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도 의심했다…74조원 기부 20년 만에 멈춘 이유

게이츠재단, 빌게이츠-엡스틴 관련 여부 조사 중
조사 결과 따라 연말 최종 결정할듯
가족 재단 기부는 예정대로

빌 게이츠(왼쪽)와 워런 버핏. 연합뉴스

워런 버핏이 20년 동안 이어온 게이츠재단에 대한 기부를 보류하기로 했다. 빌 게이츠와 성범죄자 제프리 앱스틴의 관계에 대한 조사결과를 지켜본 뒤 계속 기부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미국의 전설적인 투자자이자 버크셔 해서웨이 이사회 의장인 워런 버핏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설립한 자선·연구지원 재단인 게이츠재단에 대한 연례 기부 결정을 20년 만에 보류했다고 보도했다.

버핏이 게이츠재단 기부를 보류한 것은 지난 2006년 이 재단에 매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을 기부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작년까지 총 기부 규모는 약 480억달러(약 74조원)에 이른다.

버핏은 오는 연말, 이르면 추수감사절 무렵 자신의 '평생 기부' 약속의 이행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게이츠재단은 현재 로펌을 선임해 재단과 엡스틴의 관계를 조사 중인데, 버핏은 올여름쯤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조사 결과를 먼저 확인하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버핏과 그의 측근들은 마크 서즈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재단 지도부와 접촉하며 엡스틴 관련 조사 진행 상황을 확인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게이츠는 엡스틴과의 교류를 둘러싼 논란으로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 게이츠가 생전 엡스틴을 여러 차례 만났고, 측근들도 엡스틴이 교도소 수감 중 사망한 2019년까지 그와 빈번히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엡스타인 문건'에서 공개된 빌 게이츠의 사진. 연합뉴스

버핏과 게이츠의 관계도 미 법무부가 엡스틴 사건 관련 자료를 공개한 이후 냉각된 것으로 전해졌다.

버핏은 지난 3월 CNBC 인터뷰에서 "엡스틴 사건 자료가 공개된 이후 게이츠와 대화하지 않았다. 오는 6월 말 기부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관련 자료를 더 확인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WSJ은 게이츠가 지난 5월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도 수년 만에 처음으로 불참했다고 전했다. 참석이 금지된 것은 아니었지만 일부 인사들이 불참을 권했고, 게이츠는 버핏과 버크셔 이사진 등이 앉는 지정석에도 함께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결정이 버핏의 다른 자선 활동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관계자들은 버핏이 자신의 세 자녀가 운영하는 재단과 첫 부인 이름을 딴 수전 톰프슨 버핏 재단 등 가족 재단에 대한 연례 기부는 기존대로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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