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까지 꺼낸 與당권…적통론 넘어 파묘전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당권 경쟁이 정책 비전이나 이재명 정부 뒷받침 방안에 대한 논의보다, "누가 더 당의 정통성을 계승했느냐"는 이른바 '적통 논쟁'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정청래 전 대표가 대표직 사퇴 이후 "노사모", "노무현 키즈" 등을 언급하며 친노 정체성을 강조하자, 송영길 의원은 과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찬반 이력을 꺼내 들며 견제에 나섰다.

여기에 김민석 국무총리의 '김대중 키즈' 발언, 박지원 의원의 '김민석 적통론', 유시민 작가의 '재건축' 발언까지 맞물리며 당권 경쟁 초반부터 해묵은 계보 논쟁이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

정청래 "난 노사모"…송영길 "한미FTA 반대하지 않았나"

당권 후보로 꼽히는 송영길 의원은 3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청래 전 대표의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식 불참 발언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곧바로 한미FTA 문제를 꺼내 들었다.

송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께서 한미FTA를 추진할 때 민주당 대부분 의원들이 격렬하게 반대하고 비판했다"며 "그 선봉에 정청래 의원이 있었다"고 직격했다.

이어 "노 대통령께서 진보개혁 세력이 통상 개방 문제를 정면으로 받아안지 않으면 역사의 주류가 될 수 없다고 했다"며 "저는 일관되게 노 대통령의 한미FTA 추진을 지지했다"고 강조했다.

송 의원이 한미FTA를 꺼낸 것은 본인이 당시 열린우리당 내 대표적인 찬성론자였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열린우리당 사무총장과 국회 FTA특위 간사 등을 맡으며 한미FTA 추진을 뒷받침했다. 특히 "FTA특위 활동으로 다음 총선에서 낙선해도 좋다"고 말하는 등 소신파로 평가받았다.

반면 정 전 대표는 '한미FTA협상 졸속체결에 반대하는 국회의원 비상시국회의'에 참여하는 등 대표적인 한미FTA 반대론자로 꼽혔다. 최근 정 전 대표가 대표직에서 사퇴하며 "저는 노사모", "노무현 키즈"라고 하는 등 친노 정체성을 부각하자, 송 의원이 과거 한미FTA 찬반 이력을 소환하며 제동을 건 셈이다.

후단협·문모닝·이재명 체포동의안 사태까지…'파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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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정 전 대표는 "저는 제 입으로 적통의 '적'자도 꺼낸 적이 없다"며 "퇴임의 변에서 밝혔듯 네 분 대통령의 역사를 계승하자고 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제 입으로 말하지도 않은 것을 상상하고 비틀어서 '적통이네 아니네' 하는 언론의 프레임에 맞장구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면서 "소모적인 적통논쟁은 하지 말자"고 했다.

친청계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한민수 의원은 "송영길 의원님, 적대와 편 가르기가 무슨 도움이 됩니까"라며 "깔끔하게 사과만 하면 되지 정 전 대표가 하지도 않은 말을 끌어들여 또 다른 논란을 만드는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한 의원은 "누가 적통이라는 표현을 썼느냐"며 "김대중의 역사, 노무현의 역사, 문재인의 역사를 자양분 삼아 이재명의 역사를 활짝 꽃피우자는 말을 어떻게 '적통이다'라는 주장으로 연결하느냐"고 지적했다

최민희 의원도 송 의원을 겨냥해 "당대표 경선에 파묘라니요"라며 "이제는 한미FTA 찬반까지 끌어와 당대표 경선을 혼란스럽게 하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한미FTA는 정책 결정이고 찬반은 있을 수 있다"며 "당시 시민사회와 민주당 많은 의원들이 반대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런 식으로 과거를 파헤치면 이인제 적통론, 후단협, 2016년 안철수 파동, 문모닝의 악몽,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파동까지 다 파헤쳐지지 않겠느냐"고 경고했다.

김민석 "난 DJ키즈", 유시민 '재건축' 발언…적통논쟁 '기름'

김민석 국무총리가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다른 유력 당권 주자인 김민석 국무총리도 별도의 계보론을 꺼내 들었다.

그는 광주 김대중정치학교 특강에서 "저는 김대중 키즈"라며 "제 정치의 역사는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하고 배운 시간과 연결돼 있다"고 했다.

이어 "김대중 대통령이 놓은 역사적 초석 위에서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을 거쳐 이재명 대통령까지 이어졌다"며 "이 대통령이 가장 정확하고 치열하게 그 노선을 계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전 대표가 '노무현 키즈'를 앞세운 데 맞서, 김 총리는 'DJ 키즈'와 이재명 정부 계승론을 내세운 셈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도 논쟁에 참전했다. 그는 "제가 볼 때 더 적통은 김 총리"라며 "DJ가 김 총리를 32세에 국회의원 만들었고, 총재 비서실장도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정통성 논쟁이 친노·친문을 넘어 DJ 계보 경쟁으로까지 번진 셈이다. 여기에 친노 상징 인사인 유시민 작가의 '재건축' 발언은 적통 논쟁에 기름을 끼얹는 모양새가 됐다.

李정부 뒷받침 방안 논의는 전무…미래보다 과거에 발목

전당대회 초반 모습이 집권 여당으로서의 정책 비전이나, 이재명 정부를 뒷받침할 방안에 대한 논의보다는 '누가 당의 정통성을 계승했느냐'는 과거사 논쟁에 빠져드는 양상이다.

특히 초반부터 과열되는 분위기에 당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당대회가 집권여당의 노선과 리더십을 정비하는 장이 아닌 계보를 둘러싼 감정싸움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여당 관계자는 "당권 주자들이 전부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말하면서도 정작 '과거에 누구 편이었느냐'로 싸우고 있다"며 "전당대회가 통합이 아닌 분열의 기억을 소환하는 장이 돼선 안 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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