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사칭해 마트 상품권으로 8억 원어치 세탁…49명 송치

저금리 전환 대출 미끼로 8억 8천 편취
계좌부터 송금까지 점조직 역할 분담
한국인 35명·중국인 14명 가담
신원도 몰라…대화 즉시 삭제 지시

대형마트 내부 CCTV에 찍힌 인출책이 상선의 지시를 받으면서 체크카드를 이용 상품권을 인출하는 장면.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금융기관 대출로 속여 돈을 편취한 뒤 대형마트 상품권 키오스크로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세탁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화성동탄경찰서는 보이스피싱 자금세탁, 범죄이용계좌 제공 등 혐의를 받는 20대 A씨 등 49명을 검거하고 이 중 15명을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들이 가로챈 피해 금액만 8억 8319만원으로, 검거된 피의자는 △수거·인출·전달책 22명 △자금세탁관리책 6명 △범죄이용 카드 제공자 21명으로 총 49명이다. 이들 국적은 각각 한국인 35명과 중국인 14명으로 전해졌다.

압수물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범행 수법은 두 단계로 진행됐다. 먼저 피의자들은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 직원으로 속여 신용이 낮은 대상자에게 접근한 뒤 "체크카드로 상품권 구매 실적을 쌓으면 대출받게 해주겠다"고 속여 범행에 쓸 계좌를 미리 확보했다. 피해자들이 저금리 전환 대출받게 한 다음 "약정을 위반했으니, 원금을 즉시 상환하라"고 압박하면서 앞서 확보한 계좌로 돈을 이체하도록 만들었다.

피해금이 입금되면 자금은 빠르게 세탁됐다. 수거책과 인출책은 대형마트 상품권 키오스크에서 카드 한도에 가까운 상품권을 사들여 곧바로 현금화했고, 이를 전달책이 넘겨받아 자금세탁책에게 전달했다. 자금세탁책은 이를 가상자산으로 바꿔 관리책에게 넘겼고, 관리책은 해외에 있는 총책의 지시에 따라 범죄조직 계좌로 송금했다.

특히 이들은 계좌 명의자부터 수거·인출·전달책, 자금세탁책, 관리책까지 역할을 세분화해 서로가 신원을 알 수 없도록 점조직화했다. 해외 메신저로만 지시받고, 검거에 대비해 대화 내용은 즉시 삭제하도록 한 정황도 드러났다.

국내 관리책 검거 및 연행 장면.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이번 사건은 KB국민은행이 이상 거래를 탐지해 연락한 피해자의 신고로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이를 계기로 KB국민은행과 이상 거래 발생 시 즉각 수사 요청할 수 있는 협력 체계를 마련했다. 또 상품권을 이용한 자금세탁 수법에 대응하기 위해 관내 금융기관과의 협력도 확대할 방침이다.

경찰은 "금융기관은 어떤 상황에서도 전화로 대출 약정 위반에 따른 원금 상환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검찰·금융감독원을 사칭해 휴대전화 검열 앱 설치나 숙박업소 투숙을 유도하면 즉시 전화를 끊고 가까운 경찰서나 금융기관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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