얻지 못하고 씁쓸히 귀국길에 올라야 했다.
축구 종가 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30일(한국 시각) 이런 한국 축구의 현실을 짚은 기사를 실었다. '월드컵 탈락으로 위기에 처한 한국 축구'(World Cup exit leaves South Korean football in crisis)라는 제목이다.
BBC는 월드컵 탈락으로 박지성, 이영표 등 한국 축구 전설들로부터 비판을 받는 대표팀 현실을 조명한 가운데 2년 전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의 문제점을 짚었다. 이 매체는 "2024년 7월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이 (1년여 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할 때처럼) 통상적인 채용 절차를 벗어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문화체육관광부가 협회에 대한 조사 뒤 정 회장과 주요 인사들에 대한 자격 정지 징계를 권고했다"면서 "그럼에도 정 회장은 법원 판결로 출마해 4선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협회와 깊고 오랜 인연이 있는 현대가(家) 기업을 소유한 정 회장은 지난달 월드컵 이후 사퇴를 발표했다"고 소개했다. 협회가 비판을 받는 2개의 큰 지점인 정 회장과 홍 감독을 정확히 짚은 것인데 BBC는 이재명 대통령이 SNS에서 협회와 지도자를 비판한 점도 전했다.
특히 BBC는 영원한 라이벌 한국과 일본의 상황이 역전됐다고 분석했다. BBC는 "한국은 1983년 아시아 최초의 프로 축구 K리그를 출범했는데 일본 J리그보다 10년 앞서 있었고, 아시아 클럽 대회에서 지배적이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월드컵 11회 연속 본선 진출을 이룬 한국은 정 회장 재임 기간 분명히 일본에 뒤처져 있었다"고 짚었다.
최근 평가전에서 한일 축구의 역전이 극명하게 드러났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한국은 브라질과 홈 평가전에서 0-5 대패를 당했는데 일본은 도쿄에서 브라질을 3-2로 눌렀다. 지난 3월 한국은 코트디부아르에 0-4로 대패한 반면 일본은 영국 축구의 심장 웸블리에서 1-0 승리로 잉글랜드를 꺾은 최초의 아시아팀이 됐다.
BBC는 "J리그 팀들은 아시아 대회에서 꾸준히 K리그 라이벌들을 능가하며 더 많은 인재를 유럽으로 수출하고 있다"면서 "현재 일본 대표팀은 유럽에 기반을 둔 스타들로만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매체는 또 "서울의 혼란은 도쿄의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접근 방식과 대조를 보인다"고 비교했다.
특히 BBC는 한 축구 팬이 SNS에 남긴 촌철살인의 문구를 소개했다. "일본은 모든 사람이 함께 일하는 100년 비전을 가진 반면 한국은 축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한 사람의 변덕에 따라 감독이 선임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BBC는 일본을 교훈 삼아 한국 축구의 대변혁을 주문했다. 이 매체는 "숙적을 모델로 삼는 것은 한국에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감독도 없고 협회장도 없는 가운데 분노와 변화에 대한 열망이 팽배한 상황"이라면서 "실패한 아시아 강국을 위해 월드컵의 고통을 전환점으로 삼기에 이보다 더 좋은 시기는 없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월드컵 이후 협회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예고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최휘영 장관은 29일 SNS를 통해 "대한축구협회에 대해 특별감사를 실시하고, 외부 전문가들이 포함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그동안 협회가 보여준 무능과 부실, 안일함의 원인을 찾아내고, 그 과정에 부조리와 비위, 위법 행위가 있었다면 상응하는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일본은 비록 32강전에서 영원한 우승 후보 브라질에 졌지만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앞서 네덜란드와 조별 리그도 비기면서 세계적 수준임을 과시했다. 일본에 한참 뒤져 아시아의 종이 호랑이로 전락한 한국 축구에 개혁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